KT, 5G 주파수 반납 ‘혼쭐’…구현모 대표 연임 돌발변수 될까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2. 11. 3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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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 도전을 공식화해 향배가 주목된다. ‘통신 공룡’ KT는 유무선 네트워크 사업자로서 정체성이 강했지만 구 대표는 ‘탈(脫)통신’에 드라이브를 걸며 조직 전반의 분위기를 바꾸는 중이다. 실적, 주가 등 제반 여건은 연임 의지를 공식화해도 무리가 없다는 게 세간의 평가지만 최근 초유의 5G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이 연임 행보에 돌발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임 의사를 밝힌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 11월 16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초거대 인공지능(AI) ‘믿음’ 상용화를 비롯한 AI 서비스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실적 발표날 연임 도전

▷연임 우선 심사 ‘청신호’

최근 구 대표는 이사회에 연임 도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KT는 “구 대표가 이사회에 연임 의사를 전달했고 이에 따라 이사회는 ‘대표이사 후보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구 대표를 CEO(최고경영자)로 연임시키는 것이 적격한지를 우선 심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KT 지배구조위원회 운영규정 ‘제7조’에 따르면, KT 이사회가 현직 대표이사에 대해 연임 우선 심사를 결정하면 사내외 인물로 구성된 별도의 CEO 후보 대상자들을 심사하지 않고 연임만 심사하게 돼 있다.

대표이사 후보심사위는 심사 대상자가 아닌 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8인으로 꾸려진다. KT 지배구조위원회 운영규정에서는 CEO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 차기 CEO 후보를 정하도록 돼 있다. 구 대표 임기가 내년 3월까지므로, 12월 중 차기 CEO로 구 대표를 이사회에 추천하거나, 공모를 통해 다른 후보자를 추천해야 한다. 연임 우선 심사가 결정된 만큼 그 자체로 연임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시점에서 구 대표의 연임 가능성은 높다는 것이 통신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상장 기업 CEO로서 실적과 주가 등에서 딱히 흠잡을 만한 곳이 없다는 평가다.

우선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다. 구 대표 취임 시기는 2020년 3월이다. 구 대표 취임 전 2019년 연결 기준 KT 영업이익은 1조1595억원이었으나 지난해 1조6718억원으로 44% 증가했다. 경쟁사와 견줘도 뒤처지지 않는다. 이 기간 SK텔레콤 영업이익은 33.5%, LG유플러스 영업이익은 43%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은 여전히 부진하다. 다만,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와 달리, KT가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규정한 초고속 인터넷 보편적 서비스 사업자임을 고려하면 일견 이해가 된다. 초고속 인터넷 보편적 서비스 사업자로 KT가 수익성과 무관하게 써야 하는 비용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올 3분기 성적표도 준수한 편이다. 공교롭게도 KT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던 지난 11월 8일은 구 대표가 연임 도전을 공식화한 날이다. KT 안팎에서는 “경영 성과를 부각하려 실적 발표 당일 연임 의사를 밝힌 것 아니냐”는 뒷말도 들렸다.

주가도 드러난 수치로 보면 두드러지는 성과를 냈다. 구 대표 취임 전 약 6조9000억원이었던 KT 시가총액은 최근 약 9조6000억원으로 커졌다. 다만, 시총 증가분의 기여도 가운데 구 대표 몫을 객관적으로 콕 짚어내기는 쉽지 않다. KT 주가는 코로나 시국의 제로금리 환경에서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중 올 들어 강력한 긴축과 경기 침체 국면에서 선전 중이지만 KT 같은 고배당 통신주는 전통적인 경기방어주로 분류된다. 네트워크 사업자의 이익은 경기에 비탄력적인 속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구 대표가 앞세운 비전은 차세대 인공지능(AI)이다. 그는 지난 11월 16일 기자 간담회에서 초거대 AI ‘믿음(MIDEUM)’을 중심으로 물류, 의료, 상담 서비스 분야에서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사업 전략을 밝혔다. 초거대 AI는 대규모 서버 시설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체계를 말한다. 이는 구 대표가 줄곧 강조해온 ‘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디지코)’ 전환이라는 화두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보다 구체적인 밑그림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설비 투자 안 한다” 질책

▷‘송구하다’ 납작 엎드린 KT

다만, 최근 연임 행보에 돌발 변수가 불거졌다.

최근 5G 주파수 할당 관련, 정부가 통신 3사에 대해 할당 취소 등 초강수를 둔 것. 정부는 KT와 LG유플러스에 28㎓ 5G 주파수 대역을 반납하라는 조치를 내놨다. 28㎓ 대역 주파수는 최대 속도가 롱텀에볼루션(LTE) 4G에 비해 약 20배 빨라 ‘진짜 5G’로 불린다. 자율주행이나 메타버스 같은 기술 집약적인 산업에서 활용도가 높다. 하지만 전파 도달 범위가 짧아 3.5㎓ 대역보다 훨씬 많은 기지국 설치가 필요하다. 통신 3사는 사업성이 더 좋은 3.7~4㎓ 대역 주파수와 달리, 28㎓ 대역 주파수는 수요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설비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다.

KT가 신경을 곤두세운 대목은 대통령실 반응이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물론 대통령실까지 여러 채널을 통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민영화된 지 오래지만 공적 조직으로 정체성이 강한 KT는 CEO 선임 때마다 정치적 외풍에 시달렸다. 구 대표 연임과 맞물린 상황에서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실 반응을 예의 주시하던 KT 내부에서는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통신사들이 국가기간 인프라로 막대한 돈을 벌면서 망 설비 고도화에는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28㎓ 대역 주파수의 할당 취소 처분을 받자 ‘송구하다’며 통신 3사 중 가장 몸을 낮춘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통신업계에서는 대통령실의 느닷없는 불만 기류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와 투자 협약 추진이 단초가 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월 23일 머스크와 가진 화상 면담에서 ‘스타링크’ 협업과 테슬라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인 ‘기가팩토리’의 한국 유치 등에 관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링크나 자율주행 고도화 프로젝트는 결국 AI가 핵심이고 AI가 정보를 수집하려면 고도의 기간 통신망이 필수적이다. 테슬라가 이런 프로젝트를 확대하려면 통신망과 주파수를 점유하는 개별 국가와 협력이 불가피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머스크와 화상 면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고도화된 5G 통신망 인프라를 강조하려 했을 텐데, 정작 데이터를 까보니 설비 투자가 전혀 안 돼 있어 제대로 말도 꺼내지 못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외 사법 리스크도 우려 요인이다. KT 측에서는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분위기지만, 구 대표 연임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 대목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구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불복해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KT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 결격 사유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을 경우’다. 구 대표는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엄밀히 말해 결격 사유가 적용되지 않는다. KT 관계자는 “대표이사 재직 중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을 경우가 대표이사 결격 사유에 해당된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사안은 전임 대표 당시 있었던 일이고 구 대표는 약식기소에서 벌금형을 받은 상태로 금고 이상의 형으로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표심도 변수다. 지난해 3월 사내이사 재선임 투표를 앞두고 박종욱 KT 전 각자대표의 경우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자 자진 사퇴했다. 당시 박 전 대표 역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최근 KT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등과 지분 맞교환으로 우호 세력이 늘어 지분 구도가 구 대표에게 유리하다는 관측도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6호 (2022.11.30~2022.1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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