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플] 프랑스 대신 세네갈 선택했던 쿨리발리, 7년 만에 보답받다

차승윤 2022. 11. 3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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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태생, 세네갈이 뿌리
헌신한 세네갈 출신 아버지
2002 월드컵 8강 기적도 이유
"앞 세대 성과, 우리도 이루고파"
세네갈 코너백 칼리두 쿨리발리가 30일(한국시간) 열린 에콰도르와의 A조 3차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자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네갈이 2002 한일 월드컵의 16강 기적을 재현했다. 그 뒤에는 헌신하는 리더 칼리두 쿨리발리(31·첼시)가 있었다.

세네갈은 30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A조 3차전에서 에콰도르에 2-1로 승리했다. 1-1로 맞선 후반 25분 쿨리발리가 결승골을 넣었다. 세네갈이 16강에 오른 건 한일 월드컵 이후 20년 만이다.

이날 경기 선제골은 세네갈이 가져갔다. 전반 42분 파울로 페널티 킥을 얻은 이스마일라 사르(왓포드)가 직접 키커로 나서 득점에 성공했다. 그러나 후반 23분 에콰도르의 모이세스 카이세도(브라이튼 앤 호프 알비온)가 오른쪽 측면에서 전해진 코너킥을 받아 득점으로 연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세네갈은 바로 반격했다. 후반 25분 이드리사 게예(에버턴)가 올린 프리킥이 경합 중 흘러나오자 센터백 쿨리발리가 공을 받았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시도, 에콰도르의 골망을 흔드는 결승 득점으로 연결했다.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POTM)도 당연히 쿨리발리였다.

쿨리발리의 출생지는 세네갈이 아니다. 그는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프랑스 20세 이하 대표팀에서도 뛰었던 선수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성인 대표팀 감독이 주목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그랬던 그가 지난 2015년 돌연 프랑스 국적을 포기하고 세네갈 대표팀에 합류했다. 쿨리발리가 합류하지 않은 프랑스는 지난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세네갈은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당시 페어플레이 포인트에서 일본에 밀리면서 한 끗 차이로 기회를 놓쳤다.

평생을 함께했고 우승 전력까지 갖춘 프랑스 대표팀을 포기했던 건 쿨리발리가 자신의 뿌리를 세네갈로 여겼기 때문이다. 쿨리발리의 부모는 세네갈 출신 이민자다. 특히 쿨리발리의 아버지는 프랑스 이민을 위해 5년 동안 쉼 없이 방직 공장에서 일했던 가장이었다.

쿨리발리는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플레이어스 트리뷴'을 통해 "쉬지 않고 일한 아버지 덕에 나는 부모 세대보다 훨씬 편안한 삶을 살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세네갈 대표팀을 선택하겠다고 알렸을 때 "아버지의 눈이 반짝였다"고 떠올렸다. 플레이어스 트리뷴은 선수가 직접 기고하는 전문 매체다.

20년 전 한일 월드컵의 기적은 당시 11살에 불과했던 쿨리발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세네갈은 월드컵 역사상 최대의 이변을 일으킨 나라로 주목받았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과거 세네갈을 식민지로 다스렸던 프랑스를 상대로 개막전에서 충격적인 승리를 거뒀다. 당시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세네갈은 헨리크 라르손이 있던 스웨덴까지 꺾으며 8강 진출의 신화를 썼다.

쿨리발리는 “난 세네갈의 부모에게서 프랑스에서 태어난 흑인 선수이자 이슬람교도”라며 “나를 구성하는 많은 것 중에 세네갈 축구도 있다. 세네갈이 8강에 올랐던 2002년의 기억도 현재의 나를 만든 중요한 부분이다. 우승팀은 아니었지만, 당시 세네갈 대표팀은 내게 우승팀이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한일 월드컵의 기적에 이끌려 세네갈을 선택했던 그가 20년 후에는 기적의 주인공이 됐다.

POTM 선정 소감 역시 리더다웠다. 쿨리발리는 "2년 전 오늘, 세네갈의 위대한 축구 선수 파프 디오프가 세상을 떠났다. 디오프와 그의 가족에게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 트로피를 바친다"며 "디오프와 알리우 시세(현 세네갈 대표팀 감독) 등 우리 앞세대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이룬 성과를 우리 세대가 또 이뤄내고 싶다. 아프리카 챔피언(2021 네이션스컵 우승)의 자존심을 걸고, 16강전에 나서겠다"고 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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