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1st] 벤투와 호날두가 패스 주고받던 시절… 벤투, 호날두, 산투스의 '지독한 인연' 모음

김정용 기자 2022. 11. 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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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파울루 벤투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모국 포르투갈을 상대하는 경기를 벤치가 아닌 VIP석에서 봐야 한다. 그렇긴 하지만 벤투 감독과 이번 포르투갈 대표팀의 인연은 단순한 모국 이상이다. 인연의 실은 여러 겹으로, 여러 갈래로 이어져 있다.


한국과 포르투갈은 12월 2일(한국시간)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3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1무 1패로 탈락 위기에 몰려 있고, 포르투갈은 2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이 극적인 16강 진출을 달성하려면 포르투갈을 잡는 동시에 우루과이 대 가나 경기에서 행운이 따라 조 2위를 차지해야 한다.


▲ 벤투에게 포르투갈은 : 조국이자 날 내친 전 직장


벤투 감독은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한국 대 포르투갈 경기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선수로서 노장이었던 33세, 인천에서 열린 2002 한일 월드컵 3차전이었다. 잘 알려진 것과 같이 한국이 박지성의 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포르투갈은 1승 2패로 탈락했다. 벤투는 그해 국가대표에서 은퇴했다.


2010년 감독으로서 포르투갈 지휘봉을 잡은 벤투는 유로 2012 4강 진출을 이끌며 역량을 드러냈다. 현재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조직력을 중시하는 전술 성향과 완고한 성격이 이때부터 이미 완성돼 있었다. 하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을 당한 뒤 그해 9월 경질됐다. 페르난두 산투스 현 감독이 벤투의 후임이었다.


▲ 벤투에게 산투스는 : 스승이자 내 자리를 꿰찬 후임


산투스 현 포르투갈 감독은 벤투보다 15살 많은 68세다. 둘은 선수와 감독으로 만났다. 2003년 포르투갈 명문팀인 스포르팅CP였다. 벤투에겐 현역 마지막 해였고, 산투스는 그리스 리그를 거쳐 자국에서 명예회복을 할 기회였다. 그러나 성적은 리그 3위에 그쳤고 산투스는 한 시즌 만에 사임해 다시 그리스 무대로 떠나야 했다.


2014년 둘의 운명은 또 엇갈렸다. 포르투갈 축구협회는 벤투를 내보낸 뒤 후임 감독을 찾다가, 직전 월드컵에서 그리스의 첫 16강 진출을 이끌며 지도력을 증명했던 산투스를 주목했다. 산투스는 벤투의 후임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유로 2016 우승을 통해 신임을 굳힌 뒤 현재까지 8년이나 장기집권하고 있다.


▲ 벤투에게 호날두는 : 소속팀 후배이자 대표팀 제자


2002-2003시즌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스포르팅에서 1군 데뷔하자마자 주전을 꿰찼고, 알렉스 퍼거슨 당시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시기다. 당시 스포르팅의 대선배가 바로 벤투였다.


2002년 8월 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에서 인테르밀란을 상대로 교체 투입되며 호날두가 프로 데뷔했을 때도, 벤투는 함께 벤치에 있었다. 벤투는 17번, 호날두는 28번이었다. 곧 함께 선발로 뛰기 시작했다.


벤투와 호날두는 한 경기에서 나란히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적도 있다. 그해 10월 모레이렌세를 상대한 경기에서 벤투의 크로스로 비탈리 쿠투조프가 선제골을 넣었다. 그리고 나서 호날두가 단독 드리블로 프로 데뷔골, 헤딩으로 프로 2호골을 한 경기에 몰아쳤다. 이후에도 두 선수가 한 경기에서 나란히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사례는 2경기 더 있었다. 다만 서로 골을 도와준 적은 없었다.


그리고 벤투가 포르투갈 대표팀을 지도하게 되면서, 당시만 해도 계륵같은 존재였던 호날두를 잘 다뤄야 한다는 중책을 맡았다. 호날두는 대표팀 데뷔 직후 훌륭한 드리블 능력을 보여주면서 유로 2004 준우승, 2006 독일 월드컵 4강을 경험했다. 하지만 호날두 중심 체제가 들어선 유로 2008부터는 전술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으면서 토너먼트 진출하자마자 탈락했다. 호날두는 두 대회에서 각각 조별리그 1골에 그쳤다.


벤투는 호날두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 건 아니었지만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잘 작동하게 만들면서 호날두가 돌파 및 침투를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줬다. 호날두는 대회 3골을 넣었는데, 8강 체코전의 결정적인 선제결승골이 포함돼 있었다. 국가대표팀에서 호날두를 가장 잘 활용한 감독은 현 산투스에 이어 벤투를 꼽을 만하다. 2013년에는 주제 무리뉴가 호날두의 태도를 비판하자 벤투가 나서 옹호하기도 했다.


▲ 벤투에게 다른 제자들은 : 이번 포르투갈 엔트리에 5명


현 포르투갈에는 벤투가 지도했던 선수가 호날두 포함 5명 존재한다. 한국전에 뛸 것이 유력한 현 주전 중에는 미드필더 윌리앙 카르발류가 벤투 감독에 의해 A매치에 데뷔한 선수다. 노장 수비수 페페 역시 벤투 시절에도 주전이었고, 이번 경기도 나설 가능성이 높다. 후이 파트리시우 골키퍼는 2010년 11월 벤투에게 발탁돼 A매치에 데뷔했다. 이후 12년 동안 주전으로 뛰다가 최근 후보로 밀려났다.


후보 공격수 히카르두 호르타와 벤투의 인연은 극적이다. 벤투가 포르투갈에서 경질되기 직전, 당시 유망주였던 호르타를 과감하게 불러 A매치 데뷔전 기회를 줬다. 하지만 벤투의 후임인 산투스는 호르타를 선발하지 않았다. 오랬동안 대표팀과 인연이 없던 호르타는 지난 시즌 자국리그에서 19골을 몰아치면서 다시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고, 도하에서 벤투와 재회하게 됐다.


사진= '이베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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