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해지하고 특판금리 은행 오픈런 했습니다

전미경 2022. 11. 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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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 기자]

요즘 은행은 예전만큼 대기줄이 길지 않다. 은행 창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도 하지만 직급이 높아도 뒷전에 앉지 않고 전진 배치되어 창구 업무를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은행권은 대기줄이 길어 잘 가지 않고, 대기줄 없는 저축은행이나 2 금융권을 주로 이용한다. 그런데 얼마 전 그런 2 금융권과 저축은행에도 들어설 수 없을 만큼 대기줄로 혼잡한 상황이 있었다. 바로 5.95% 특판금리와 6.32% 금리가 연이어 출시된 때였다.   
   
은행마다 특판 금리를 앞다투어 내놓기 시작하며 고객들을 유치한다. 작년 11월 1%였던 금리가 현재 6%를 기록했다. 올해 초 2%에서 시작한 금리가 월마다 자릿수를 바뀌며 갱신하자 계약한 예탁을 해지하고 재계약을 반복했다.

최근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계속 인상되면서 퇴직연금신탁(개인형 IRP) 해지하기로 마음 먹고 은행으로 향했다. 대기자가 제법 있었지만 예전만큼은 아니어서 10분 내에 창구에 앉을 수 있었다. 2010년 10월에 가입했던 퇴직연금신탁을 해지했다. 금리가 빠르게 인상되고 있는 시점에 퇴직연금신탁을 계속 유지하는 게 의미가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 실제 운용 다운 운용은 하지 않으면서 꼬박꼬박 운용보수를 공제했기 때문에 더 실익이 없었다.

퇴직연금을 해지하자 3일 후 입금되었다. 허공에 뜬 그 3일이 아까워 화가 좀 나 있었는데 그 3일 사이에 예탁 금리가 또 변경되었다. 3일 전 4.8% 금리에도 빨리 하려애썼는데 그 사이 5.95% 특판금리를 하고 있는 은행이 나타났다. 

아침 일찍부터 은행으로 향했다. 평소와 다르게 대기자들로 가득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특판금리 때문이었다. 난데없이 대기 순번표를 뽑아 들고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대기자가 많아지자 뒤선에 홀로 앉아있던 결재권자도 매장에 뛰쳐나와 입출금 같은 간편 업무를 봐주겠다며 소리쳤으나 아무도 간편 업무에는 응하지 않았다. 모두가 특판금리 예탁을 하러 온 사람들인 듯했다.     

나 역시 찾으려 했던 돈을 인출하지 않고 5.95% 특판에 예탁하기로 했다. 긴 대기줄에 서서 평소와는 다르게 4시간 이상을 기다렸다. 창구직원들은 점심시간도 반납한 체 일을 하였고 오후 6시가 넘도록 일을 하였다는 후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일을 마치고 은행 문을 나갈 때 다섯 시였고 그때도 대기자가 10여 명 있었으니 충분히 그럴 만했다. 특판금리를 판매하던 은행은 열흘의 기간을 정했지만 이틀 만에 소진되어 조기 종료되었다. 다음날로 미루지 않고 긴 대기줄에 서 있던 보람이 있었다.

당분간 5.95%를 능가할 금리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금리인상은 당분간 계속되고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뉴스다. 그러던 중 며칠 전 6.32%의 금리를 홍보하는 저축은행의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 지역 최고 금리다. 나는 보름 전에 계약했던 예탁을 해지하고 재예탁하기로 결정했다.
      
28일, 광고가 나온 지 1주일이 지난 상태였으므로 점심 먹고 여유 있게 저축은행으로 향했다. 은행 근처에 다다르자 사람들이 나오면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뭣 때문에 그러냐고 물었더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냥 나온다는 이유였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은행 계단을 올랐다.

문을 열기도 전에 입구부터 사람으로 막혀 있었다. 지난번 5.95%를 출시했던 은행보다 더 하다. 틈을 비좁고 들어갔더니 안에는 이미 대기자들로 가득했다. 번호표 기계에는 '마감 종료'라는 종이가 붙어있다. 벽에는 '오늘 업무 마감'이라는 안내지가 붙어있다. 이제 겨우 오후 2시인데 오늘은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예탁 해지한 현금까지 들고 온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입구에 서서 상황을 살피는데 관리자로 보이는 남직원이 입구에 서있는 사람들을 향해 번호표가 없는 사람들은 돌아가시라고 조심스럽게 권고했다.  

헛걸음이 될 순 없어 직원에게 "일단 지금 온 사람들만이라도 번호표 뽑으면 안 되겠냐"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없었다. 현재 번호표 들고 있는 대기자만 업무 하는데도 6시가 넘을 거 같다는 말만 반복했다. 대기자는 대략 30여 명 정도로 보였다. 이상태론 6시까지도 장담 못한다며 돌아가기를 거듭 권고했다.

저축은행 거래 몇 십 년 만에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십여분을 그렇게 서 있다가 돌아섰다. 나처럼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고, 끝까지 기다리며 눈치 살피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금리전쟁으로 때아닌 은행 오픈런이다.     

다음날 29일 아침 일찍 저축은행으로 향하기 전 또 한 번 금리를 확인했다. 어제까지 6.32% 였던 금리가 5.7% 로 변경되었다. 허탈했다. 하루 사이에 0.6%가 하락한것이다. 그럼에도 대기자가 15명이라고 안내했다. 특판이 끝난 금리인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지만 부지런한 사람만이 재테크에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만은 틀림없다. 당분간 은행 오픈런이 계속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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