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칼럼] 크론병 환자 대부분 소장에 염증… 소장내시경 적극 활용해야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홍성노 교수 입력 2022. 11. 3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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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제공
크론병은 만성 염증성 장질환으로 위장관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대장에만 염증이 국한되어서 발생하는 궤양성 대장염에 비해, 크론병은 대장과 소장의 접합부를 중심으로 대장과 소장에 걸쳐 염증이 주로 발생한다. 특히 한국인 크론병 환자는 서양인 환자 대비 대장에만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10% 이하로 드문 대신 소장에만 염증이 존재하는 경우가 25% 가량으로 비교적 흔하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 대장에 염증이 있는 경우 설사, 혈변 등의 증상이 흔하게 동반되는 것에 비해, 소장에 염증이 발생하면 염증이 심하지 않거나 장기간 지속돼 협착, 누공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까지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증상이 발생해도 대장내시경검사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고, 배꼽 주위 및 우하복부의 복통만 있어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오인되기도 쉽다. 소장 협착이 있을 경우 식후에 쥐어짜는 듯한 간헐적인 통증을 호소하고 복부 팽만, 구역, 구토 등의 증상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통상적인 위내시경 및 대장내시경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아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젊은 연령에서 단기간에 호전되지 않는 복통과 함께 식욕 부진, 체중 감소, 피로감 등이 동반된다면 소화기내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크론병은 한 가지 검사만으로는 진단이 어렵고 증상, 신체검진, 혈액검사, 대장내시경검사, 조직검사, 영상검사 등을 종합해 진단할 수 있다. 소장 크론병은 이러한 검사에 소장 검사를 추가해야 하는데, 전통적으로는 소장조영술을 시행했지만 민감도와 특이도가 낮아 병변을 놓치는 경우가 흔했다. 최근 CT 소장조영술, MR 소장조영술 등을 도입하면서 보완되기는 했지만 직접적으로 장관 염증 확인과 조직검사를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어 내시경검사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다만, 통상적인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은 소장 병변을 진단할 수 없기에 소장에만 병변이 있는 크론병 환자에게는 소장내시경검사가 필요하다.

소장내시경검사는 캡슐내시경검사와 기구보조소장내시경검사가 있다. 캡슐내시경은 100원짜리 동전보다 작은 크기의 내시경 캡슐을 삼켜서 검사하기 때문에 통증이나 불편감이 적고 전체 소장의 90% 이상을 확인이 가능하며 작은 염증도 발견할 수 있어 아주 초기의 소장 크론병도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협착이 동반된 크론병 환자의 약 5%에서는 캡슐이 협착 부위에 걸려서 저류가 발생하고 빠져나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기구보조소장내시경은 통상적인 내시경보다 길고 오버튜브(Overtube) 혹은 내시경 선단에 풍선을 달아 소장의 깊은 부분까지 진입할 수 있으며, 소장 병변을 직접 관찰하고 조직검사를 시행해 확진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단점은 소장 전체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지만 대부분의 소장 크론병의 병변은 기구보조소장내시경의 진입 가능 부위에 있으므로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또, 협착이 4cm을 초과하거나 누공과 같은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확장술도 시행할 수 있어 협착 치료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다만, 기구보조소장내시경은 특수한 소장내시경 장비와 투시 조영 장비를 갖춰야 하고, 일반적인 내시경에 비해 2~3명 이상의 추가적인 의료인력이 필요한 데다가, 검사 시간이 길고 힘들며 검사자의 경험도 많아야 해서 아직 보편화되지는 못했다.

크론병은 난치 질환으로 인식됐지만 치료 방법과 약제가 발전하면서 조기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로 장관 손상을 예방하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 됐다. 하지만 최근 향상된 진단 방법에도 불구하고 소장 크론병은 합병증이 발생한 이후에 진단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처럼 장관이 손상되기 전에 소장 크론병을 빠르게 발견하기 위해 소장내시경을 포함한 소장 검사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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