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모여 쓴 글, 책이 되다... "단단한 내가 될 것"
[오문수 기자]
▲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 인문사회과학관 103호실에서 열린 글쓰기 특강 종강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했다. 맨앞줄 오른쪽이 강의를 맡은 이민숙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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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28일(월) 오후 6시 반,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 인문사회과학관 103호실에서는 가을학기 글쓰기 특강을 마치는 종강식이 열렸다. 강의실에는 강사인 이민숙씨와 학생 20여명이 참석했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감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강된 글쓰기 특강(2022.10.06.~11.24. 매주 월,목요일 1시간)은 12시간의 강의로 구성됐다. 시인이자 샘뿔 인문학연구소장인 이민숙씨가 제시한 강의의 1차시 강의내용이다.
그녀가 학생들에게 제시한 운전의 조건은 운전자, 자동차, 승객, 운전법규, 목적지이다. 그녀는 '운전자를 작가에 비유했고, 자동차를 도구, 승객을 독자, 운전법규를 문장과 전체 글에 대한 규칙으로 비유하며 이들 모두의 조건들이 결합하여 조화로워야 목적지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 종강식을 축하하는 바이올린 연주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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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숙씨가 글쓰기를 등산에 비유한 내용도 비슷하다. 등산의 조건을 산, 걸어가는 길, 몸, 마음에 비유한 그녀는 '등산하는 동안 뛰어갈 수 없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이 도구의 전부다. 신발이 중요하다. 몸의 자세와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다. 날씨도 중요하다'고 했다. 시간이 나면 가까운 산에 오른다는 그녀가 말한, 등산할 동안 갖춰야 할 자세다.
"발로 땅에 입맞춤하듯 걸어라. 행동이야말로 내 유일한 소유물이다. 행복은 다양한 방법으로 찾아오고 여러 모습을 띤다. 삶에 힘을 내고 싶다면 우선 자신의 발밑에 있는 행복부터 잡아야 한다. 걷기 명상으로 대지의 힘을 온몸에 실어라. 다섯 번째 계단을 오르기 위해서는 네 번째 계단에서 힘을 빼라. 돈에 투자하는가? 행복해지고 싶다면 당신 삶에 투자하라."
그녀는 등산을 하면서 철학까지 한 셈이다. 등산하면서 명상하기를 권한 그녀는 "침묵은 어떤 말보다 강하다"고 말한 틱낫한 스님의 '천천히 가는 법'을 인용했다. 글의 영원한 주인공은 '나'라며 내 주변의 의식주가 글의 소재임을 설명하기도 했다.
나아가 적절한 시어를 먹을수록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재료가 풍부해진다며 독서를 권장한 그녀는 "서로의 글을 읽어주는 좋은 친구를 맺어 서로가 글을 공유해 멋진 작가가 되라"고 했다. 그녀의 권유를 따라 미리 숙제를 해온 학생들은, 각자 써온 글을 20장씩 복사해 주변 친구에게 나눠준 후 서로에게 감상평을 써주며 성장해 갔다.
종강식이 열린 28일 저녁에 학생들 앞에 놓인 건 그동안 갈고 닦으며 만든 작품집 <단풍잎은 붉어지고 겨울꽃은 피어나고>이었다. 6주간의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책 속에는 시, 수필, 후기가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 향상을 위한 강의를 개최하고 싶어 글쓰기 특강을 개설한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 교수학습담당자인 나예슬씨가 소감을 말했다.
"학점 수업이 아닌데도 문학 공부에 열정을 보여준 여러분이 너무 대견스럽고 멋졌습니다. 여러분의 가치관과 생각 등 마음속 세상 이야기와 만나며 여러분의 고민, 꿈, 감수성과 대화할 수 있는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요즘들어 자신의 일상을 새롭고 향기롭게 흔들어준 사건은 전남대학교 글쓰기 특강을 하러 집을 나서는 일이며 학생들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보았다"라고 말한 이민숙씨가 강의를 마친 소회를 말했다.
"'인문학이란, 글이란, 시란 좋은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어서 좋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 장자는 그 '말'뿐인 책이 무슨 소용이냐고 일갈했지만, 그렇다고 어디에 가서 이런 말들이 자연스러운 하늘의 말을 만날 수 있을 것인가? '비천하지만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물'이라고 한 그 말, 그 사물의 대표 격인 책에 대고 '고맙다' 인사 올리는 날이다."
▲ 글쓰기 특강을 마친 학생들이 강의를 담당했던 이민숙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쪽지 글과 함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책을 선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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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전만 해도 글쓰기에 대해 몰랐는데 지금은 꽤 괜찮은 글을 쓰고 책까지 냈네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글쓰는 방법이 무엇인지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신 이민숙 선생님께, 그리고 항상 불편한 점이 없게 학생들을 챙겨주시고 도와주신 나예슬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수강 기간 동안 가장 뛰어난 글을 써서 최우수 작가상을 받은 박규리 학생이 글쓰기 특강에 참여한 소감을 이야기했다.
▲ 학생들이 6주간 공부하며 썼던 시, 수필, 후기를 모아 출판한 책 <단풍잎은 붉어지고 겨울꽃은 피어나고>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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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장 사랑하는 이도, 나를 가장 미워하는 이도, 나를 가장 믿어주는 이도, 나를 가장 곤란하게 하는 이도, 모두 나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을까? 나의 사랑, 나의 증오, 나 자신의 사회, 나의 자기반성, 나는 나에게 전부가 되고 싶다. 남은 들어올 틈 없는 단단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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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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