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도시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3일 간의 축제

이경진 2022. 11. 3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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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디자인 축제, '3 데이즈 오브 디자인'

‘3 데이즈 오브 디자인(3 Days of Design)’은 덴마크 브랜드인 몬타나(Montana), 에릭 예르겐센(Erik Jørgensen), 앤커 & 코(Anker & Co), 크바드랏(Kvadrat)이 오래된 웨어하우스에 모여 시작한 디자인 페어다. 세계 최대 디자인 축제 ‘살로네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가 열리는 밀란에서 오랜 기간 거주하며 디자인 브랜드에서 일했던 시네 베르달 테렌지아니(Signe Byrdal Terenziani)는 3 데이즈 오브 디자인에 네 개의 브랜드만 참여하는 것이 유감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2014년 어느 날, 일을 모두 마친 저녁 시간에 친구들과 부엌에 모여 3 데이즈 오브 디자인의 첫 번째 확장판을 계획했다. 현재도 3 데이즈 오브 디자인 디렉터인 시네는 이 축제를 3일간의 ‘사랑의 프로젝트(Con Amore Project)’라 부른다.

당시 3 데이즈 오브 디자인에 참여한 모든 브랜드는 각자 가능한 방식(일부는 돈으로, 일부는 기자를 초대하는)으로 기여했다. 이런 협업은 업계에서 눈에 띄는 방식이었고 시네는 함께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업계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이해시키는 일이 가장 큰 역할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녀의 개인적인 열망과 노력으로 선보인 페스티벌의 새로운 방향은 성공적이었다. 36개의 참여 브랜드로 시작한 이벤트는 오늘날 200개가 넘는 브랜드가 함께하는 국제 축제로 성장했다. 3 데이즈 오브 디자인에 참여하는 대다수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브랜드지만 점점 타국 브랜드의 참여가 높아지고 있다. 3 데이즈 오브 디자인은 철저히 비영리 조직으로 운영된다. 이 조직은 카탈로그 제작과 각국의 프레스 관리, 투어 프로그램까지 맡으며 참여 브랜드로 하여금 페스티벌 기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모든 브랜드는 참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소득 기준으로 각각 다른 수수료가 책정되기 때문에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브랜드는 동일한 수준의 혜택을 받는다. 각각의 브랜드는 신제품 론칭과 디자이너 토크, 전시, 퍼포먼스 등으로 독자적인 디자인 세계를 선보이면서 축제 기간에 열리는 파티와 와인 테이스팅, 저녁 식사 같은 소셜 이벤트에서도 중요한 파트를 담당하며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3 데이즈 오브 디자인은 단순히 상업 목적으로 브랜드를 소개하는 이벤트가 아니다. 브랜드 이면의 디자이너, 장인을 비롯해 업계의 열정적인 사람들을 알고, 오브제가 주는 의미와 그 뒤에 숨은 노력을 배우는 시간이다. 방문자들은 평소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 쇼룸이나 사무실을 방문할 수 있고, 이벤트의 핵심인 스토리텔링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며, 영감이 되는 브랜드와 긴밀하고 직접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3 데이즈 오브 디자인에 전시되는 브랜드 선정 과정의 일부가 된다. 시네는 말한다. “디자인은 우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존재하며 사람과 사람을 진정으로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어야 해요. 브랜드가 자신들의 스토리를 통해 브랜드 가치와 새로운 경험을 방문자에게 제공하는 건 무엇보다 중요하죠.”

지난 9월 말에 열린 3 데이즈 오브 디자인에서는 수십 개의 디자인 브랜드가 도시 곳곳에서 신제품을 선보이고 다양한 형태의 이벤트를 펼치며 어느 때보다 다이내믹한 모습을 보여줬다. 마치 덴마크 디자인이 ‘골든 에이지’를 맞은 듯했다. 코펜하겐은 이 엄청난 에너지를 앞세워 밀란을 잇는 디자인 허브가 될 것이다. 팬데믹 동안에도 디자인 사업이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세련되고 지속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면서도 안락함과 웰빙을 추구하는 덴마크 라이프스타일 ‘휘게’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급증한 결과이기도 하다. 헤이, 구비, 프리츠 한센 등의 덴마크 브랜드들은 그들의 아카이브에서 발굴한 클래식 제품을 리브랜딩해 이를 부활시킴으로써 미래와 전통을 결합하는, 적극적이고 똑똑한 행보를 보였다. 또 새로운 세대의 비즈니스 리더들이 만든 수십 개의 신생 덴마크 브랜드도 급부상 중이다.

3 데이즈 오브 디자인의 가장 큰 원동력은 이 축제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다는 데 있다. 다른 페어나 이벤트와는 확연히 다른 노선이다. 덴마크 특유의 균형 잡힌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는 동시에 서로를 경쟁자로 생각하기보다 동료로 받아들이고 함께 성장하려는 분위기가 정착돼 있다. 다른 도시의 디자인 위크와 같은 무역박람회가 아니라 특별한 타이틀 없이도 누구든지, 또 얼마든지 도시 곳곳에서 열리는 이벤트와 파티, 디자이너 토크를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축제다. 지난 몇 해 동안 꾸준히 푸드 신에서 선두주자가 된 도시답게 음식 문화와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협력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올해는 현지 브랜드인 빕(Vipp)이 새롭게 개조된 과거의 연필 공장에서 그들의 스타일로 풀어낸 저녁 식사를 열었고, 프라마(Frama)는 레너베이션한 약국 내부의 스튜디오에서 매일 저녁 만찬을 주최했다.

이밖에도 메누가 디자인한 호텔 겸 라이프스타일 숍인 ‘더 오도(The Audo)’에서는 매일 저녁 칵테일 파티와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런 이벤트를 통해 덴마크 푸드 신까지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덴마크의 저명한 건축가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인플루언서, 전문가들 역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3 데이즈 오브 디자인을 세계적인 페스티벌로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짧다면 짧은 3일간의 여정은 덴마크라는 국가가 선사하는 안락함과 커뮤니티 기반의 사회, 라이프스타일이 섞여 그들만의 지속 가능한 생활, 균형 잡힌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협업으로 지어 올린 이 사랑의 축제는 덴마크 디자인을 국제적으로 성장시키고, 코펜하겐이란 작은 도시에 전 세계의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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