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보틀 제주'의 매장 디자인의 일등공신, 팀 바이럴스를 만났다

2022. 11. 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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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가구 디자인을 넘어 모든 곳에 지역의 고유성을 살리고 싶은 그들.

Four Brothers / Economical Chair 한 장의 합판에서 버려지는 조각 없이 의자를 완성하는 ‘포브라더스 컬렉션’과 합판 하나로 똑같이 생긴 의자 네 개를 만든 ‘이코노미컬 체어’.

Blue Bottle Jeju 블루보틀은 국내 첫 지방 매장 블루보틀 제주를 오픈하면서 팀 바이럴스를 협업 파트너로 택했다.

Plastic Dinner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한화 갤러리아 캠페인의 결과물 ‘라잇오션! 플라스틱 디너’. 해안가에 버려진 플라스틱들을 잘게 분쇄해 누룽지 같은 플레이크 형태로 작업했다.

Clash De Cartier 메종 까르띠에의 팝업 살롱 ‘클래쉬 드 까르띠에’. 한국의 정자와 유럽 살롱의 기능적 공통점에서 착안해 가구와 공간을 디자인했다.

Samsung Refrigerator삼성전자 비스포크(Bespoke)와 팀 바이럴스의 아티스트 문승지와의 협업.

MZ세대의 로컬 디자인 · 팀 바이럴스(Team Virals)

‘블루보틀 제주’와 팀 바이럴스의 협업 소식은 뜻밖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거의 모든 블루보틀 매장은 일본 건축가 조 나가사카(Jo Nagasaka)가 도맡아왔기 때문이다. 패션 브랜드 COS 쇼룸을 위한 가구 ‘포 브라더스(Four Brothers)’와 글로벌 광고 캠페인 모델로 유명세를 탄 가구 디자이너 문승지를 주축으로 2018년 결성된 크리에이티브 그룹 팀 바이럴스는 ‘퐁낭’이라는 제주도의 풍습을 공간에 대입해 풍경을 짓기 시작했다. 퐁낭은 마을 입구를 지키던 팽나무의 제주 사투리로, 예부터 마을 주민들의 휴식처이자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파란 유리병이 새겨진 그림같은 돌담집 안에선 길게 자란 삼나무 사이로 성불오름이 보인다. 단순하고 정갈하면서도 삶이 깃든 공간. 팀 바이럴스는 한국의 지역성과 전통에서 디자인의 답을 찾는다.

강원도 오대산의 월정사는 이들의 방향성이 드러난 첫 번째 공간 프로젝트다. “어느 날 스님이 저를 찾아오셨어요. 월정사 서별당의 보수 공사를 하면서 마룻바닥과 기둥을 뜯어냈는데 이 나무들을 그냥 버리기 너무 아쉽다고요.” 한 장의 합판에서 버려지는 조각 없이 의자를 완성하는 포 브라더스 컬렉션을 선보인 바 있는 문승지는 포 브라더스의 패턴을 활용해 벤치를 만들었다. 곡선 형태의 금속 조각이 서로 맞물려 다리 역할을 하고 고재들은 좌판 역할을 한다. 쓸모를 잃은 재료들이 새 기능을 찾으며 기왓장을 닮은 야외 벤치가 완성됐다. 그 인연으로 월정사의 티 하우스까지 프로젝트가 이어졌다. 스님들이 오랜 시간 가꿔온 관목 식물이 원형 테이블 중앙에 자리한 공간은 오래된 한옥 구조로 만월산의 선한 기운이 사방의 창을 타고 흐른다. 제주도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가 된 방앗간 컨셉트의 카페 ‘인스밀’ 역시 이들의 작품이다. 읍내 마늘 창고를 개조한 인스밀은 제주도가 고향인 문승지가 친구들과 함께 1년 가까이 작업했다.

조경 스튜디오 꼬네띠(Kkonetti)가 마당에 야자수와 사철나무를 심었고 서까래가 드러난 실내 바닥은 화산 송이로 마무리했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흔히 마주치던 야자수밭과 붉은 흙을 최대한 활용했어요.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한 창고의 특성을 살려 내부는 다소 불편하게 만들었고요. 사람들이 안보다 밖에 머물며 자연의 소리와 햇빛, 바람을 느끼고 그림자 아래서 땀을 식히길 바랐습니다.” 전통 방식으로 볏짚을 엮은 초가지붕은 성읍민속마을 장인의 솜씨다. 세면대 역할을 하는 옹기와 망태기 등의 살림살이, 아무렇게나 돋아난 풀 한 포기까지 멋스럽다. 최근 문승지가 작가로 참여한 메종 까르띠에의 팝업 살롱 ‘클래쉬 드 까르띠에’ 역시 로컬리티에 대한 팀 바이럴스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클래쉬 컬렉션의 양면성에서 영감을 얻은 그는 한국의 정자와 유럽 살롱의 기능적 공통점에서 착안해 가구와 공간을 디자인했다. 돌탑을 쌓듯 까르띠에의 보석들을 분해해 석등을 만들고, 살롱 가운데는 호족반 등 우리 소반에서 모티프를 딴 가구들을 놓았다. 오는 11월 팀 바이럴스는 청담동으로 사무실을 확장 이전한다. 내년에는 가구 브랜드도 선보일 예정이다. 명확한 목표는 없다. 다만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나은 뭔가를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

팀 바이럴스만의 디자인 원칙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우리는 팀워크를 중시한다. 세 명의 공동대표인 문승지, 정석병 디렉터, 정창기 매니저 외 11명의 팀원과 파트너들이 있다. 공간과 가구 디자인뿐 아니라 우리가 창조성을 발휘할 수 것이면 무엇이든 좋다. 제주도의 스토리를 향으로 담은 향수를 만든 적도 있다.

팀 바이럴스에 디자인을 의뢰하고 싶다면

부담 없이 전화 달라(웃음).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일을 결정하진 않는다. 요즘은 기업보다 개인과의 프로젝트를 더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건 개인의 경우 작업의 깊이가 다르다. 새로운 인연을 맺는 것도 즐겁다. 의뢰가 오면 우린 꼭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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