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공황장애 청소년

입력 2022. 11. 30. 10:45 수정 2022. 11. 3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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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황장애에 관한 뉴스가 많이 나오면서 "제게 공황장애가 있어요"라며 스스로 꼬리표를 붙이고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13세 여학생 K는 등굣길에 버스 안에서 공황상태를 경험했다.

실제로 공황장애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중요한 특징은 공포, 불안 자체보다 공포, 불안을 피하기 위한 '대처 방식'이다.

만일 공포, 불안을 피하기 위해 K와 같이 학교를 가지 않거나 버스를 타지 않고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한다면 그의 삶이 원하는 방향에서 점점 벗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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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피하지 않고 친해질 때 공황장애 극복

요즘 공황장애에 관한 뉴스가 많이 나오면서 “제게 공황장애가 있어요”라며 스스로 꼬리표를 붙이고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13세 여학생 K는 등굣길에 버스 안에서 공황상태를 경험했다. 처음엔 가슴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죽을 것 같은 두려움에 숨을 가쁘게 쉬었다.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렸고 버스에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미칠 것만 같아 버스에서 내려 응급실을 찾았다. 이후 버스를 탈 수 없다. 사람 많은 곳에 가면 또 그런 일이 있을까 싶어 학교도 갈 수 없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공황발작을 하면 ‘미쳤다’고 생각할까 걱정이 돼 피한다.

공황증상은 실제 위험 또는 명백한 원인 없이 종종 예기치 않게 뜬금없이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거짓 경보”로 불린다. 여러 연구에서 공황발작이 생각보다 매우 흔한 것으로 밝혀졌다. 100명 중 대략 10~33명은 공황 유사 증상을 경험한다. 스트레스가 높으면 공황증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편안한 상태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밤에 잠을 자다가도 나타날 수 있다. 공황의 본질은 공포감인데 어이없게도 신체 알람기능의 오작동에 의해 일어난다. 실제로 위협적인 상황이 아닌데도 알람기능이 잘못 작동해 ‘공포’의 여러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공포와 불안의 차이는 뭘까. 원래 공포감은 현재의 위협에 대한 자율신경계의 반응이다. 강렬한 신체감각(심박수 증가, 호흡이 가빠짐, 근육에 힘이 들어감)이 나타나고 그러한 감각이 발생하는 상황이나 장소에서 도망하려는 강한 충동이 동반된다. 숲속에서 호랑이를 만났거나 갑작스러운 재난에 직면했을 때 이런 자율신경계 반응이 자동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인류는 자연계에서 살아남아 진화하기 어려웠을 거다.

공포감과 대조적으로 불안은 미래를 향한 감정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면서 생기는 마음의 상태다. 공포감과 달리 자동 반응이라기보다는 마음이 속삭이는 소리, 즉 생각에 대한 반응이다. K의 경우 ‘사람 많은 곳에 가면 공황 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공황발작을 하면 미쳤다고 남들이 생각하지 않을까’ 등은 불안이다. 공황장애에서 이를 ‘예기 불안’이라고 한다. 불안을 경험할 때는 염려, 걱정, 근육 긴장 등이 동반한다. 불안과 관련된 신체 변화는 공포보다 덜 뚜렷하고 덜 극적이다. 그러면서 길게 오래 지속하는 경향이 있다.

공황증상은 누구나 흔하게 경험하는 공포 반응인데 여기에 ‘예기 불안’이 동반할 때 ‘공황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치료에서도 공황증상 자체보다 예기 불안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불안 또는 위험에 대비하게 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미래 사건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는다면 잠재된 위험에 효과적 조치를 취하도록 미리 준비할 수 있겠는가.

공포감처럼 불안도 제거하거나 회피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공황장애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중요한 특징은 공포, 불안 자체보다 공포, 불안을 피하기 위한 ‘대처 방식’이다. 만일 공포, 불안을 피하기 위해 K와 같이 학교를 가지 않거나 버스를 타지 않고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한다면 그의 삶이 원하는 방향에서 점점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일부는 이런 회피행동을 하기보다는 불안을 품은 채로 학교에 가고 불안을 유발하는 장소도 방문하고 사람을 만난다. 이렇게 불안을 피하지 않고 친해질 때 공황장애는 비로소 극복될 수 있다.

불안과 공포를 피하지 않고 맞닥뜨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를 피하지 않고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마음의 근육이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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