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의 시시각각] 선을 넘는 대통령 흠집 내기

김동호 입력 2022. 11. 30. 00:56 수정 2022. 11. 30.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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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경제에디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인신공격이 선을 넘고 있다. “바지를 거꾸로 입었다.” “김앤장 변호사 30명과 청담동에서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시고 동백아가씨 노래를 불렀다.” 우리 국민을 얼마나 대표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런 내용의 유튜브 방송이 넘쳐난다. 댓글만 보면 상당수가 이런 얘기를 기정사실로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지를 거꾸로 입는다는 건 정상적인 생각으로는 상상하기 어렵다. 바지를 거꾸로 입은 채 과연 벨트를 채울 수 있을까. 더구나 한두 걸음이라도 앞으로 걸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인터넷에선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서 있는 윤 대통령이 바지를 거꾸로 입었다고 주장하는 글과 사진이 떠돈다. 말이 안 되는 얘기지만, 일각에선 그런 주장이 기정사실로 여겨지면서 수많은 동조 댓글이 달려 있다.

김앤장 변호사 30명이 모이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김앤장 변호사는 2000명에 이른다. 매우 많기 때문에 30명쯤 모이는 게 쉬워 보일 수 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요즘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시는 간 큰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코로나 여파까지 겹쳐 음주문화가 더욱 바뀐 데다 새벽까지 마시고 귀가하면 집에서 살아남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더구나 곧바로 출근해 제대로 일하는 게 가능할까.

정치 공세 넘치며 가짜뉴스 판쳐
그대로 믿는 사람 적지 않아 문제
근거 없는 정보·뉴스 잘 가려내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일론 머스크 미국 테슬라 CEO와 화상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가발을 쓴다면서 아예 머리카락이 없는 이미지를 만들어 SNS에 뿌리기도 한다. 한 장관에 대한 공격은 곧 윤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다. 한 장관을 잘 아는 법조인에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이라 해도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가짜 이미지를 자꾸 만든다는 게 문제다. 바지 스타일과 머리카락까지 문제 삼는 건 증오를 확대 재생산한다. 부정적 낙인을 찍어 증오하게 만드니까 문제다.

가짜뉴스가 넘치는 건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일명 병풍(兵風)으로 알려진 두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 제기는 이회창 전 국무총리가 대선에서 연거푸 낙선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거짓이라도 주장하면 믿는 사람이 적지 않다. 헛소문을 그레이프바인(grapevine)이라고 부르게 된 유래만 봐도 알 수 있다.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 당시 최전방 소식을 전하기 위해 기자들은 전보를 쳤다. 나무 전봇대에는 구리 전선들이 어지럽게 엉켜 있었는데 마치 포도나무 덩굴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 너무 엉성해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헛소문이 퍼질 때가 많았다.

지금은 이 역할을 인터넷 기반의 각종 SNS가 한다. 구리 전선보다 전파력이 강력하고 무차별적이다. 아니면 말고는 기본이다. 발신자에게 확인 의무는 없다. 의혹이 제기되면 도마 위에 오른 사람이 해명해야 한다. 바지를 거꾸로 입거나 새벽 3시에 노래를 불렀다는 풍문이 돌아도, 대통령이 그걸 정색하고 해명하는 건 우스꽝스럽다.

그렇다 보니 악의적 이미지는 무한 생산, 무한 복제된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사회적 스토킹은 집요한 수준을 넘어 악마화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아픈 아이를 위로한 사진은 ‘빈곤 포르노’라는 악의적 프레임이 붙여지고 조명을 켰다는 것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는 포도 넝쿨 퍼져 나가듯 악의적 프레임을 즐기고 소비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오·탈자도 철저히 확인하는 신문에선 있을 수 없는 얘기들이 SNS에선 어지럽게 뒤엉킨 포도 넝쿨처럼 퍼져 나간다. 그 가짜 정보는 손안의 스마트폰에 24시간 전달된다. 댓글에는 실명을 쓰지 않으니 말은 더 거칠어지고 확증편향은 깊어진다.

물론 가짜뉴스의 위력은 점차 약화하고 있다. 가짜뉴스가 판을 친 지 오래됐고, 김의겸 국회의원 같은 상습적 가짜뉴스 전달자들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게 사라지지도 않을 것 같다. 눈 크게 뜨고 귀를 열어 진짜와 가짜를 식별해야 한다. 가짜뉴스는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 그런 위험에서 늘 벗어나야 한다.

김동호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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