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한전

장원석 입력 2022. 11. 30. 00:46 수정 2022. 11. 30.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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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석 증권부 기자

3000억원도, 3조원도 아니고 무려 30조원. 올해 한국전력의 예상 영업손실 규모다. 경기도의 한 해 예산과 맞먹는다. 적자의 이유는 간단하다. 생산된 전기를 비싸게 사와서, 싸게 팔기 때문이다. 원룟값을 요금에 반영한다는 ‘연료비 연동제’는 무용지물이었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을 늘 ‘요청’했으나, 정부는 늘 ‘거절’했다.

버티기 힘든 수준의 적자지만 전력 공급을 독점하는 이 공기업은 누가 도와도 돕는다. 일단 정부는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발전사에서 좀 싸게 사오겠다는 뜻이다. 한전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에서 5배로 높이는 한전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은행 역시 손을 내밀었다. 연말까지 2조~3조원을 빌려줄 계획이다. 돈줄 막힌 한전에 숨통을 틔워주려는 의도다.

모두 좋은 방법이 아니다. 급한 건 알겠으나 SMP 상한제는 한전의 적자를 발전사의 적자와 맞바꾸는 것뿐이다. 한시적이지만 재산권 침해 소지도 있다. 한전채는 이미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한전채 같은 우량채가 발행량을 늘리면 시중 자금이 그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자금 경색 우려가 큰 상황이다. 돈이 진짜 필요한 곳으로 흘러가지 못할 수 있다. 시중은행이 등 떠밀리듯 등판한 것 역시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일단 전기요금 현실화가 시급하다. 정부도 내년엔 인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손실 규모를 고려하면 큰 폭으로 올려야 한다. 하지만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선거는 다가온다. 어설프게 올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전기요금 인상 또한 미봉책일 뿐이다.

유가가 하락하고, 적자 폭이 줄고, 또 어쩌다 한전이 흑자를 내면 지금의 걱정은 사그라질지 모른다. 다만 확실한 건 이런 상황이 반복될 거란 점이다. 한전은 이익을 남기면 국민 고혈을 짠다는 비판을 받고, 손해를 보면 무능한 공기업 취급을 받는다. 최근 10년 동안에도 이런 사이클을 여러 번 돌았다. 일반 투자자 비중이 40%에 달하는 상장사이면서, 강력한 정부 통제를 받는 공기업이란 이중 신분 때문이다.

이 애매함을 그냥 두고선 어떤 대책도 잠깐이다. 전기요금은 앞으로도 정권에 따라 춤을 출 것이다. 정부가 확실하게 떠안든, 시장에 맡기든 이제는 결단할 때가 됐다.

장원석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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