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 별난 작가 슈시테르쉬치 "작품 만지며 놀아보세요"
서울 평창동의 프로젝트 스페이스 미음 갤러리에 들어서자 낯선 느낌이 물씬 들었다.
여느 전시와 다른, 어쩌면 전시 같지 않은 낯선 느낌 때문이었다.
나무 탁자와 의자가 늘어져 있고, 벽엔 소품 몇몇이 걸린 게 다였다.
아폴로니아 슈시테르쉬치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건만 이러했다.
그에게 이 낯선 느낌이 드는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갤러리는 이 사회에서 최상의 기호를 판매하는 곳이잖아요.
갤러리스트는 여기서 사람들이 작품을 사게끔 충동을 끌어내고요.
관객은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려고 애쓰고요.
저는 이 관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심이 있어요.
이른바 ‘사회참여예술’이라고 부르는 작업이에요.
한국에서는 이를 ‘관계 미학’이라고 하죠.”
이는 작품을 팔고 사는 전통적인 갤러리 행태를 깨 보려는 시도였다.
구체적 말하자면 이러하다.
벽에 걸려있는 형형색색의 요소는 의자, 테이블을 분해한 것들이다.
관객은 갤러리스트에게 요구하여 그것들의 위치를 옮기게 할 수 있다.
바닥에 설치된 의자와 테이블도 앉거나 옮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작품을 만지거나 옮길 수 없는 갤러리 행태에 대한 반란이다.
결국 그가 이러한 퍼포먼스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뿐 아니라 관객도 다 자기만의 생각이 있죠.
작가는 관객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결국 그 환경 안에서 관객이 스스로 움직이게끔 하는 게 목적이에요.
어떤가요? 놀이터 같죠? 갤러리로 놀러 오세요. 이 또한 예술인 거죠.”
갤러리에 들어서서 느낀 낯선 풍경만큼이나 생경한 개념 예술인 게다.
이틀 뒤 열린 전시 오픈 또한 남달랐다.
푸드트럭에다 붕어빵과 어묵을 준비하여 동네 이웃과 함께했다.
결국 갤러리와 사람, 작품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그에겐 예술인 게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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