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 별난 작가 슈시테르쉬치 "작품 만지며 놀아보세요"

권혁재 입력 2022. 11. 30. 00:44 수정 2022. 11. 30.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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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니아 슈시테르쉬치는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는 건축가 겸 시각예술작가다. 1990년부터‘사회참여예술’이라고 부르는 형태의 작업을 시작했다. 2016년엔 광주비엔날레에 초청되어 배다리 작가와 함께 지역 공동체 협업 예술 워크숍 ‘두암동 교실’을 열고 주민 협업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서울 평창동의 프로젝트 스페이스 미음 갤러리에 들어서자 낯선 느낌이 물씬 들었다.
여느 전시와 다른, 어쩌면 전시 같지 않은 낯선 느낌 때문이었다.
나무 탁자와 의자가 늘어져 있고, 벽엔 소품 몇몇이 걸린 게 다였다.

관객은 나무 의자와 테이블을 옮기거나, 그곳에 앉아도 된다. 결국 의자와 테이블은 관객과 작가 간의 상호작용을 이끌기 위한 요소일 뿐이다. 12월 15일(목)까지 평창동 프로젝트스페이스 미음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아폴로니아 슈시테르쉬치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건만 이러했다.
그에게 이 낯선 느낌이 드는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갤러리는 이 사회에서 최상의 기호를 판매하는 곳이잖아요.
갤러리스트는 여기서 사람들이 작품을 사게끔 충동을 끌어내고요.
관객은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려고 애쓰고요.
저는 이 관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심이 있어요.
이른바 ‘사회참여예술’이라고 부르는 작업이에요.
한국에서는 이를 ‘관계 미학’이라고 하죠.”

그는 1990년부터 커뮤니티 공공 공간에서 주로 일을 했다. 갤러리 공간에서의 전시는 거의 20년 만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는 작품을 사고파는 기존 갤러리의 관행을 깨보고 싶다고 했다.


이는 작품을 팔고 사는 전통적인 갤러리 행태를 깨 보려는 시도였다.
구체적 말하자면 이러하다.
벽에 걸려있는 형형색색의 요소는 의자, 테이블을 분해한 것들이다.
관객은 갤러리스트에게 요구하여 그것들의 위치를 옮기게 할 수 있다.
바닥에 설치된 의자와 테이블도 앉거나 옮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작품을 만지거나 옮길 수 없는 갤러리 행태에 대한 반란이다.

작가는 갤러리 직원에게 갤러리스트 전형의 옷을 만들어 입혔다. 이는 일종의 퍼포먼스를 위한 것이다. 관객은 이 직원에게 벽에 걸린 요소를 옮기거나 떼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결국 그가 이러한 퍼포먼스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뿐 아니라 관객도 다 자기만의 생각이 있죠.
작가는 관객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결국 그 환경 안에서 관객이 스스로 움직이게끔 하는 게 목적이에요.
어떤가요? 놀이터 같죠? 갤러리로 놀러 오세요. 이 또한 예술인 거죠.”
갤러리에 들어서서 느낀 낯선 풍경만큼이나 생경한 개념 예술인 게다.

아폴로니아 슈시테르쉬치는 벽을 유치원의 놀이 공간처럼 꾸몄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기 와서 노세요”라며 두손을 펼쳐 보였다.


이틀 뒤 열린 전시 오픈 또한 남달랐다.
푸드트럭에다 붕어빵과 어묵을 준비하여 동네 이웃과 함께했다.
결국 갤러리와 사람, 작품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그에겐 예술인 게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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