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영웅’의 강한 한 방…폭력 멈추고픈 이들의 폭력이라 통했다

남수현 2022. 11. 3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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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8부작)은 공부 밖에 모르던 모범생 연시은(박지훈)이 학교 안팎의 폭력에 대항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학원 액션물이다. [사진 웨이브]

약할 줄 알았으나 강했다. 지난 18일 공개된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1’(이하 ‘약한영웅’)이 각종 악조건을 뚫고 올 하반기 OTT(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약한영웅’은 공부밖에 모르던 고등학생 연시은(박지훈)이 처음으로 사귄 친구 안수호(최현욱), 오범석(홍경)과 함께 학교 안팎의 폭력에 맞서나가는 과정을 그린 학원 액션물이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회까지 공개됐을 때부터 입소문이 나더니, 8부작 전체 공개 직후 단숨에 웨이브 신규 유료 가입자 견인 1위에 올랐다. OTT 통합검색 사이트 키노라이츠가 집계한 11월 3주차(19~25일) 랭킹에서 2위를 차지했고, 라쿠텐 비키(Rakuten ViKi) 등 해외 플랫폼에서도 평점 9.8점을 기록(28일 기준)하는 등 국내외에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약한영웅’의 성과는 감독(유수민)과 배우가 모두 신인인 데다 ‘청불’(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불리한 요소를 넘어선 결과이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 ‘학원 액션물’이라는 장르에 으레 기대되는 자극은 충실히 보여주되, 폭력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인물들의 사연과 감정선을 세밀하게 채워 넣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던 시은은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공부에만 몰두하는 자발적 아웃사이더다. 그런 시은에게 일진 무리는 끊임없이 시비를 걸어온다. 이들의 괴롭힘 때문에 모의고사를 망친 시은이 마침내 분노를 터뜨리는 장면은 잔인하지만 통쾌하게 느껴진다. 약골로만 보이던 시은이 “힘은 가속도와 질량에 비례한다”와 같은 물리 법칙을 읊조리며 ‘지략’으로 일진들을 제압하는 모습은 카타르시스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시은을 돕다가 폭력에 휘말리게 되는 수호와 범석도 제각각 사연이 가득한 인물들이다. 싸움 실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수호에게는 학교생활보다 배달 알바 등 생계를 위한 활동이 훨씬 중요하다. 그런 수호의 눈에 악에 받쳐 싸우는 시은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나서야 할 땐 나서는’ 의리파 기질의 수호는 점점 깊숙하게 폭력에 개입하게 된다.

전학 온 범석은 ‘국회의원 아들’이라는 수식어로 유명하다. 전 학교에서 학폭에 시달렸던 범석은 폭력에 대항하는 시은·수호를 동경하는 마음에 이들과 친구가 되지만, 뿌리 깊은 열등감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세 친구 모두 어른들의 무관심 혹은 학대 속에 있다는 점에서 ‘약한영웅’은 폭력의 뿌리를 날카롭게 고발하는 미덕도 확보한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액션이 등장하는 장면들이 자극적이고 끔찍하긴 하지만, 각 인물이 처한 입장과 내면의 감정을 충분히 담아냄으로써 아이들의 폭력 너머에 있는 어른들의 잘못 등을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함께라면 더는 두려울 게 없어 보이던 세 친구의 우정은 미묘한 입장 차이와 오해로 인해 뒤틀리게 되고, 그 갈등은 이들을 더욱 거대한 폭력 앞에 데려다 놓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더 이상 어떤 갈등이 있을까 생각이 드는 시점에 아이들 관계 내부의 문제가 터지면서 새롭게 몰입감이 형성된다”며 “점점 더 센 적수를 세우는 식으로 이야기를 잘 쌓아나갔다”고 분석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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