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장 당한 벤투 감독의 사과 "우리 선수들에게 가장 미안하다"
“팀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한 행동이었지만, 감정이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경기 중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린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우리 선수들에게 특히 미안하다.”
아프리카의 복병 가나와의 대접전에서 아쉽게 패한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 당한 상황에 대해 선수들에게 사과했다.
벤투 감독은 29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주심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하는 분인데, 우리 팀에 대한 존중은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그렇더라도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건 내 실수”라고 말했다.
한국은 하루 전 가나와의 카타르월드컵 본선 H조 2차전에서 2-3으로 졌다. 전반에 2골을 내준 뒤 후반에 2골을 따라붙어 승부의 균형을 맞추고, 추가실점 이후 후반 인저리타임 막판까지 대추격전을 펼친 명승부였다.
아쉽게 패한 한국은 조별리그 2경기에 1무1패를 기록, 승점 1점으로 조 3위로 내려앉았다. 포르투갈이 2연승, 승점 6점으로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지었고, 가나가 2위(1승1패·4점)다. 우루과이는 한국과 승점 및 전적이 같지만, 골득실(한국 –1, 우루과이 –2)에서 뒤져 4위다.
벤투 감독은 “내가 다음 경기에 벤치에 착석하지 못하는 게 좋은 상황이라 말할 순 없다. 모두가 내 책임”이라면서 “다행히 우리는 이제까지 해왔던 대로 하고 있고, 무엇을 해야할 지도 잘 안다. 다음 경기까지 우리가 준비한 걸 다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어 “포르투갈전에서 좋은 팀이 무엇인지, 좋은 조직력이 무엇인지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를 이끌어낸 혈투였지만, 경기 종료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 10분의 후반 추가시간 내내 대공세를 펼친 한국이 마지막 순간 코너킥 찬스를 잡았지만, 주심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경기를 끝냈다. 이에 격분한 벤투 감독이 주심에게 달려가 격렬하게 항의하다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당했다. 벤투 감독은 오는 3일 0시 포르투갈과의 H조 3차전 당일 벤치에 앉지 못 한다.
대회 규정 상 선수·코칭스태프 등 경기 참가 인원이 경기 도중 통신도구 등을 이용해 외부와 연락을 취하는 게 일절 금지돼 있다. 포르투갈전 당일 VIP석에서 경기를 지켜 볼 벤투 감독이 벤치에 전술 변화, 선수 교체 등의 의사를 전달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벤투 감독은 “규정상 벤치와 의견을 주고 받을 순 없지만, 나 이외의 코칭스태프들도 모두가 실력 있는 사람들이고 모두 함께 팀 훈련을 이끌어왔다”면서 “내가 없어도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축구대표팀은 가나전 아쉬운 패배의 여운을 털어내고 훈련을 재개했다. 손흥민(30·토트넘)과 김민재(26·나폴리), 황희찬(26·울버햄프턴) 등 재활 중인 선수들의 컨디션 회복이 관건이다. 포르투갈의 선수 및 전술적 특성에 대비한 맞춤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벤투 감독은 “황희찬과 김민재가 나란히 부상 중이지만 두 선수의 상황은 서로 다르다”면서 “두 선수 모두 대표팀에 희생하겠다는 마음이 크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상태를 지켜봐 가며 활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려면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놓고 우루과이-가나전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가나가 우루과이와 비기거나 지면 골득실과 다득점 승자승 등을 따져 16강에 올라갈 가능성이 열린다. 가나가 이기면 16강 진출의 경우의 수는 사라진다.
“우리는 가나전에서 여러모로 좋은 면을 보여줬지만 (승리하기엔) 충분치 않았다”고 언급한 그는 “포르투갈과 같은 강팀을 이기려면 많은 것들을 잘 준비해야한다. 우리가 가진 능력의 한계까지 끌어내 플레이하도록 준비할 것”이라 다짐했다. 이어 “지난 두 경기에서 나온 좋은 모습들을 적절히 끌어내고 실수는 줄여가는 게 남은 과제”라고 강조했다.
도하(카타르)=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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