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학군 수요 ‘잠잠’…반포 전세 9억 ‘뚝’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2. 11. 2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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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孟母’도 못 이긴 고금리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에서는 최근 두 달간 전용 84㎡ 전세 계약이 12억~13억원대에도 이뤄지면서 지난해 고점보다 10억원 가까이 시세가 빠진 모습이다. (윤관식 기자)
“보통 이 시기에는 하루 종일 전세 문의가 들어오고 전셋값도 평소보다 오르고는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문의도 거래도 별로 없네요. 세입자를 못 구한 집주인들이 전세 가격을 수억원씩 내리고 있어 계약을 안 하고 뜸 들이는 손님도 많습니다.” (대치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교육 1번지’ 서울 강남 대치동 일대. 매년 수능을 전후해 대출을 받아서라도 이사하려는 학부모가 몰리는 11월은 전세 수요는 많고 매물은 한정적이다 보니 전셋값이 강세를 띠는 시기다. 하지만 이런 전세 불패 지역도 최근 꽁꽁 얼어붙은 시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최근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 전세 매물 시세는 5억원 초중반대에 형성돼 있다. 이전 거래가에 비하면 1억~2억원 정도 내린 수준이다.

최근 서울 주요 지역 전셋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역전세난(잠깐용어 참조)이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대출 금리가 7%대에 육박하면서 서울 부촌으로 꼽히는 강남권마저 역전세난을 걱정할 만큼 전세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전세 매물이 수백 건씩 쌓였는데도 집주인이 세입자를 못 구해 전세 호가를 계속해서 내리고 있어서다. 특히 강남은 입지와 학군이 우수해 부동산 침체기에도 전셋값이 방어되던 지역이라, 강남권 지역 전세 하락세가 서울 전역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클 전망이다.

11월 24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전세 물량은 5만2422건으로 세 달 전(3만3331건)과 비교해 57.2%가량 늘었다. 특히 강남구의 경우 7670건으로 세 달 전보다 63.4% 늘었고, 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지난해 8월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보통 11~12월 수능을 전후로 학군 수요가 몰리며 전세 거래가 집중적으로 이뤄지지만, 최근에는 거래가 뜸하면서 매물이 쌓여가고 있다. 지난 세 달간 서초구(3924건 → 5088건, 29% 증가), 송파구(3071건 → 4790건, 55.9% 증가)에서도 전세 매물이 급증했다.

매물이 소화되지 않은 채 쌓이면서 전세 가격도 약세를 띠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59% 떨어지며 통계 조사 이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강남구도 0.53% 떨어지며 전주(0.39%)보다 낙폭이 커졌다. 서초구는 11월 첫째 주(-0.31%)에 이어 둘째 주(-0.74%) 전세가격지수 낙폭이 두 배로 커졌고, 송파구는 10월 마지막 주(-1.04%)에 이어 11월 들어 첫째 주(-0.71%), 둘째 주(-0.77%)까지 전세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수능일 직후 으레 전셋값 상승을 보이던 2020~2021년과 다른 양상이다.

내년 2월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장인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총 3375가구)’에서는 전세 매물이 705건(11월 24일 아실 기준)이나 나와 있다. 입주장에 매물이 많다 보니 인근 단지와 비교해 수억원 이상 떨어진 가격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전용 59㎡의 경우 최저 호가가 7억5000만원, 전용 84㎡는 11억원대다. 지난 몇 년간 일대에 신축된 아파트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던 가격이다. 개포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가격을 내리고 있는데도 매물은 나가지 않는 상황”이라며 “바로 옆 2019년 8월 입주한 개포디에이치아너힐즈 전용 59㎡는 12억~13억원 수준이던 호가가 9억원대까지 떨어졌다”고 귀띔했다.

서울 강남권 대표 부촌 중 하나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에서는 지난 11월 9일 전용 84㎡ 전세 계약이 12억3750만원에 체결됐다. 지난 6월만 해도 역대 최고가인 22억원에도 전세 거래가 이뤄졌는데 지난 10월 15억원대 초중반에 계약 갱신이 이뤄졌고 올 하반기 들어서만 시세가 40%가량 내렸다. 최근에는 13억원대에 나온 전세 매물도 여럿이다. 인근 단지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올해 23억원에 전세로 거래됐지만, 최근 호가는 14억5000만원까지 내렸다. ‘반포리체(20억원 → 12억원)’ ‘반포써밋(19억원 → 11억원)’ 등 다른 아파트 단지도 올해 최고가 대비 전세 호가가 떨어졌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 3월 15억8000만원까지 올랐던 전셋값이 최근 호가 기준으로 8억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지난 6월 15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진 것을 비춰보면 사실상 반 토막 수준이다. 잠실동에서는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전용 84㎡ 최저 호가가 모두 1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1년 사이 5억원가량 급락했다. 엘스 전용 84㎡는 지난 11월 9일 8억913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받았는데 2년 전 시세를 감안하면 집주인은 3억~4억원을 토해내야 한다.

▶금리 못 버텨 수요는 줄었는데

▷입주 몰리고 전세 매물은 급증

강남권 전셋값이 하락한 것은 금리 인상 여파가 크다. 전세대출 금리 상단이 6~7%대까지 치솟은 반면 11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평균 3.13%(KB국민은행 기준)로 나타났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1억원을 빌린 후 갚아야 하는 월 이자(약 70만원)보다 전세금 1억원을 월세(약 32만원)로 바꿔 내는 게 이익이다 보니 전세를 꺼리게 되는 것. 대신 전세보다 월세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신축 아파트 입주가 줄줄이 예정되면서 전세 공급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특히 몇 년 전 재건축 아파트 분양이 활발했던 서초구 반포·잠원동, 강남구 개포동 일대에 영향이 컸다. 잠원동에서는 지난 8월 반포르엘 596가구를 시작으로 다음 달 반포르엘2차 280가구가 입주한다. 개포동에서는 내년 2월 개포자이프레지던스 3375가구가 들어선다.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통상 입주 3~4개월 전부터 전세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줄줄 이어질 예정이라 반년도 전부터 세입자를 미리 구하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전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비단 신축 아파트가 아니어도 아파트값이 급락하고 매매 거래가 이뤄지지를 않자, 매매를 포기한 일부 집주인이 매물을 전세로 돌리면서 전세 매물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거래 절벽 영향으로 강남권 전셋값 약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내년에도 강남 3구에는 올해(5332가구)보다 82% 많은 9691가구가 신규 입주할 예정인 데다 금리 인상 기조가 여전해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래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당분간 세입자 우위의 전세 시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금리 인상 여파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전셋값 낙폭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잠깐용어 *역전세난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내려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 때를 말한다. 또 전세 수요의 감소로 임차인이 구해지지 않는 상황을 가리키기도 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6호 (2022.11.30~2022.1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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