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에도 빛 보는, 슬기로운 부동산 증여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2. 11. 2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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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증여’가 화두다. 최근 집값이 하락한 데다 내년부터 증여세 산정 기준이 바뀔 예정이라 1주택자든 다주택자든 절세를 위해 증여를 서두르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전체 주택 거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정보 업체 경제만랩이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전국 주택 증여 건수는 6만5793건으로 전체 주택 거래량(74만8625건)의 8.8%를 차지했다. 이전 최고치인 지난해 기록(8.4%)을 뛰어넘고 1~9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최고치다. 주택 증여 건수는 지난해(10만7775건)보다 39% 줄었지만, 전체 주택 거래에서 증여 비중은 늘어났다.

특히 고가 주택이 많은 서울의 증여 비중이 높았다. 서울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주택 증여 건수가 7만9486건 중 9901건으로 전체의 12.5%를 차지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5개구 가운데 노원구에서의 증여 비중이 27.8%로 가장 높았다. 주택 거래 4건 중 1건 이상이 증여 거래였던 셈이다. 이어 종로구(21.1%)와 용산구(19.5%), 서대문구(18.4%), 중구(16.1%), 송파구(15.8%), 서초구(14.9%)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반면 금천구는 6.4%로 증여 비중이 가장 낮았다. 지방에서는 대구의 증여 비율이 11.9%로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다음 전남(11.6%), 제주(11.4%), 대전(9.4%), 부산(9%), 전북(8.7%), 경북(8.3%) 순이다. 경기도와 인천 증여 비중은 각각 8.2%, 7.7%다.

월별로 보면 통상 증여 거래 비중이 커지는 시기는 4~5월이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전 증여를 서두르는 사람이 몰려서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을인데도 증여가 이례적으로 급증하는 모습이 관찰된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매달 7~8%대를 오가던 증여에 따른 소유권 이전 등기 비중은 지난 10월 10%로 갑자기 확 늘었다. 1년간 10월을 제외하고 증여 비중이 가장 컸던 달은 지난 4월로, 9.81%였다. 이후 6월과 7월 7.1%, 7.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내년부터 증여세 산정 기준이 바뀌는 가운데 연말 전 절세를 위해 증여를 서두르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전체 주택 거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경DB)
▶취득세 산정 기준 공시가 → 시가

▷1월 1일 전 증여해야 공시가 기준 적용

아직 가을인데도 증여 거래가 급증한 데는 첫째, 내년부터 세금을, 정확히는 증여로 인한 취득세를 산정하는 기준이 바뀐 영향이 크다.

내년 1월 1일부터 부동산을 증여할 때 취득세를 산정하는 기준이 ‘시가표준액(기준시가)’에서 ‘시가인정액(시가)’으로 바뀐다. 시가표준액은 상속 또는 증여할 때 양도세나 상속세, 증여세 등의 과세액을 부과하는 기준이 되는 가격(공시가격)이다. 통상 시세의 60~70% 수준이다. 또 시가인정액은 취득일 전 6개월부터 취득일 후 3개월 이내에 기준일이 있는 매매 사례 가액 등 시가(시세)로 인정되는 가액이다. 즉 증여 취득세를 시가로 산정하면 내야 하는 취득세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전에 증여하려는 움직임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다주택자 A씨가 기준시가(공시가격) 7억2000만원, 시가인정액(시세)이 9억원인 B아파트 한 채를 자녀에게 증여한다고 가정해보자. 다주택자가 공시가격 3억원 이상의 집을 증여할 때 취득세율을 보면 규제 지역에서는 공시가의 12.4%(지방교육세 0.4% 포함), 집 면적이 85㎡를 넘기면 취득세율이 13.4%까지 높아진다. 반면 규제 지역이 아니면 3분의 1 수준인 4% 세율만 적용된다.

만약 B아파트가 서울 등 규제 지역에 있다면 공시가격 7억2000만원에 대한 증여세 8953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만약 B아파트가 비규제 지역에 있다면 증여세는 2888만원으로 낮아진다. 규제 지역일 때는 9000만원에 달했던 취득세가 규제에서 풀린 덕에 3000만원 아래로 낮아졌다. 특히 지난 11월 14일부터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경기 수원, 안양, 안산 단원, 구리, 군포, 의왕, 용인수지·기흥, 화성 동탄2 등 지역들은 이번 규제 지역 해제로 증여세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해부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같은 비규제 지역이라도 내년 1월 1일부터 증여할 경우에는 공시가격이 아닌 시세(9억원)를 기준으로 증여 취득세를 매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규제 지역에서 같은 주택을 내년에 증여받을 경우 납부할 세금은 3600만원으로 다소 오른다.

둘째, 내년부터 ‘양도세 이월 과세’가 적용되는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나는 영향도 있다. 양도세는 이월 과세 적용 기간이 지난 뒤 양도해야 절세할 수 있는데, 내년부터 증여하는 자산에 대해서는 이 기간이 훨씬 길어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증여받은 주택을 되팔(양도할) 때는 증여받은 날로부터 5년 후에 하는 것이 유리하다. 예를 들어 5억원에 취득한 부동산을 자녀에게 10억원에 증여하고 12억원에 양도했다면 일반적으로 양도세는 양도가액 12억원에서 취득가액 10억원을 차감한 2억원에 대해서 과세한다. 그러나 증여 시점으로부터 5년 이내에 양도하면 취득가액이 당초 취득한 5억원으로 적용돼 양도 차익이 7억원으로 계산된다. 내년부터는 이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다.

이외에 최근 주택 거래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급매로도 주택을 처분하기 어려워진 것도 증여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싸게 파느니 증여하겠다’는 심리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절대 증여 거래량은 감소했지만 주택 가격 하락으로 증여세 산정 기준 가격이 낮아졌다”며 “증여 취득세 기준 변경이 맞물리며 증여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는 주택 증여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이승현 세무사는 “집값이 내리면 증여세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다주택자는 최근 하락기를 증여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며 “집값 하락 추이를 지켜보다 새해가 되기 전 증여에 나서는 다주택자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 증여 No…내집마련 자금 빌려준다면

▷‘무이자’ 대출은 증여로 간주…이자 年 4.6% 내야

부모가 증여세를 최대한 아끼면서 자녀에게 집을 마련해주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신혼집을 구입하려는데 은행 대출과 월급을 모두 모아도 5억원의 현금이 부족한 김종연 씨와 부모의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가장 간단한 방법은 부모가 부족한 5억원을 현금으로 증여하는 경우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자녀가 5000만원을 공제(성인 자녀 기준)한 4억5000만원에 대한 증여세를 고스란히 납부해야 한다. 공제액과 누진공제액, 신고세액공제 등을 적용한 뒤 내야 할 증여세는 7440만원이다. 증여세는 수증자가 내야 하기 때문에 증여세만큼의 추가 자금이 더 필요해지는 만큼 썩 좋은 선택지는 아니다.

자녀인 김 씨에게 안정적인 소득이 있다면 주택 마련에 필요한 현금을 빌려주는 방법이 훨씬 낫다. 다만 같은 금액을 빌려주더라도 자녀로부터 이자를 받을 때와 받지 않을 때 내는 증여세는 천차만별이다. 세법에서는 ‘타인(특수관계인 포함)’으로부터 금전을 무상으로 또는 적정 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로 대출받은 경우에는 받지 않은 이자 상당액을 빌린 사람의 증여 재산가액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이때 세법에서 정한 적정 이자율은 4.6%다. 적정 이자율은 과거 연 9%까지 달했지만, 2010년 8.5%로 낮아진 뒤 2016년부터 4.6%를 유지하고 있다. 즉, 매년 빌린 돈의 4.6%를 이자로 부모에게 갚는다면 증여로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한 세법에서 정한 이자와 실제로 부모에게 내는 이자의 차이가 연 1000만원이 되지 않을 때도 증여로 보지 않는다.

다시 사례로 돌아가 부모가 김 씨에게 5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줬다면 부모는 매년 5억원의 4.6%인 2300만원을 김 씨에게 증여하는 셈이 된다. 하지만 만약 김 씨가 부모에게 매년 2%의 이자를 지급한다면 세법에서 정한 이자와의 차이가 2.6%포인트, 즉 매년 1300만원(5억원×2.6%)만 증여받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김 씨는 1000만원을 공제한 300만원에 대한 증여세를 매년 내면 된다. 만약 김 씨가 부모에게 매년 3%의 이자(800만원)를 낸다면 김 씨는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

대신 자금을 주는 부모 입장에서는 ‘비영업대금 이익’에 따라 자식에게 받는 이자에 원천징수세율 지방세를 포함해 27.5%를 세금으로 내면 된다. 단, 여기서 부모는 이자가 비영업대금 이익 외에 다른 이자 소득을 합산해 2000만원을 넘길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 만일 종합소득세 대상이 되면 세금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이자 소득이 1000만원을 넘기는 지역가입자의 경우 건강보험료도 오른다.

덧붙이면 차용증도 만들어놓는 것이 좋다. 세법에서는 원칙적으로 부모와 자식 간 금전 대여를 증여로 추정해서다. 이를 증여가 아닌 ‘금전대차’임을 입증하는 것은 오롯이 납세자 책임이다. 차용증을 만들어 공증을 받아놓은 뒤 이자와 원금을 상환한 계좌 이체 내역을 만들어놓으면 객관적으로 빌린 자금이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다.

▶부담부 증여 활용하기

▷매매 통한 양도는 시세 70%까지 인정

‘부담부 증여’를 통한 양도세 절세도 생각해볼 만하다. 부담부 증여는 주택을 증여할 때 소유권과 함께 전세보증금이나 대출 등의 채무도 같이 승계하는 방법이다. 증여받는 사람은 채무를 제외한 금액으로 증여세가 계산된다. 채무에 대해서는 증여자가 양도세를 물게 된다. 특히 시세 파악이 용이한 아파트의 경우 매매 실거래가액이 증여재산가액으로 평가돼 증여세 부담이 상당한데, 부담부 증여를 이용하면 이를 상당 부분 아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가 10억원의 주택에 전세보증금이 6억원, 대출금이 2억원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를 자녀에게 부담부 증여를 하면 증여재산가액은 시가 10억원에서 총부채 8억원을 제외한 2억원이 된다. 자녀는 2억원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물고, 부모는 8억원에 대해 양도세를 부담하면 된다. 다만 부담부 증여 시 증여자의 보유 주택 수나 1주택자 비과세 등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예로 시가 8억원짜리 C아파트를 증여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C아파트를 대출이나 전세 없이 자녀에게 증여한다면 5000만원을 공제한 7억5000만원에 대한 증여세 1억6500만원을 고스란히 내야 한다. 만약 같은 아파트에 전세보증금 4억원을 낀 채로 물려주면 5000만원을 공제한 3억5000만원에 대한 증여세 5820만원만 내면 된다. 대신 부모는 전세보증금 4억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낸다. 여기서 양도소득세는 취득가액에 따라, 보유 기간에 따라, 다주택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주로 취득가액이 높아 양도 차액이 적을수록 부담부 증여 효과가 크다. 반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중과받을 경우에는 부담부 증여를 통해 기대했던 절세 효과가 크지 않거나 오히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수 있어서 꼼꼼히 비교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부모와 자식 간 아파트를 사고팔면 증여세를 낼 필요가 없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부모와 자식 간에도 부동산을 사고파는 건 가능하다. 대가를 받고 매매 계약서를 작성해 양도한 사실이 맞으면 정상적인 거래로 인정받을 수 있다.

가족이나 친척, 지인 간 ‘특수관계인 매매’는 통상 거래 가격이 시세의 30% 또는 최대 3억원이 낮아도 정상 매매로 인정해준다. 대신 3억원 이상 차액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내는데 이 세금이 전세나 대출을 끼고 증여하는 ‘부담부 증여’보다 적을 수 있다는 추정이다.

예컨대 시세가 20억원인 D아파트를 가족, 친척, 지인 등 특수관계자에게 매도한다면 17억원까지 시세로 인정해준다. 그보다 낮은 13억8000만원에 매도한다면 차액 3억2000만원에 대한 증여세만 내면 된다.

반면 전세를 낀 부담부 증여는 시세(20억원)와 전셋값(12억원) 차액인 8억원 증여로 보는 만큼 증여세가 더 크다. 한 세무사는 “매수자가 없어 헐값에 파느니 증여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세금 낼 것을 다 내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매매로 거래를 하는 경우에도 세금(양도소득세)은 내야 한다. 다만 현재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가 시행되면서 최고 45%의 기본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증여의 경우에는 최대 50%의 세율을 적용한다. 최대 세율로 비교했을 때 증여보다 양도세가 적은 셈이다. 취득세도 가족 간 증여는 세율이 12%지만, 양도로 인한 취득세는 1주택자의 경우 1~3% 수준으로 낮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취득세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증여보다 양도가 유리할 수 있다”면서 “공시가격이 3억원 넘는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취득세 12%를 내야 하지만, 매도했을 때 내는 취득세는 훨씬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6호 (2022.11.30~2022.1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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