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리포트] 누구 한 명 소외되지 않는 ‘돌봄특례시’ 만든다

강희청 2022. 11. 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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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특례시 통합돌봄 체계 구축
지난 8월 집수리봉사단체가 침수피해를 본 고색동 연립주택 반지하 가구에서 집수리봉사를 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경기도 수원특례시가 ‘통합돌봄체계’ 구축을 통해 시민 누구 한 명 소외되지 않는 ‘따뜻한 돌봄특례시’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뜻한 돌봄특례시는 이재준 시장의 3대 목표 중 하나다. 이 시장은 21일 열린 제372회 수원특례시의회 제2차 정례회 시정연설에서 “따뜻한 돌봄도시를 위해 ‘맞춤형 복지사업’을 두텁게 지원해 소외 없이 모두가 행복한 도시 수원특례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수원특례형 통합돌봄’의 핵심은 행정복지센터를 돌봄서비스 통합창구로 혁신하고, 주민·마을 중심의 통합돌봄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역주민을 돌봄 종사자로 모집해 민관협력 마을돌봄체를 구성하고, 공적돌봄 서비스 대상은 아니지만 돌봄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마을 단위 통합돌봄’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사각지대 발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복지 고위험군 발견 지표를 개발·활용해 복지 사각지대를 선제적으로 발굴할 예정이다. 또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복지 정보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수원 통합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주민제안형 돌봄서비스를 도입해 촘촘하고 유연한 통합돌봄서비스 체계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수원시 장안구 봉사단체가 지난 11월 소외계층 가정에 연탄 배달 봉사를 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지난 8월 발생한 사건은 수원특례형 통합돌봄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수원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세 모녀가 사망한 채로 발견된 사건이었다.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던 세 모녀는 거주지가 수원이었지만 주소는 다른 도시여서 수원시에서 세 모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게다가 세 모녀의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포기해 수원시가 공영장례를 지원했다. 다행히 많은 시민이 빈소를 찾아 생전에 너무나 외로웠던 세 모녀의 마지막을 함께해줬다. 이 시장은 발인 전날 빈소를 찾은 후 “복지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다”며 “통합돌봄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해 복지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수원특례형 통합돌봄은 ‘공통기본형’ 돌봄서비스와 ‘주민제안형’ 돌봄서비스로 나뉜다. 내년 12개 동에서 시작해 2026년까지 수원시 모든 동(44개)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복지 사각지대 발굴·돌봄 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주민이 주도해 돌봄이 필요한 주민에게 제공할 맞춤형 돌봄서비스를 제안·개발할 수 있도록 해 ‘마을 중심의 통합돌봄 공동체’를 활성화한다.

이재준 수원시장이 셰어하우스 CON 1호를 방문해 청년들과 함께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청년 주거복지정책인 ‘수원시 자립준비청년 셰어하우스 CON(콘)’도 수원시의 소외계층 돌봄 정책 중 하나다. ‘셰어하우스 CON’은 정부 주거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아동복지시설에서 만기 또는 중도 퇴소한 29세 이하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임차료 없이 2년 동안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공동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자립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셰어하우스 CON에는 방 3개·화장실 2개로 구성돼있고, 가구와 가전제품이 설치돼 있다. 보증금과 임대료는 수원시가 100% 지원하고, 입주 청년들은 관리비와 공과금만 부담하면 된다. 한 집에 같은 성별 청년 3명이 공동 거주하게 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주택을 활용해 권선1동·매탄4동 다세대주택에 셰어하우스 CON을 조성, 9월 30일 1호 주택(권선1동)에 남성 청년 2명이 입주했다. 같은 날 2호 주택에도 여성 청년 3명이 입주했다. 셰어하우스 CON 1호 입주한 박모씨는 “자립준비 청년들은 주거 문제가 가장 큰 걱정거리로 기본 자금이 없어 집이나 방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셰어하우스 CON에서 생활하는 동안 ‘자립지원서비스’도 제공해 그들이 스스로 살아갈 힘을 길러준다. 입주자를 취·창업 관련 기관에 연계해주고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추천해준다. 또 지역사회 봉사단체와 입주 청년을 멘토와 멘티로 연계해 정서적 지원을 하고 있다. 퇴소자에게는 ‘수원시 청년 우선공급 청년임대주택’ 입주 우선권과 임대보증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셰어하우스 CON은 11월 1~9일 진행한 수원시 풀뿌리 협치 정책을 뽑는 온라인 시민 투표에서 최고의 정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경기도 최초로 설치돼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 정책으로 떠오른 ‘수원시 아동학대 공동대응센터’도 빼놓을 수 없다. 아동학대 공동대응센터는 수원지역 아동학대 대응 관련 기관들이 함께 모여 아동 학대 사건 초기에 효과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가동된다.

공동대응센터는 독립된 사무실을 갖추고 참여 기관의 아동학대 담당자들이 합동 근무를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다수의 기관이 한 사무실에서 공동 근무하는 방식의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은 전국에서 수원시가 유일하다. 이 시장은 “수원시는 누구 한 명 소외되지 않고, 어려움을 겪는 이웃과 사회적 약자를 보듬을 수 있는 ‘따뜻한 돌봄특례시’를 목표로 설정했다”며 “수원특례형 통합돌봄으로 마을공동체가 중심이 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외계층을 두텁게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세 모녀 사건 다시는 없게 복지사각지대 없앨 것”

이재준(사진) 수원특례시장은 민선 8기 업무를 시작하기 전부터 수원형 통합돌봄체계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시장은 6·1지방선거 과정과 취임사을 통해 “차별 없는 ‘돌봄특례시 수원’을 만들겠다. 마을마다 시민들이 함께 돕고 살아가는 돌봄 공동체가 생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2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세 모녀 사건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세 모녀가 수원시에서 힘겹게 살아가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돌봐드리지 못해 너무나 죄송했다”며 “세 모녀 사건 이후 수원형 통합돌봄체계 구축에 더욱 속도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수원형 통합돌봄체계는 마을과 주민이 중심이다. 이를 통해 공적돌봄 서비스 대상은 아니지만 돌봄이 필요한,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 주민들에게도 ‘마을 단위 통합돌봄’을 제공하겠다는 게 취지다. 마을 공동체가 중심이 돼 주민 주도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을 발굴하고, 돌볼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행정기관과 마을 공동체가 함께 복지행정을 펼치는 것이다.

이 시장은 “복지제도를 아무리 촘촘하게 만들어도 메워지지 않는 복지사각지대는 존재한다”면서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은 어떤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행정기관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시 자립준비청년 셰어하우스 CON에 대해서도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그는 “자립준비청년이 홀로서기까지 충분한 돌봄이 필요하다”며 “자립준비청년 지원방안 같은 사회 곳곳의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 모든 시민이 ‘사회가 우리를 돌봐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따뜻한 돌봄특례시를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수원형 통합돌봄체계가 모든 마을에 안착하고, 효과적으로 운영되려면 주민 여러분의 협조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도 당부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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