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거 르쿨트르와 레터링 아티스트 알렉스 트로슈가 만드는 새로운 의미 [더 하이엔드]

윤경희 입력 2022. 11. 29. 13:00 수정 2023. 5. 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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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빈티지 시계의 뒷면과 빈티지 가방 안쪽에서 누군가의 이름이 새겨진 것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아마도 그 시계나 가방의 이전 주인이었을 것으로 짐작하는데, 그 물건에 대한 애정과 각별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물건에 이름이나 날짜, 남기고 싶은 말 등을 새기는 것을 각인 또는 인그레이빙이라고 한다. 무언가를 조금 더 특별하게 기념하고 싶을 때, 물건에 새겨진 글자는 큰 힘을 발휘한다.

최근 스위스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가 레터링 아티스트 알렉스 트로슈(Alex Trochut)와의 새로운 협업을 공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예거 르쿨트르가 워치메이킹 분야 외의 아티스트나 디자이너, 장인들과 협업해 선보이는 프로젝트 '메이드 오브 메이커스(Made of Makers)'의 일환으로, 브랜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시계 제작과 예술 간의 교류를 확대해 왔다. 알렉스 트로슈와의 협업은 시계에 의미를 담는 각인 글자 자체를 예술적으로 풀어낸 작업이다. 일반적인 서체보다 의미와 아름다움이 더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협업 시계인 '리베르소'를 다시금 주목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트리뷰트 모노 페이스 스몰 세컨드. 뒷면엔 레터링 아티스트 알렉스 트로슈가 작업한 레터링이 새겨져 있다. 사진 예거 르쿨트르
예거 르쿨트르와 협업한 레터링 아티스트 알렉스 트로슈. 사진 예거 르쿨트르


이번 협업 아티스트인 알렉스 트로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나는 10여 년간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한 레터링 아티스트다.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실험적인 접근 방식으로 세계 예술계의 주목을 받았는데, 1940년대 혁신적인 모듈식 타이포그래피와 장식 시스템을 발명했던 타이포 그라피스트 조안 트로슈(Joan Trochut)의 손자이기도 하다. 세계 유수의 디자인·광고 상인 '칸(Cannes Lions)' 'D&AD(Design and Art Direction)' 'ADC 어워즈'에서 수상했고 롤링 스톤즈·브루노 마스 등 많은 팝스타의 앨범, 코카콜라·애플 뮤직·IBM 등의 기업 광고, 뉴욕타임즈·가디언·배니티 페어 같은 매체에까지 그의 글자가 쓰였다.

알렉스 트로슈가 예거 르쿨트르와의 협업으로 만든 1931 알파벳. 사진 예거 르쿨트르


트로슈는 이번 협업을 통해 아르데코 양식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서체 '1931 알파벳'을 만들어냈다. 아르데코를 영감의 원천으로 삼은 이유는 그의 제2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뉴욕의 도시 풍경과 1930년대 오리지널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가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정체성이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이번 협업 컨셉트는 아르데코와 예거 르쿨트르 워치메이킹 기술의 합"이라며 "이 글자들이 움직이는 기계의 느낌을 주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많은 선으로 이루어진 1931 알파벳 글자를 보고 있으면 움직이는 기계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역동성이 느껴진다. 알파벳 C와 D는 시계에 들어가는 일종의 디스크 같기도 하고, 물결처럼 선이 휘몰아치는 S와 Q자에서는 에너지가 흐르는 듯하다.

트로슈는 “공예와 기술은 타이포그래피와 시계 제작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글자와 시계 제작, 두 분야 모두 하나의 시스템 내에서 조화롭게 작동해야 하는 작은 요소들의 공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의 레터링은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의 케이스백(뒷면)에만 맞춤 인그레이빙 서비스를 통해 사용될 예정이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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