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했다고 대통령 전용기 안 태우는 상황 우려스러워"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입력 2022. 11. 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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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박정환의 현장> 출간한 CBS 박정환 기자

[이영광 기자]

 CBS 박정환 기자
ⓒ 이영광
 
세월호 참사, 대통령 탄핵 정국, 조국 사태 등 굵직한 현안들을 쫓으며 현장을 취재해 온 CBS 박정환 기자가 기자가 지난 9월, 기자생활 10년을 되돌아보며 쓴 에세이 <박정환의 현장: 다시, 주사위를 던지며>(아래 박정환의 현장)를 출간했다. 출판공동체 편않에서 기획한 언론·출판인 에세이 시리즈 중 하나인 <박정환의 현장>에는 박 기자가 현장 취재를 다니며 경험한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닮겼다. 

책을 출간하기까지의 에피소드가 궁금해 지난 23일 박 기자의 출입처인 서울 경찰청 내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이날 인터뷰에선 책 이야기뿐만 아니라 최근 언론 이슈 등에 대한 그의 견해도 물었다. 다음은 박 기자와의 일문일답. 

- 지난 9월 에세이집을 출간하셨잖아요. 첫 책인데, 소회가 어떤가요. 

"2012년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더라고요. 크게 보자면 세월호 참사도 있었고 대통령 탄핵도 있었고요. 마침 10년 차 정도 됐을 때 출판사에서 제안이 왔어요. 저에게도 지난 10년의 기록을 남기는 게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지금 경찰팀 부팀장인데, 사건팀에 있을 땐 후배들을 계속 가르치거든요. (책을 통해) 후배들에게 '지금 힘들더라도 나 같은 기자도 있으니 조금만 버텨라'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었어요. 책을 통해 제 기자 생활도 돌아볼 수 있게 됐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쓰면서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 책에서 본인을 지칭해 '지각 인생'이라고 쓰셨더라고요. 지각을 많이 하셨나 봐요?

"고등학교 때도 그렇고 진짜 지각을 많이 했어요. 멋 부리는 걸 좋아해서 학교 다닐 때는 머리 만지느라 매일 지각했어요. 사실 고교 때 이과로 시작했고 대학도 공대로 진학했어요. 기자가 돼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도 군대 다녀오고 나서라... 남들은 '그게 지각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뭔가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게 전반적으로 조금씩 늦었던 것 같아요."

- <일요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뉴스1>을 거쳐 CBS에 정착하셨어요. <일요신문> 첫 르포 기사는 남성 도우미에 대한 것이던데 관련 내용이 재밌었어요. 위장 취재인 건데, 쉽지 않았을 듯해요. 

"그때 한 일간지에서 짤막한 기사를 봤어요. 아주머니들이 명문대 정문 앞을 서성이다가 잘생긴 학생이 나오면 고액의 아르바이트 제안 한다는 거예요. 근데 알고 보니까 그게 남자 노래방 도우미였더라는 내용이었어요. 그 짤막한 기사를 보고 내가 직접  일해보고 기사 쓰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이 기사를 쓴 기자한테 전화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기사 속 학교가 혹시 어디냐고 물으니, 전화 받는 기자 입장에서 너무 황당하잖아요. 왜 묻냐고 하더라고요. 사정해서 겨우 그 학교를 알아내고 그 학교 직접 가서 저 섭외하라고 서성였어요. 근데 아무도 안 오시는 거예요."
 
 <박정환의 현장: 다시, 주사위를 던지며> 책 표지
ⓒ 출판공동채편않
 
- 스스로 외모가 괜찮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은데 섭외가 안 들어오니 기분 상했겠네요(웃음).

"기분이 안 좋았죠. 몇 시간 동안 학교 정문 앞을 서성이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직접 지원하려고 PC방에 가서 검색을 시작했어요. 검색하니까 실제로 뽑는 데가 몇 군데 있어서 전화했어요. 어디로 오라고 하기에 가서 전화하니 그 앞에 있는 스타렉스 조수석에 타래요. 조수석에 타면 운전석에 앉아 있는 실장이 면접을 보는 거예요. 근데 제가 면접을 한두 군데 떨어졌어요.

제가 지금은 라식 수술을 한 상태지만, 그때는 안경 쓰고 모범생 콘셉트로 잡았거든요. 학자금 대출도 있고, 집안 사정이 어럽고 급전이 필요해서 일하는 콘셉트로 잡고, 반드시 나 일 해야 한다고 실장한테 매달렸는데... 실장은 제가 안 팔릴 얼굴이라고 해요. 스타렉스에서 면접 보잖아요. 뒤에 직원들이 타고 내려요. 엄청 화려한 거예요. 저도 절치부심 끝에 안 되겠다 싶어서 안경을 벗고 렌즈를 끼고 가발도 맞췄어요. 그래서 겨우 면접에 붙은 거예요.

그래서 일을 시작했는데, 거기 실장이 여기 출근하면 머리랑 메이크업 미용실 가서 해야 한대요. 근데 아차 싶은 거예요. 왜냐하면 가발이기도 하고, 취재하는 거 걸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사실 오늘 제가 돈도 없고 좀 마음의 준비가 안 돼서 조금 어려울 것 같다'고 했죠. 실장이 알아서 하라고 대신 너는 초이스 안 될 거래요. 그때 밤 10시부터 업소를 스타렉스 타고 거의 서른 군데 돌았어요. 하지만 초이스가 단 한 번도 안 되는 거예요."

- 그럼 어떻게 했어요?

"선택받고 했으면 더 기사가 풍부할 수 있을 텐데 못 받았잖아요. 그래서 기사를 쓸 수 있을지 걱정도 됐죠. 다만 서른 군데 다니면서 그 차에 탔던 다른 직원들과 얘기도 하고 그 직원들끼리 얘기하는 것도 듣고, 술집에 가서 어떤 사람들이 이걸 이용하는지 등을 위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기사 나가고 그쪽에서 연락받은 건 없나요?

"일단 업소 쪽에서는 연락은 안 왔어요. 그래서왜 반응이 왜 안 올까 생각했는데 일단은 밤에 일하느라고 신문을 잘 못 보나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또 한 가지는 굳이 연락해서 좋을 게 뭐 있나죠. 다만 <용감한 기자들>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그 기사를 보고 되게 인상 깊어서 연락했다. 사회부 기자 특집이 있는데 그 얘기를 좀 해줄 수가 있느냐'라고 해서 고민 끝에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죠."

- 세월호 때 이야기도 책에 나오던데 세월호는 국민에게는 물론 언론인에게도 트라우마를 남겼죠. 기자님은 당시 팽목항에서 취재하셨던데 어떠셨어요?

"그때 일요신문 사회부였어요. 사고가 터지니까 바로 팽목항으로 내려가라고 부장이 지시해서, 겨우겨우 팽목항에 도착했는데 이미 밤이 돼 있더라고요. 비도 내리고 그 천막에 (실종자) 부모님 계시고 하는데... 정말 제가 그때 기자 생활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거든요. 그 상황이 현실 같지 않았어요. 그때 말 그대로 지옥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했죠."

- 당시 한국 언론의 민낯을 봤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언론사에서 중요한 사건이었고 그때 기자란 직업에 회의를 느낀 기자들이 떠나기도 했어요. 기자님은 어땠나요. 

"실제로 저와 되게 친한 기자가 세월호 사태 이후 더 이상 언론계에 있기 싫다며 그만뒀어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 사고도 사고지만 사고 이후에도 굉장히 바빴어요.그때 한창 세월호 실소유주가 누구냐부터 시작해서 사고 이후의 원인 규명 그리고 후속 보도 때문에 그거를 따라잡느라고 그만둔다는 생각도 못 했던 것 같아요."

- CBS로 이직한 뒤 2019년 조국 사태 때 정치부로 국회 출입하셨잖아요. 
"그때 저는 자유한국당을 출입했었어요. 사실 CBS가 진보 성향이라는 얘기도 많이 듣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자유한국당이 CBS라는 매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근데 조국 사태가 터졌을 때는 저희도 회사 나름대로 TF도 꾸려서 굉장히 취재를 열심히 했거든요. 그래서 조국 장관 의혹에 대해서 많이 검증했죠.

조국 장관이 기자 간담회 하러 국회에 온 적 있었잖아요. 그때 제가 차출이 된 거예요. 기억하기로는 한 세 번째인가 겨우겨우 손들고 질문을 했는데, 생중계에 잡히니까 친척들이나 아는 사람들 다 연락이 오더라고요. 질문한 내용과 사진들이 인터넷에 박재되어서 쫙 올라왔죠. 그래서 댓글로 욕도 많이 받았는데 사실 그게 압박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다만 기자가 질문을 해서 리스트업이 되고 박제되는 시기가 왔다는 생각에 약간 섬뜩한 느낌도 좀 들긴 했었어요."
 
 CBS 박정환 기자
ⓒ 이영광
 
- 기레기라는 말이 세월호 때 대중화됐잖아요. 세월호 때 기레기라는 말이 어느 정도 공감이 됐어요. 기사에 문제가 많았으니까요. 근데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기레기가 문제 있는 기사 쓴 기자를 칭하는 게 아니라 나와 생각이 다르면 기레기라고 하는 것 같거든요.

"정확히 보신 것 같은데 세월호 때는 팩트가 틀리거나 무리한 기사를 두고 기레기라는 표현을 썼는데 지금은 자기와 생각이 안 맞으면 기레기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사회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언론 입장에서도 그 현상에 대해서 부인할 수는 없죠. 나중에는 서로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 언론이 역할을 해야 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해요."

- 지금 언론이 이슈 중심에 있죠. 정권과 특정 언론사의 갈등이 있고 또 언론사 개별적으로도 있는데 현직 기자로서 이 상황 어떻게 보세요?

"저는 이런 경우를 사실 거의 보지 못했어요.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고 해서 전용기에 태우지 않고, 슬리퍼를 신었다고 해서 그걸 두고 예의 없다고 하는 게 이해가 안 돼요. 물론 정식 인터뷰에서는 예의를 갖춰야겠죠. 근데 거기는 도어스테핑 자리고 기자들도 일할 때 슬리퍼 신거든요. 그런 점을 트집 잡는 건 본질에 어긋난다고 보고요. 자기의 입맛에 안 맞는다고 취재 거부 하거나 전용기를 안 태우는 시각 자체가 굉장히 우려스럽습니다."

- 국민을 대신해 묻고 보도하는 게 직업인 기자를 두고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악의적'이라고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도 들어요. 

"현 정부의 그런 인식 자체가 굉장히 문제죠. 이게 기자 개인이나 회사 차원에서 물어보는 게 아니잖아요. 국민이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데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안 받는다? 이거는 정말 상식에 어긋나는 거죠. 이번에 논란이 됐던 기자가 항의하는 동영상이 굉장히 많이 있잖아요. 그 영상 댓글 보니 하나같이 다 응원하더라고요. 그 영상을 두고 지인이 묻더라고요. 왜 다른 기자들은 왜 가만히 있느냐는 거예요. 그 질문에 대답을 못 하겠더라고요. 시민들이 원하는 건 언론이 정권 입맛에 따라 고분고분하게 취재하는 게 아니라 잘못된 점을 대놓고 지적하고 속 시원하게 얘기해 주는 거거든요. 그런 점에 있어서 이 정부가 좀 더 언론 철학이나 언론관에 대해 고민을 하면 좋겠어요."

- 책으로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일단 필드에 같이 뛰고 있는 현직 기자들에겐 저같이 약간 평범한 기자도 10년을 버텼으니 앞으로 다 같이 잘 버텨보자는 거예요. 그리고 후배들에겐 나는 이렇게 걸어왔는데 나보다 더 좋은 취재 방식이 있고 생각이 있으면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기자 지망생들에겐 기자가 되는 길이 다양한 게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책을 읽으면서 기자가 이런 일을 하고 이렇게 하면 기자가 된다는 걸 조금 알 수 있는 참고서 정도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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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북의소리'에도 중복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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