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시동걸면서 “이상민 해임건의안도 제출”
더불어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28일 결정했다.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민주당이 이 장관 해임을 건의하는 것은 “국정조사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고위전략회의를 한 뒤 “민주당은 이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기로 입장을 정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엄중히 물어달라는 국민과 유족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게 이 장관을 파면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하고 그 시한까지 기다렸지만 끝내 답을 얻지 못했다”면서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게 이 장관 파면을 거듭 요청하면서 그 시한을 이태원 참사 한 달째인 28일로 제시했다.
민주당은 29일 관련 내용을 당 의원총회에서 보고한 뒤 30일 해임 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다음달 2일 본회의 처리가 목표다. 국무위원 해임 건의안은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통과된다. 표결할 경우 민주당이 169석이어서 가결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서 윤 대통령이 따르지 않아도 무방하다.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도 국회에서 의결됐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취할 것인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장관 탄핵소추안 제출도 추가로 검토하기로 했다. 박 원내대표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그 부분은 얘기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만 했다. 국무위원 탄핵소추안도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되는데, 해임건의안과 달리 탄핵소추는 헌법재판소가 결정한다. 헌법이나 법률을 명백히 위배한 게 아니라면 기각된다. 민주당은 이 장관의 실언을 주로 문제 삼고 있는데, 헌법이나 법률 위배라고는 볼 수 없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탄핵소추안은 민주당이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에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많은 인명이 희생된 사건에서 우리 국회가 정쟁만 되풀이하고 제대로 된 재발방지책을 만들지 못했다는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 민주당이 또 그 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시작도 전에 이 장관 해임건의를 하겠다는 건 국정조사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취지”라며 “국정조사에서 책임을 묻기로 한 건 국정조사 결과 책임 소재가 분명해질 때까진 해임건의안 제출을 안 하겠다는 것을 전제한 건데, (민주당이) 이렇게 나오면 의도를 갖고 국정조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향후 국정조사를 어떻게 할지는 우리 당 의원들의 의견을 더 모아볼 것”이라면서도 “저는 사실상 민주당이 합의를 먼저 깬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앞서 이만희 의원 등 국민의힘 국정조사 위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이 장관 파면 철회) 조치가 수반되지 않는 정략적 국정조사에 결코 동의할 수 없으며 국정조사 위원 사퇴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국정조사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향후 계획을 묻는 말에 “국민의힘에서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특별위원회를 가동 중이다. 국정조사와 별개로 당 차원에서도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국민의힘 반응에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그럼 우리끼리 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윤성민·강보현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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