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 향한 벤투 ‘뚝심’ 통할까… 한국의 ‘필승 해법’

송태화 2022. 11. 2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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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후방 빌드업 시발점 ‘큰 정우영’
“제가 흔들리면 중원, 나아가 팀 흔들려”
한국 축구대표팀의 정우영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카타르 내셔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 축구 흐름을 주도하는 명장 펩 과르디올라는 과거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에서 유럽을 정복했을 때 “엔트리에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리오넬 메시보다 먼저 넣는다”라고 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르며 독일 축구의 황금기를 이끈 요아힘 뢰브 감독이 로스터를 제출할 때 가장 첫 번째로 적은 이름은 메수트 외질이었다고 한다. 적어도 그들의 포지션에서 대체할 선수가 없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을 지휘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는 정우영이 이런 존재로 볼 수 있다. 부스케츠와 외질은 노련한 경기 운영과 탁월한 공간 패스를 바탕으로 경기를 ‘조립’하는 역할을 했다. 정우영이 현재 벤투호에서 맡은 역할도 크게 다르지 않다. 후방 라인을 조율하며 수비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탓에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빌드업의 시발점이다.

24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경기. 대표팀 정우영이 다르윈 누녜스와 볼경합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벤투의 ‘원픽’

벤투 감독은 혁신적인 전술을 구사하지는 않는다. 지난 4년 동안 담금질하는 과정에서 모험적인 카드보다 실리와 안정에 중점을 두는 기조를 유지했다. 그래도 유연한 맞춤 전술을 구사하기 위해 여러 옵션을 시도해왔다.

특히 측면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넓고 간결한 공간 활용을 고민했다. 양쪽 윙백에 적극적인 공격을 지시하며 큰 폭의 방향 전환을 시도했다. ‘플랜 A’로 대표되는 골격은 지난 24일 우루과이전(0대 0 무)에서도 꺼내든 4-2-3-1이었으나 포백을 기반으로 한 4-4-2 투톱, 4-1-4-1 등 세부 전술부터 스리백까지 여러 가능성을 시험했다.

이 과정에서 정우영은 매번 중용됐다. 정우영을 과르디올라의 부스케츠에 비견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벤투 감독은 전술 운용 변화를 거치면서 주세종과 손준호, 동명이인의 후배 ‘작은 정우영’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음에도 정우영만큼은 고집했다.

벤투 감독의 이런 구상은 지난 우루과이전에서 결실을 얻었다. 정우영은 예상대로 선발 출전해 공수 상황에 맞춰 라인을 조율하며 벤투 감독의 주문을 확실하게 이행했다. 대표팀은 정우영이 후방에서 수비적인 임무를 수행한 덕에 유연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 측면에서 공간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우루과이를 겨냥한 벤투 감독의 압박 전략은 성공으로 평가된다.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승점 1점을 수확했다. 한국의 공격적인 리듬이 들어맞았다는 것은 정우영이 벤투 감독의 주문을 성공적으로 소화해냈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요 외신은 정우영을 이날 경기의 ‘1등 수훈장’으로 꼽았다. 이탈리아 매체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정우영에게 이날 경기 평점으로 7점을 부여했다. 선발 출전한 22명의 양 팀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24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경기. 대표팀 정우영이 다르윈 누녜스와 볼경합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공격 전개시 ‘원 볼란치’로… 벤투호 엔진

벤투 감독은 우루과이전에서 평소와 마찬가지로 좌우 윙백들에게 공격 상황 시 과감히 오버래핑할 것을 지시했다. 여기에 앞선 미드필더에 위치한 황인범과 이재성 모두 공격 성향이 짙은 선수들이다. 공격 상황에서는 황인범과 이재성이 전진하며 4-1-4-1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공격 재능과 활동량을 갖춘 3명의 미드필더를 전진시키며 전방위적인 압박을 구사하는 전략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한 명만 두는 원 볼란치의 가장 큰 장점은 경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의 4-2-3-1, 4-3-2-1보다 움직임이 유연해져 공격 전개 상황에서 훨씬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정우영의 역할은 막중해진다. 뒷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비적인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 볼란치 시스템에서 후방 ‘1’라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세 명이 뛰던 자리가 혼자가 되면 커버 범위가 넓어질 수밖에 없다.

원 볼란치 시스템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부여되는 첫 번째 역할은 공격 상황에서 간격을 좁게 유지하는 것이다. 4명의 포백라인 바로 윗선에서 볼을 전방으로 배달해야 한다. 또 공격권을 잡은 상황에서는 하프라인 부근에서 강한 전방 압박을 가한다. 정우영은 30대 중반에 접어든 만큼 발이 느리고 탈압박 능력에 취약하다는 자신의 약점을 4년간 합을 맞춘 노련함으로 풀어냈다.

28일 열리는 가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큰 폭의 전술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벤투 감독의 경기 운영 방식을 생각하면 정우영의 선발 출전은 유력하다. 목표인 16강 진출을 위해선 득점이 필수적인 만큼 벤투 감독은 또다시 공격인 수를 들고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우영의 활약이 중요하다. 지난 A매치 평가전을 복기하면, 정우영이 부진할 때 한국도 경기력 기복을 겪으며 흔들렸다. 정우영을 공략한 전방 압박은 한국으로선 엔진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 엔진에 문제가 생기면 기계는 곧바로 오작동을 일으킨다.

정우영은 우루과이전을 마친 뒤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제가 흔들리면 바로 중원이 흔들리고 팀 전체가 흔들린다”며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을 털어놨다. 그래도 “11명이 하나가 돼 죽을 만큼 뛰면 (이길 수 있다는) 충분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플레이를 하면서 ‘뛰는 것만은 진짜 지지 말자’라는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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