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늙었다” 벨기에 ‘황금 세대’의 멀어진 우승 꿈
벨기에가 자랑하던 ‘황금 세대’가 저물고 있다. 실현할 수 있을 것 같던 ‘우승’이란 목표는 멀어지는 모양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인 벨기에는 지난 2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모로코(22위)와 2022 카타르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0-2로 패했다.
이변이라고 할만한 결과다. 크로아티아, 모로코, 캐나다와 한 조에 속한 벨기에가 H조 2강 중 하나로 꼽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벨기에의 카타르 월드컵은 첫걸음부터 삐걱거렸다. 벨기에는 캐나다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저조한 경기력을 보이며 1점 차 신승을 거뒀다.
모로코전 경기력도 명성에 걸맞지 않았다. 벨기에는 6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경기를 장악했지만, 효율적이진 않았다. 90분 내내 9개의 슈팅을 시도한 벨기에는 모로코(10개)보다 마무리 작업이 원활하지도, 날카롭지도 않았다.
벨기에가 내세우던 황금 세대의 힘이 빠진 형세다. 여전히 곳곳에 이름값 높은 선수가 즐비하지만, 다시금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 됐다. 특히 후방의 핵심인 센터백 듀오 얀 베르통언(RSC 안데를레흐트)과 토비 알데르베이럴트(로열 앤트워프)가 어느덧 30세 중반에 접어들면서 경쟁력이 떨어졌다.
198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1980) 준우승, 1986 멕시코 월드컵 4강 등 국제무대에서 눈부신 자취를 남긴 벨기에는 2002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암흑기를 맞았다. 유로 대회에서 거듭 ‘예선 탈락’ 고배를 들었고, 2006 독일 월드컵을 포함해 두 대회 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유망주 육성에 공을 들인 벨기에는 2010년대부터 세계적인 선수를 다수 배출했다. 현 벨기에 대표팀의 핵심 미드필더인 케빈 더 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를 비롯해 에덴 아자르(레알 마드리드) 로멜루 루카쿠(인터 밀란) 등 포지션마다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포진하면서 국제무대 성적에 관한 기대가 커졌다.
대체로 월드컵 16강에서 여정을 멈춘 벨기에는 황금 세대가 모인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3위를 거뒀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는 벨기에 대표팀을 향한 장밋빛 전망이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팀의 일원인 더 브라위너도 영국 가디언을 통해 “우리의 (월드컵 우승) 기회는 2018년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좋은 팀이지만, 늙어가고 있다”며 “우리는 2018년에 모인 선수들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나는 우리의 우승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고 말했다.
토너먼트 무대를 밟는 것도 불투명하다. 조별리그 2경기에서 1승 1패를 거둔 벨기에(승점 3)는 크로아티아, 모로코(이상 승점 4)에 이어 F조 3위다. 벨기에의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는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팀인 크로아티아다. 벨기에는 크로아티아를 넘어야 16강 진출이 가능하다. 비길 시에는 같은 시간에 열리는 모로코와 캐나다 경기의 결과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크로아티아에 패하면 ‘황금 세대’의 월드컵은 영원히 막을 내린다.
김희웅 기자 sergi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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