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 금리에도…연말 랠리 기대감에 '빚투' 다시 늘었다

김경진 2022. 11. 2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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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회사원 김 모(38) 씨는 4개월 전 증권사에서 신용거래융자(신용융자)를 받아 1억원어치 주식을 샀다. 이후 투자한 주식의 주가가 20% 넘게 떨어졌지만 본전 생각에 주식을 팔지도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융자를 낼 당시 연 8%대였던 금리는 현재 연 10%까지 올랐다.

그는 “재작년 말 산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월 180만원에서 230만원으로 뛰었다”며 “생활비 부족분을 만회하려고 빚을 내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내려가며 팔지도 못하고 이자만 더 늘었다”고 말했다.


주춤하던 ‘빚투’, 랠리 기대감에 재상승


주식 시장에서 ‘빚투(빚내서 투자) 개미’가 다시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신용융자잔고는 17조249억원이다. 신용융자잔고는 9월 말 17조1648억원에서 10월 말 16조756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이달 들어 다시 반등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화하며 ‘연말 랠리(상승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2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긴축의 보폭을 줄인 것도 투자 심리 개선에 영향을 줬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문제는 뛰는 신용융자금리다. 증권사 신용융자 금리가 최대 연 10%대까지 오르면서 개미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향후 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으면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에 금리 부담까지 더한 ‘이중고’를 겪을 수 있어서다. 연 10%대 금리는 저축은행 신용대출 금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신용융자금리 최고치가 연 10%를 넘어선 곳은 하나증권·삼성증권·현대차증권·유안타 증권 등이다. 유안타증권은 가장 낮은 등급인 마이론그린 회원 중 은행연계계좌 고객에게 16~30일 연 10.05%의 신용융자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대출 기간이 90일을 초과하는 경우 최대 연 10.5%의 금리를 적용한다. 대출 기간이 90일 이하라도 가입 조건과 등급에 따라 10%대의 이자를 책정한 구간도 있다. 삼성증권은 가입 조건에 따라 대출 기간 90일 초과의 경우 연 10.1~10.2%, 90일 이하의 경우 연 9.6~10.1%의 금리를 적용한다.


미래에셋, 올 초 7.2%→9.8% 인상


신용융자금리 최고치가 연 10%에 바짝 다가선 곳도 여럿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8일부터 고객 등급과 무관하게 대출 기간이 90일을 초과하는 신용융자에 대해 연 9.8%의 이자율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초 등급에 따라 대출 기간 90일 초과 고객에게 등급에 따라 연 7.2~8.4%의 금리를 적용해왔다.

메리츠 증권은 다음 달부터 대출 기간 90일 초과하는 신용융자에 연 9.7% 금리를 적용한다. 이는 연초(연 8.77%)보다 0.93%포인트 오른 것이다.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신용융자금리가 오르며 개인투자자의 이자 부담을 늘었지만 증권사 수익은 늘었다. 금투협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29개 국내 증권사가 개인 신용거래융자로 얻은 이자수익은 1조2467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지수가 정점을 찍었던 1년 전보다 7.2% 줄어들었다.


증권사 “기준금리인 CD·CP 금리 오른 탓”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융자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나 기업어음(CP) 금리를 기준금리로 한 뒤 리스크프리미엄 등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한다”며 “CD·CP 금리가 오르며 불가피하게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금투협에 따르면 28일 기준 91일물 CD금리와 CP 금리는 연 4.03%, 연 5.51%로 올해 초보다 각각 2.73%포인트, 3.96%포인트 상승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Fed의 긴축 속도 조절로 인해 연말까지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현재 주가가 세계경기 둔화 우려와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 이익이 낮아질 수 있는 부분을 반영하지 않은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긴축 속도 조절의 모멘텀이 끝나면 그동안의 상승분을 반납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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