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세계 순위 들썩이는 韓8인 제작사…K콘텐트 '몸값' 높인 변승민
클라이맥스스튜디오 변승민 대표
“콘텐트뿐 아니라 플랫폼도 계속 진화해요. 새로운 플랫폼, 투자자들이 많이 나오는 환경에서 생기는 기회에 발맞춰, 계속 준비하는 게 유일한 비결입니다.” 설립 4년 만에 K콘텐트 히트작 제작자로 떠오른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변승민(40) 대표의 말이다. 지난해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세계순위 1위에 오른 ‘지옥’(감독 연상호)과 군대 내 부조리를 고발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D.P.’(감독 한준희)가 모두 클라이맥스 제작 드라마다.
클라이맥스는 변 대표를 포함해 기획 프로듀서·경영팀 등 젊은 피 8인이 뭉친 회사다. 2018년 레진엔터테인먼트로 출범해 지난해 독립, 사명을 현재대로 바꾼 후 SLL(옛 JTBC 스튜디오)에 450억원(지분율 95%)에 인수됐다. 첫 제작작품인 영화 ‘초미의 관심사’(2020)부터 카카오TV 오리지널 ‘아만자’(2020),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쓴 tvN 드라마 ‘방법’(2020) 및 극장판 ‘방법: 재차의’(2021)까지 영화·드라마·숏폼 콘텐트를 오가는 유연성, 빠른 기획·제작 공정을 바탕으로 시의성 있는 장르물을 만들어내는 순발력이 강점이다. 김한민 감독의 영화 ‘핸드폰’(2009) 등 영화 현장을 거쳐 투자·배급사 NEW,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등을 거친 변 대표가 노하우를 집약했다.
젊은 피 8인 제작사, 넷플릭스 세계순위 들썩
지난달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티빙에 출시한 6부작 ‘몸값’(감독 전우성)도 동명 단편 영화를 오프닝 장면으로 가져와 장편 재난 스릴러로 확장한 독특한 사례다. 저마다 몸값 흥정을 벌이던 직장인(진선규), 여고생(전종서), 효자(장률)가 한 건물에서 대지진에 휘말리는 독특한 소동극을 원테이크(카메라를 끊지 않고 찍는 기법) 촬영 효과로 몰입도 있게 펼쳐내, 첫 주 시청 UV(순방문자수) 기준 역대 티빙 오리지널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OTT 파라마운트+를 통해 내년 해외 시장 공개를 앞뒀다.
Q : -현재 진행 중인 작품 수는.
“2024년 말 개봉 목표의 애니메이션까지 20편 정도. 개발을 검토 중인 아이템까지 포함하면 50편 정도 된다.”
Q : -작품 내놓는 속도가 빠르다.
“투자·배급사에서 오래 일하며 봐온 제작사들의 기획·개발 시스템 장점을 취합해보니 계획 주기가 짧아야겠더라. 초석은 ‘하루 계획’이다. 활시위를 당길 때 1㎝ 오차가 먼 과녁에선 100m 차이가 되잖나. 오늘 세운 계획을 내일 다시 점검해서 조금씩 수정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계획을 짜는 것도 훈련이다. 잘 훈련되면 기획이든 제작이든 방향성을 전환하는 큰 결정도 능숙해진다.”
Q : -작품을 예로 들면.
“‘지옥’은 영화 상‧하편으로 갈지 시리즈물로 갈지 계속 고민했다. ‘몸값’도 매회 30분 조금 넘는데 기획 당시 길이가 너무 짧으면 관객이 배신감을 느껴서 이탈률이 높아질 거란 우려와 요즘 세대는 짧은 걸 선호한다는 의견이 마지막까지 부딪혔다. OTT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관객 선호도에 대한 판단이 거의 매일 바뀌기도 한다. 우리 작품이 아니어도 관객 반응을 많이 찾아본다.”
Q : -‘몸값’은 단편영화를 전혀 다른 장르로 장편화한 드문 사례인데.
“단편 제작진과 대학생 때(변 대표는 한국외대 아랍어과 재학 시절 한겨레영화제작학교에서 영화를 배웠다) 인연이 있는데, 어떤 영화보다 뛰어난 오프닝이 되겠더라. 길이만 늘이기보다 원테이크 구성과 호흡을 존중하고 싶었다. 원작의 충격적인 반전을, 전혀 가까워질 수 없는 악인들이 지진이란 장애물을 돌파해가는 설정으로 확장하면 이야기를 끌어갈 동력이 되리라 봤다. 동시기 작품에서 못 봤던 소재를 생각해보는 편이다.”
Q : -해외에선 K콘텐트의 어떤 점에 각광한다고 보나.
“다이내믹한 한국 사회의 독특한 이야기와 낯선 배우, 장르의 이종교배. K콘텐트는 명확한 지점이 많다. ‘신파코드’도 부정적 평가를 많이 받지만, 해외 관객 반응은 오히려 좋을 때가 있다. ‘오징어 게임’도 그렇고, ‘지옥’ ‘몸값’도 범주는 조금 달라도 그런 직관적 감정이 많잖나. 가장 한국적인 일일 드라마, 미니 시리즈가 세계 관객에 각광받는 것만 봐도, 한껏 울고, 바로 울 수 있는 K콘텐트의 직관성이 해외 관객한테 사랑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넷플릭스 드라마 ‘정이’, ‘지옥’ 시즌2를 향후 선보이는 연상호 감독과 ‘D.P.’ 시즌2 촬영을 최근 마친 한준희 감독, 같은 작품 원작‧각본을 맡은 김보통은 클라이맥스와 꾸준히 작업해온 창작자들. ‘몸값’으로 데뷔한 전우성 감독도 포함된다. 변 대표는 “자기 목소리가 있는 감독‧작가들에게 매력을 느낀다”면서 “영상 창작자의 영역 구분이 많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유쾌한 왕따' 시리즈…지옥·D.P.·몸값 잇는 세계관 될까
“4년 후는 미디어 환경‧관객이 어떻게 변할지 솔직히 전혀 모르겠어요. 하루하루 조금씩 놓치지 않고 부지런히 따라가는 거죠. 좀 더 작가주의 우선의 영화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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