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재명이다' 집회에…"반갑다" 되레 안도하는 여당, 왜
주말인 지난 26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선 이태원 참사 진실 규명을 촉구하며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 집회의 또 다른 목적이 ‘우리가 이재명이다. 검찰 표적 수사 중단하라’였다는 점이다. 최근 검찰이 수사망을 조여가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이른바 ‘이재명 수호’ 집회 성격을 띈 셈이다. 같은 날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서도 일부 참석자들은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 등을 들고 구호를 외치곤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합회(민주노총)와 정부의 대립이 심화하고, 화물연대에 이어 철도와 지하철 노조까지 줄줄이 파업을 예고하며 정부와 여당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교통이 마비되면 경제뿐 아니라 연말연시 민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그런데 여권 일각에선 이러한 강경 집회에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최근 일련의 진보 진영 집회에서 “이재명 수호”, “한미동맹 파기” 등 정치적인 구호가 뒤섞이면서 이들이 공감대 확대에 실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 사정을 잘 아는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노총의 본산 격인 금속노조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건 전체 노동자들의 분위기라고 볼 수 없는 것이며 이번 줄파업의 명분이 부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물류업계 사정에 능통한 국민의힘 의원도 “화물연대 사람들도 사실은 매달 500만원 안팎의 소득을 버는 사람들이다. 이런 분들이 진짜 노동계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겠냐”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와 노조가 엮일수록 국민의힘은 유리하다”고 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집회에서 이재명 수호 목소리가 클수록 우리는 좋은 거 아니냐”고 했다.
일부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폭력적 행위도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6일엔 부산신항 인근에서 운행하던 비조합원 화물차에 쇠구슬이 날아들어 차량 2대가 파손됐다. 경북 포항에서는 25일 화물차 운송을 방해한 화물연대 조합원 2명이 입건됐다. 코레일 서울 구로사업소에 임시로 마련된 대체인력 장병 휴게실에는 철도노조 조합원이 붙인 것으로 추정된 경고문에 “방 이용시 일어날 불상사 책임은 너희에게 있다”는 협박조의 내용이 포함돼 비판을 사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런 노조를 향해 “국민과 경제를 인질로 잡고 벌이는 불법 파업을 중단하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대한민국 헌법과 노동법은 노조의 단체행동권 보장해야 하지만 그 외 행위는 모두 불법 행위”라며 “불법 파업은 경제와 국민을 볼모로 한, 용납될 수 없는 행위”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노란봉투법’을 ‘합법파업보장법’으로 부르자”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위헌적인 ‘노조방탄법’, ‘불법파업조장법’”이라고 일갈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화물연대 총파업의 목표는 분명하다. 출정식에서 민주노총은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고 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파업의 궁극적인 목적이 정권을 흔드는 데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이날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레미콘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국노총 출신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임이자 의원은 이 자리에서 “화물연대의 생떼 쓰기로 다른 노동자들이 위기에 처했다”며 “문재인 정부 5년간 ‘떼법’이 통하는 세상이 됐고 불법폭력, 직장점거 난무하게 됐다. 정부는 이런 것에 굴복하지 마시고 반드시 법과 원칙을 세워주시길 바란다. 업무개시 명령도 반드시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이달 21일부터 25일까지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2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6.4%로 전주 대비 3.0%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의힘도 3.0%포인트 높아진 36.8%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시 합의 등 경색된 정국 타결 의지 등이 영향을 미쳤다”며 “중도층에서의 지지율 상승이 전체적인 지지율 상승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당내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호를 외치던 민주당이 중도층의 외면을 받은 것처럼 ‘이재명 수호’는 중도층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호일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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