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와 맞대결하는 운명의 밤, 8년 전 알제리 쇼크와는 다르다
[김승훈 기자]
▲ 2022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현지시간) 부상 회복에 전념했던 김민재가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의 지시를 듣고 있다. 2022.1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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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한국 시각)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조별 리그 H조 2차전이 열리는 날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번에도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른다.
28일 낮 기준으로 대한민국과 우루과이는 승점 1점에 페어 플레이 점수(경고 또는 퇴장 카드 누적에 따른 포인트 차감)까지 같은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가나는 1차전에서 포르투갈에게 1점 차로 패함에 따라 4위에 머물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2014년 브라질 대회에 이어 8년 만에 아프리카 팀을 2차전에서 만난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역대 월드컵 본선에서 2번째 경기 성적이 4무 6패로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마냥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8년 전 브라질 대회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알제리와 H조 조별 리그 2차전을 치렀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당시 러시아와 1-1 무승부를 기록한 뒤 알제리를 상대로 필승을 다짐하며 경기에 나섰으나 2-4로 처참하게 대패를 당했다. 16강 진출의 경우의 수가 당장 사라진 것은 아니었으나 우리는 이를 참사로 기억하고 있다.
2014년 알제리를 만나기 전 미리 만났던 가나
사실 2014년 대한민국 대표팀은 브라질로 출국하기 전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 들러 가나와 평가전을 치렀다. 야구 팀 마이애미 말린스가 말린스 파크로 경기장을 옮기기 전 미식축구 겸용 경기장으로 사용했던 선라이프 스타디움(현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평가전이 열렸다.
당시 대한민국 대표팀이 가나와 평가전을 했던 이유로는 아프리카 팀이었던 알제리에 대한 대비 차원이었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가나 대표팀에게 0-4로 무기력하게 대패를 당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미 5월 서울에서 출정식을 겸하여 튀니지와 경기했을 때도 0-1로 패했던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마이애미에 들러 가나를 상대로 대패를 당했으니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했던 경기였다.
당시 가나는 브라질 대회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포르투갈 대표팀과 함께 G조에 속해 있었고, 역시 월드컵 본선을 치르기 위해 브라질로 가던 길이었다. 월드컵 본선을 치르는 팀끼리 했던 평가전인 만큼 알제리가 이를 분석하지 않을 리가 없었는데, 철저하게 약점이 노출되는 꼴이었다.
결국 H조 조별 리그 2차전에서 대한민국은 알제리에게 그야말로 농락을 당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전반전에 아예 단 하나의 슛도 시도하지 못했다. 알제리를 상대로 12분 만에 순식간에 3골을 허용했을 정도로 와르르 무너졌다. 비교적 좋은 모습을 보이며 1-1로 비겼던 러시아와의 경기 때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그나마 후반전에 대한민국은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의 분전에 힘입어 손흥민과 구자철(현 KBS 해설위원)의 만회 골로 영패는 면했다. 이후 벨기에에게 0-1로 패하면서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16년 만에 승점 1점에 그쳤고, 본래 2015 AFC 아시안 컵까지 계약이 되어 있었던 홍명보(현 울산 현대 감독)도 감독직을 중도 사퇴했다.
2014년 알제리와 2022년 가나 대표팀
현 시점에서 가나와 2014년 알제리 대표팀은 비슷한 점들을 찾을 수 있다. 일단 아프리카 대표팀의 특성 상 팀 자체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 선수들 중 유럽 클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개인적으로 분석할 수는 있지만, 유럽이나 아메리카 팀들에 비해 이들을 상대할 기회도 적었다.
아프리카 팀들은 다른 대륙의 팀들에 비해 월드컵 본선에 꾸준히 나오는 팀이 적었다. 이는 2022년 대회까지의 아프리카 지역 예선 시스템 때문인데, 2차 예선에서 1위를 기록한 10팀이 대진을 추첨하여 외나무 다리에서 생존 경쟁을 치르는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팀들 중에는 아직까지 월드컵 본선에 10회 이상 진출한 팀이 없다(대한민국 11회). 아프리카 팀들 중 월드컵 본선에 가장 많이 나왔던 카메룬(8회)도 가끔 본선 진출에 실패했을 때가 있었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로 유명한 이집트는 예선 최종 라운드에서 세네갈에게 밀려 이번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알제리와 가나는 월드컵 본선 출전 횟수가 4회로 같다. 알제리는 1982년 스페인, 1986년 멕시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2014년 브라질 대회에 출전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는 아프리카 예선 최종 라운드에서 카메룬에게 밀려 본선에 나오지 못했다.
가나는 2006년 독일 대회에 처음 본선에 출전했고, 2010년 남아공 대회와 2014년 브라질 대회까지 3회 연속 본선에 진출했다.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는 아프리카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고 이번 대회에 다시 본선에 진출했다.
어려운 경기 예상되는 상대, 방심하지 않는 대표팀
가나는 이번 대회 2차 예선에서 남아공과 승점, 골득실차가 같았으나 단 1골 차이로 다득점 우위를 기록하며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다. 나이지리아를 만났던 최종 라운드에서는 홈에서 0-0으로 비기고 원정에서 1-1로 비겼다. 우위를 보이며 승리한 것은 아니었고,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 의하여 본선에 합류했다.
현재 가나의 대표팀 감독은 정식 감독 경험이 처음인 오토 아도인데, 감독이 선임된 지 1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6월에는 일본과의 친선 경기에서 1-4로 대패를 당했고, 니카라과에게 1-0으로 간신히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가나는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복수국적 선수들의 귀화를 유도했고, 이로 인하여 조금 더 강한 대표팀 엔트리를 꾸릴 수 있게 됐다. 월드컵 본선을 시작하기 직전 스위스와의 평가전에서는 2-0 승리를 거뒀고, 이로 인해 그 동안 전력이 크게 상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가나는 1차전에서 포르투갈에게 1점 차로 패한 상태다. 대한민국에게도 패한다면 탈락할 수도 있는 위기감에 정신적으로 단단하게 무장한 상태에서 경기에 임할 가능성이 높다. 아프리카 팀들은 한 번 리듬을 타면 무서운 기세로 상대 팀을 압박하는 특징이 있는 만큼 이들이 좋은 분위기를 타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다행히 이번 대한민국 대표팀의 벤투 감독은 8년 전 가나를 상대로 승리한 적이 있다. 다만 이 경기가 쉽게 승리한 경기는 아니었으며, 다득점 승리에 실패하면서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던 적이 있는 만큼 보다 철저하게 가나 팀을 분석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8년 전 월드컵에 참가했던 선수들 중 김승규(알 샤바브), 김영권(울산 현대) 그리고 손흥민이 있다. 알제리에게 처참하게 당했던 경험을 거울 삼아 대표팀 동료들에게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가지 않도록 격려할 수 있다.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홍명보 감독 역시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선수들이 집중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8년 전과 비교했을 때 희망을 찾을 수 있다면...
그래도 이번에는 8년 전 알제리에게 당할 때와는 달리 희망을 찾을 수는 있다. 8년 전에는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도 시원찮은 경기력으로 겨우 본선에 진출했고, 홍명보 감독도 준비 시간이 반 년 밖에 없었다. 그 이전까지 평가전 결과도 좋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벤투 감독의 지도 하에 무려 4년을 철저하게 준비했다. 지도자 교체 없이 월드컵 예선을 거쳤고, 비록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패했지만 그 전에 월드컵 본선 진출도 확정했다.
물론 최종 예선을 끝낸 이후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열렸던 평가전 과정에서 마냥 긍정적인 전망만 나왔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보여줬듯이 대표팀은 조직력와 점유율에서 다른 팀에게 밀리지도 않았다.
또한 이번 월드컵은 아시아에서 열리고 있다. 월드컵을 개최하기 전까지 본선 경험이 한 번도 없었던 카타르가 2패로 조별 리그 탈락을 확정했지만, 다른 팀들은 월드컵 최종 예선을 통해 중동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던 이점을 확실히 느끼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이란 그리고 호주까지 네 팀이 이미 조별 리그 2경기 중 1경기를 승리하면서 최소 3점 이상의 승점을 확보했다. 1차전에서 패했던 팀들은 2차전에서 승리했고, 1차전에서 승리했던 팀들은 2차전에서 패하긴 했지만 아시아 팀들의 선전은 이번 대회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물론 대한민국의 경기 순서가 아시아 6팀 중 제일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부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표팀은 아시아 다른 팀들의 선전을 부담보다는 동기부여로 받아들이며 득점이 없었을 뿐 우루과이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이 덕분에 아시아 다른 팀들의 경기 내용들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초반부터 힘을 너무 빼지 않고 지난 번 경기에서 했던대로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가나의 빈 틈을 철저하게 노려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가나를 상대로 승리하게 된다면 서로의 맞대결을 앞두고 있는 포르투갈과 우루과이보다 심리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도 있다.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의 경기 결과에 따라 3차전 분위기가 달라지겠지만, 벤투 감독이 대회 초반에 언급했던대로 "우리의 축구"를 부담 없이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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