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덩어리서 세계3위 수출 기적…농업 강국 네덜란드 비결

박소영, 김홍범 2022. 11. 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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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세계 곳곳에서 작황 부진을 겪는 가운데 최첨단 농법을 이용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농산물 수출국이 된 네덜란드가 주목받고 있다. 네덜란드의 지난해 농산물 수출액은 1050억 유로(약 146조원). 미국(1770억 달러·약 237조원)엔 못 미치지만 국토 면적이 200배가 넘는 브라질(1250억 달러·약 167조원)과 2·3위를 다툰다. 땅덩어리(4만1543㎢)가 한국의 절반도 안 되는데 원예·육류·유제품·채소·과일 등 수출 품목도 다양하다. 열악한 조건을 딛고 네덜란드가 세계를 먹여살리는 농업 강국이 된 비결을 최근 워싱턴포스트(WP)가 집중 조명했다.

네덜란드 기업 아그로 케어의 토마토 재배 모습. 사진 아그로 케어 페이스북 캡처


열악한 조건이 만든 농업 강국

유럽 북서부에 위치한 네덜란드는 국토의 약 25%가 해수면 아래에 있는 저지대 국가다. 활발한 간척사업으로 영토를 늘렸지만 염도가 높아 농사짓기에 좋지 않고 비가 자주 내리는 등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좁은 영토, 척박한 토양, 기후 등을 극복하기 위해 네덜란드는 실내 농업을 적극 도입하고 어떤 기후와 조건에서도 살아남는 종자 개발에 힘썼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수직 농업·유리온실 등 실내농업

네덜란드 남부 도시 스헤르톤헨보스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수직농업센터 플랜트랩이 LED 조명으로 빛을 생성해 토마토를 기르고 있다. 사진 플랜트랩 인스타그램 캡처

대표적으로 ‘수직 농업’ ‘유리온실’ 등을 적극 권장했다. 수직 농업은 고층 시설물에 층을 나눠 인위적으로 조성한 빛과 물을 통해 농작물을 생산하는 방법이다.

네덜란드 남부 도시 스헤르토헨보스에 있는 ‘플랜트랩(PlantLab)’은 세계 최대의 수직 농업센터다. 태양 대신 LED 조명으로 빛을 생성하고, 물을 재순환시켜 허브·토마토 등을 재배하고 있다. 농작물 수확과 유통 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 버려지는 농작물도 줄었다. 엘코 오커스 플랜트랩 대표는 WP에 "다양한 변수를 제어해 일관된 수확량을 얻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네덜란드 서부 도시 베스틀란트는 세계에서 처음 유리온실 농업을 시작한 곳이다. 1850년대 포도 재배를 위해 유리를 이용해 온실을 만들었다. 현재는 6000여동이 도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LPG 등으로 발전기를 돌려 실내에 열과 빛을 공급해 농작물을 키운다. 베스틀란트 인근의 농업 회사 ‘아그로 케어(Agro Care)’는 유리온실에서 질 좋은 토마토를 연 9만t 넘게 생산해 유럽에서 가장 큰 토마토 생산자 중 하나가 됐다.


다양한 종자 기술 개발에 주력

지난 4월 네덜란드 종자 회사 기업 엔자 자덴이 공개한 파프리카 재배 현장. 사진 엔자 자덴 홈페이지 캡처

네덜란드의 농업 경쟁력은 종자부터 시작한다.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종자 기업인 ‘엔자 자덴(Enza Zaden)’은 종자 개발에만 매년 1억 달러(약 1400억원)를 투자해 150여 종의 새로운 채소 품종을 선보인다.

최근의 관심사는 기후변화에 대비해 실내 외에도 다양한 환경에서 재배할 수 있는 종자를 찾는 것이다. 얍 마제리우 경영책임자는 WP에 “기후변화로 날씨가 점차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우린 수질이 좋지 않은 곳에서 재배가 필요할 경우 등을 대비해 염분에 잘 견디고 회복력이 강한 품종 등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엔자 자덴 외에도 네덜란드 종자 기업들은 북서쪽 노르트홀란트주(州)에 모여 산업 클러스터를 이루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끌어낸다. 기업과 정부, 연구소가 모인 이곳은 종자를 뜻하는 시드(seed)를 붙여 ‘시드 밸리’라고 부른다. 또 세계 상위 20대 농식품 기업 중 15개 기업도 네덜란드에 주요 연구개발 시설을 두고 있다.


첨단 기술 활용해 재배 자동화

첨단 기술이 대거 접목된 농장은 마치 현대식 공장처럼 운용된다. 식물은 모종 단계부터 로봇에 의해 관리되며, 농부는 농장을 일일이 돌지 않고도 컴퓨터로 농산물의 수량을 점검하고 온도와 습도, 급수량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이는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식물의 생육에도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연중 대부분 자랄 수 있게 한다.

수확 이후 과정도 대부분 자동화되어 있다. 수확물은 로봇 차량에 실려 포장 부서로 옮겨진다. 이렇게 완성된 농산물들은 곧바로 암스테르담 항구와 스키폴 공항 등으로 옮겨져 수출된다. 스키폴 공항은 2024년 완성을 목표로 물류의 저장과 이동이 완전 자동으로 이뤄지는 터미널을 짓는 중이다.

노동집약적인 농업과 거리가 있다보니 농업 관련 노동 인구는 많지 않다. 지난 2020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 1753만명 중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1%(약 18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환경 고려한 지속가능한 농업

네덜란드 기업 아그로 케어가 공개한 농장 내부의 모습. 사진 아그로 케어 페이스북 캡처

네덜란드 농업이 더욱 돋보이는 건 인위적인 에너지가 많이 드는 시설농업을 하되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삼는다는 점이다. 일례로 네덜란드에선 500g 토마토를 재배하면서 약 2L 물을 사용한다. 반면 세계 평균적으론 105L로 50배 넘는 양을 쓴다. 또 전기 등을 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식물을 통해 산소로 전환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힘쓴다.

강호진 주한 네덜란드대사관 농무관은 “네덜란드는 민간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작물 개발을 하는 것과 더불어 정부 차원에선 농축산업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에너지‧비료‧사료 등의 대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충남연구원에서 네덜란드 농업에 대해 연구한 박경철 책임연구원은 “고도로 발달한 네덜란드의 시설농업과 자동화된 시스템 등은 고령화된 우리 농촌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 같은 기술이 적용되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소농민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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