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서관이라면 누구든 책이 읽고 싶을 걸요 [서울을 그리는 어반스케쳐]

오창환 입력 2022. 11. 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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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미술의 융합, 의정부 미술 도서관

도시와 사람을 그리는 어반스케치를 하면서 서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생각합니다. <기자말>

[오창환 기자]

 의정부 미술 도서관 2층에서 1층 아트 그라운드를 보고 그린 스케치. 도서관에서는 사람들이 같은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때문에 그리기 좋다,
ⓒ 오창환
 
볼 일이 있어서 의정부에 간 김에 의정부 민락지구에 있는 의정부 미술 도서관에 들렀다. 이 도서관은 2019년 11월에 개관하였는데, '책 읽는 도시 의정부'를 역점과제로 추진해 온 의정부시가 책과 미술의 융합을 기치로 만든 도서관이다. 나는 과연 그런 융합이 잘 되어있는지 보고 싶었다. 의정부시에는 미술 도서관 외에도 음악도서관, 과학도서관, 어린이 도서관 등 특색 있는 도서관이 많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확실히 이런 일은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한 것 같다.

이 도서관은 외관도 범상치 않지만, 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1층 로비에 들어가는 순간 '야, 여기 미술 도서관 맞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결'을 건축으로 구현한 미술도서관 
 
 도서관 중앙에 위치한 대형 계단을 통해 모든 공간이 연결되어 있다.
ⓒ 오창환
 
이전에 없던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우리가 찾은 길은 연결. 생각, 지식, 배움, 경험, 잠재력의 연결. 연결의 힘으로 도서관의 미래를 여는 우리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의정부 미술도서관 유튜브)

흔히 연결이라든지 융합, 소통 등 그럴듯하고 거창한 개념이 실제 상황과는 따로 노는 경우가 많은데, 이 도서관에서는 그런 개념들이 구두선(口頭禪)에 그치지 않고 잘 적용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도서관의 공간들은 개방적이고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어서 우리가 흔히 칸막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곳에 칸막이가 없다. 그리고 그런 공간들은 하나로 연결해주는 것이 중앙의 대형 원형계단이다.

이 도서관은 각 층을 그라운드로 이름 지어서 구별하고 있다. 먼저 1층은 아트 그라운드로 회화, 디자인, 건축 등 미술 관련 서적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국립현대 미술관과 서울시립 미술관 도록도 체계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1층에 좋은 갤러리도 있는데 내가 간 날은 전시가 없어 아쉬웠다. 이곳은 높은 천장과 넓은 창, 아름다운 가구와 조명등이 어우러져 멋진 장면을 연출하고 있어서, 여기서라면 누구라도 책을 읽고 싶어 할 듯하다.

예전에는 큰 서점에 가서 책을 둘러보다가 표지나 제목이 마음에 들면 꺼내서 읽어보거나 사곤 했는데,  요즘은 검색을 통해서 책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고, 책을 온라인으로 사는 경우가 많다. 어느 쪽이 좋다 말할 수는 없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우연히 만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 미술 관련 책들은 특히 표지가 예쁜데 서가에 책 표지가 보이게 진열해 놓아서 더 좋았다.
 
 1층에 데이비드 호크니의 <비거 북>이 있다. 2층 일반열람실의 서가가 마치 데미안 허스트의 약장 작품 같다.
ⓒ 오창환
1층에 흥미로운 책이 많지만 가장 관심이 가는 책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비거 북(A Bigger Book)이다. 이 책은 이름처럼 큰 책인데, 호크니가 미술 학교를 다니던 10대 시절부터 최근에 아이패드로 그린 그림까지 60년 이상 그린 작품들을 모아 놓았다. 풍경화, 인물화, 종이 오려 붙이기 작품 등 내용도 다양한데, 이 책을 보니 그가 왜 대단한지를 알 것 같다. 책의 제목은 물론 그의 대표작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에서 따왔을 것이다. 언감생심 호크니의 그림을 따라 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가 말년에 즉석사진을 이어 붙여서 만든 작품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2층은 제너럴 그라운드로 일반 공공 도서관의 역할을 한다. 계단을 올라가면 왼쪽이 어린이 책이 있고 오른쪽에 일반 서적이 있는데 두 부분이 분리되어 있지 않아서 가족이 함께 와서 같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도서관 측의 안내문을 보면 '공간의 개방성을 극대화하고자 전면 유리창을 통해 바깥의 풍경을 도서관 내부로 들였으며, 서가 등의 가구는 벽면 서가를 제외하고 높지 않은 반투명 아크릴 소재로 제작하여 책 속에서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였다'라고 하는데, 이 도서관은 특히 서가가 밝고 예뻤다. 데미안 허스트는 약을 보관하는 약장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많이 만들었는데, 이 도서관의 서가는 허스트의 약장 작품처럼 보인다.

미술에 흠뻑 빠진 날

2층 한쪽에 '필사의 숲'이 있었고, 김초엽 소설 <지구 끝의 온실>이 필사할 책으로 놓여있었다. 나도 원고지 한 페이지를 필사하여 남기고 왔다.
 
 2층 '필사의 숲'은 마치 숲처럼 꾸며 놓았는데, 원고지 필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 오창환
3층 멀티 그라운드로 올라가면 가운데 커피숍이 있고 오른 쪽에 기증 도서 전시관이 있다. 왼쪽으로는 작가들이 상주하는 작업실과 체험 공간 그리고 사무실이 있다. 커피를 시켜 마셨는데 커피숍 한 편에 사서 추천 도서가 꽂혀 있었다.

이 날은 미처 화구를 준비해 가지 않았지만 다행히 저널 북과 만년필이 있었다. 저널 북은 이럴 때 간단하게 스케치하기 좋다, 그리고 저널 북을 펼치면 긴 파노라마 구도가 되어서 특별한 느낌을 줄수 있다. 이 도서관은 모두 오픈되어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2층 열람실에 가서 1층 아트 그라운드를 그렸다. 도서관에서 사람 그리기가 특히 좋은데 같은 자세를 오래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 날은 미술 도서관에서 미술에 흠뻑 빠진 날이었다. 다른 시에도 이런 도서관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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