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초유의 '野 단독예산' 꺼냈다…"다수당에 불가능 없다"
169석의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단독 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2일)을 나흘 앞둔 2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은 (예산안 처리에) 전혀 급해 보이지 않는다”며 “원안을 통과시키든 부결을 해서 준예산을 만들든, 모두 야당에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어 “민주당은 경찰국 예산이나 초(超)부자 감세에 동의할 수 없다”며 “필요하다면 우리가 가진 권한을 행사해 ‘민주당 수정안’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안”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꺼낸 ‘민주당 수정안’ 전략은 다음 달 2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정부 원안을 부결시키고, 민주당이 단독으로 마련한 수정안을 올려 의결하겠다는 의미다. 정부 동의 없이 국회에서 예산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경우 민주당이 경찰국 예산 등 일부 항목을 삭감한 ‘셀프 감액 예산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그간 여당이 새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적은 적지 않았으나, 야당이 예산안 단독 처리에 나선 건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다만 민주당이 실제로 단독처리를 시도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민주당이 단독처리를 하더라도 정부 동의 없는 예산 증액은 불가능해, 야당이 강조해 온 지역화폐 예산과 노인 일자리 예산, 임대주택 예산 등은 늘릴 수 없다. 그래서 일각에선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이 여당의 양보를 촉구하는 ‘압박용’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다수당이 불가능한 건 없다”며 “우리의 확고한 방침은 정기국회 회기(12월 9일) 내에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예산안 처리 방침을 29일 의원총회에서 확정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대선 불복’이 아니라면 설명될 수 없는 자신들만의 기준을 들이대고 있다”며 “국민이 정권교체를 통해 새 정부에 책임을 맡겼다는 것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전 당 비대위 회의에서 취약계층 보호 예산을 언급하면서“민주당이 서민과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국회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 주시길 거듭 요청한다”고 밝혔다.
野, 중점법안 박차…‘국가폭력 시효 배제법’ 당론 발의
한편 민주당은 그간 자신들이 요구해 온 법안 추진에도 박차를 가했다. 민주당은 이날 박홍근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 169명 전원 명의로 그간 이 대표가 거듭 강조했던 ‘국가폭력 시효 배제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국가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국가권력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 등으로 입은 피해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에 특례를 두는 내용이 골자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엔 노동계 인사들과 만나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입법 의지를 나타냈다. 이 대표는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와의 간담회에서 “노동3권을 빈껍데기로 만드는 손해배상·가압류가 지나치게 많이 남발되고 있다”며 “노동3권, 그중에서도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헌법의 취지에 맞게 보장하는 방법이 어떤 것인가를 생각해보고 현실적인 안을 만들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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