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해야 돼?… ‘경기장 청소’ 일본도 자부심-불편 교차

권중혁 입력 2022. 11. 2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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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축구 응원단의 '경기장 청소'가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앞서 마스조에 요이치 전 도쿄도 지사는 소셜미디어에 "일본 서포터의 경기장 청소를 세계가 평가하지만 이는 일면적"이라며 "관중들이 청소까지 하면 청소노동자들은 실직하게 된다. 사회·문화적 차이에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모로코의 관중들은 일본을 따라 경기 후 자리를 청소하고 떠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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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응원단이 27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코스타리카와의 경기가 끝난 뒤 푸른 비닐봉지를 들고 관중석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 축구 응원단의 ‘경기장 청소’가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경기 후 관중석을 깨끗이 청소하고 떠나는 모습에 호평이 잇따르면서 다른 나라의 팬들도 동참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같은 스포트라이트에 일본 팬들은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당혹감과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날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코스타리카의 E조 조별리그 2차전은 코스타리카의 1대 0 승리로 끝났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리 울리자 관중석의 일본 응원단을 탄식을 내뱉었다.

아쉬움도 잠시, 이내 푸른색 비닐봉투를 꺼내 뒷정리를 시작했다. 반쯤 남은 탄산음료 병, 오렌지 껍질, 얼룩진 냅킨, 티켓 뭉치 등을 봉투에 담았다. 일본 도쿄에서 온 하토리 에이지(32)는 “장소에 대한 존중의 표시”라고 말했다. 앞서 독일전에서도 일본 관중들이 봉투를 들고 객석에 버려진 쓰레기를 청소한 것은 물론, 일본 대표팀 선수들도 라커룸을 청소하고 가 ‘완벽한 손님’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많은 일본인들은 자부심을 드러냈다. 도하에서 승무원으로 일하는 도쿄 출신 도모미 기시카와(28)는 “우리는 (경기장 뒷정리 문화를) 퍼뜨릴 수 있다고 믿는다”며 “청소를 강요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시작한다면 아마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소수의 행동이 일본 전체를 규정짓는 데 대한 부담과 불편함도 있다. 실제 일본축구협회는 이날 경기 전에 ‘고맙습니다’라는 문구가 영어·일본어·아랍어로 쓰인 푸른 비닐봉지를 나눠줬지만, 수천명의 관중 중 수십명만이 동참했다.

요코하마 출신의 아마노 나기사(23)는 “경기장 청소를 요구받았지만 원치는 않았다”며 “단지 경기를 즐기고 싶었고 그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소에 동참한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후카이 지히로 기자도 “모든 일본인 서포터가 쓰레기 줍진 안는다. 그대로 떠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마스조에 요이치 전 도쿄도 지사는 소셜미디어에 “일본 서포터의 경기장 청소를 세계가 평가하지만 이는 일면적”이라며 “관중들이 청소까지 하면 청소노동자들은 실직하게 된다. 사회·문화적 차이에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카타르 현지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대다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모로코의 관중들은 일본을 따라 경기 후 자리를 청소하고 떠나기도 했다. 레바논 베이루트 출신의 자원봉사자 자지바 자그룰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면 공동체 의식이란 게 있다. 눈덩이 효과”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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