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한국 16강 간 건 두번 뿐. 부담감 갖지 마!”
부담·압박감 덜기 위해 노력
“부담감 갖지 말고 즐겁게 플레이하라” 강조
국가를 대표해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경기 전후로 엄청난 심적 압박감에 시달린다. ‘축구의 신’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도 2014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극심한 부담감 때문에 구토 증세를 일으킬 정도였다.
한국 대표팀의 주전 미드필더 이재성은 카타르 입성 전 자신의 블로그 ‘이재성의 축구 이야기’를 통해 “국민들의 기대를 받는 우리 역시 압박감과 부담감이 커져 더욱 더 비장해진다.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이라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재성은 카타르에 입성한 지난 14일부터 우루과이와의 1차전이 열린 지난 24일까지 틈틈이 카타르에서 느낀 점을 일기 형식으로 적었다. 블로그 담당 에디터가 가나전을 앞둔 28일 오전 이 글들을 정리해 공유했다.
이재성은 공항에서 자신을 배웅하며 우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정말 큰 대회, 중요한 대회에 나간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지난 14일 카타르에 도착한 후에도 3일간은 설레고 떨려서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고 한다.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주요 과제는 선수들이 부담감을 덜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재성은 “(카타르에 온 후) 벤투 감독님이 계속 자신감을 실어준다. 선수들의 부담이나 압박감을 덜기 위해 노력하시는 게 보인다”고 했다.
벤투 감독은 카타르에 입성한 직후 선수들을 이렇게 다독였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한 건 역사상 딱 두 번 뿐이다. 한 번은 2002 한일 월드컵이니 워낙 특별한 케이스다. 그걸 빼면 한 번 밖에 없다. 그런데 왜 너희가 압박감을 느끼나. 충분히 즐겁게 할 수 있다. 최종 예선에서는 부담감을 느끼는 게 당연하지만 여기(카타르)선 느낄 필요가 없다.”
이재성은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신기하게 점점 압박감이 줄어들었다”며 “다들 아픔을 참아가며 훈련하는 와중에 감독님께서 계속 정신적으로 관리를 해주셔서 감사하다. 이제는 실력 싸움이 아닌 컨디션과 정신력 싸움이다”라고 적었다.
이재성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이 각각 아르헨티나, 독일을 꺾고 대이변을 연출한 것을 지켜보면서 “우리에게도 반드시 기회가 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일본의 승리에 마음의 짐이 하나 더 늘어난 기분이었다. 이재성은 “일본이 이기니까 더 긴장됐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라이벌인 나라니까”라며 “아마 우리 동료들도 다 나와 비슷했을 것 같다. 선수들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진 게 느껴졌다”고 했다.
벤투 감독은 우루과이와의 1차전을 앞두고 무거워진 선수단 분위기를 눈치챘다. 벤투 감독은 “첫 경기라고 너무 긴장하지 마라. 2, 3차전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고, 첫 경기가 마지막 경기도 아니니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재성은 “이런 감독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하다. 경기를 앞두고 오직 이 훈련장과 호텔과 경기장이 세상의 전부인 우리에게 누군가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영향을 크게 미친다. 그래서 참 감사하다”고 했다.
이재성은 우루과이와의 1차전을 마친 후 적은 일기에서는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결과적인 면에서는 아쉽지만 우리가 하려던 플레이, 준비한 플레이를 해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어 “우리의 꿈의 무대를 위해 아파도 내색하지 않고 참고 뛰는 동료들과 뛸 수 있어 행복하다”며 “흥분은 가라앉히고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가나전을 준비할 차례다. 우루과이전에 대한 감상은 이 일기에서 끝내겠다. 우리의 무대는 계속되니까”라고 적었다.
이재성은 또 “월드컵 무대에서 가장 큰 특권은 이렇게 많은 국민에게 응원과 지지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너무나 영광스러운 자리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다음 경기도 최선을 다해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루과이와의 1차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한국 축구 대표팀은 28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에 위치한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가나와의 2차전을 벌인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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