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 청소 잘하면 뭐하나"…욱일기 든 '두얼굴의 일본팬'
“관중석 청소를 잘하면 뭐하나, 욱일기 같은 과거 청산을 못하는데.”
‘두 얼굴’의 일본 축구팬을 향한 한 한국 네티즌의 일침이다.
지난 27일 카타르월드컵 일본과 코스타리카의 조별리그 E조 경기가 열린 카타르 알라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의 관중석에 욱일기가 등장했다. 욱일기는 제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를 침공할 때 사용했던 제국주의 군기다. 일장기의 붉은 태양 주위에 아침 햇살이 퍼져나가는 모양을 형상화했다.
경기 전부터 욱일기를 펄럭이며 경기장으로 향하는 일본 팬이 보였다. 일부 일본 팬들은 경기장 안에서 욱일기를 흔들었다. 또 다른 팬은 경기장에 욱일기를 걸다가 안전요원에 의해 철거 당했다.
앞서 많은 일본축구팬들이 지난 24일 독일전이 끝난 뒤 관중석을 깔끔하게 치워 외국 매체로부터 “완벽한 손님”이란 찬사를 받았다. 27일 일본이 코스타리카에 0-1 패배를 당한 뒤에도 많은 일본 팬들이 경기장에 남아 청소를 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일본 팬들이 월드컵의 진정한 승자다. 코스티리카전 패배를 지켜봤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청소해 박수 받고 있다”고 칭찬했다. 일본 선수들 역시 독일전 승리 후 라커룸을 깨끗하게 치운 뒤 일본어와 아랍어로 감사하다고 쓴 종이로 종이학을 접어 두고 떠났다. 하지만 일부 일본 팬들이 경기장에 욱일기를 내걸며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역사 수호 운동을 벌이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또 욱일기 응원을 펼친 일본 팬을 경기장 안전요원들이 제지했다. 너무나도 적절한 조치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욱일기 응원을 공식적으로 제지한 것이라 의미가 크다”고 했다.
25일에는 한 잉글랜드 팬이 십자군 복장을 입고 잉글랜드-미국전 경기장을 들어 가려다가 제지 받는 일도 있었다. 아랍 지역에서 십자군 복장은 무슬림에 불쾌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FIFA의 입장이다.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는 경기 외적으로 정치적, 종교적 이슈가 많이 나오고 있다. 미국 축구대표팀은 소셜미디어에 B조 순위표를 올리며 이란 국기의 이슬람 공화국 엠블럼은 삭제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 내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조치였다”고 밝혔고, 이란축구협회는 “국제법 위반이며 FIFA 윤리위원회에 따져보려 한다”고 반발했다.
지난 9월 이란 여대생 아미니가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구금됐다가 사망한 뒤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란 선수들은 지난 21일 잉글랜드전 킥오프 전 국가연주 때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고 함께 침묵했다. ‘정치적 앙숙’ 미국과 이란은 30일 오전 4시 B조 3차전에서 맞붙는다.
정치, 종교적 이미지를 금지하는 FIFA는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취지의 주장의 ‘무지개 완장’ 착용을 막아 섰다.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무지개 복장도 금지됐지만, 25일 웨일스-이란전부터는 무지개 모자와 깃발을 들고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도하(카타르)=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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