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출하는 '죽음의 조'와 '경우의 수', 한국의 운명은?

이준목 2022. 11. 2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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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사우디·일본의 위기, 벤투호에 반면교사 돼야

[이준목 기자]

2022 카타르월드컵은 그야말로 사방이 '죽음의 조'다. 한발만 삐끗하면 강팀도 약팀도 안심할 수 없다. 조별리그 2라운드도 어느덧 종반으로 접어든 가운데, 1라운드와는 또다른 양상으로 '반전의 반전'이 속출하면서 벌써부터 최종전을 둘러싼 다양한 경우의 수가 거론될만큼 예측불허의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조별리그에서 연승 혹은 연패를 기록한 팀은 '디펜딩챔피언' 프랑스와 '개최국' 카타르 두 팀 뿐이다. 두 팀은 각기 다른 의미에서 '월드컵 징크스'를 깨뜨렸다.

D조의 프랑스는 호주와의 1차전(4-1)에 이어, 덴마크와의 2차전(2-1)에서도 쾌조의 연승을 거두며 본선 32개국 중 가장 먼저 16강행을 확정지었다. 프랑스는 200년대 이후 계속되고있는 전 대회 우승국의 다음 대회 부진이라는 징크스를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반면 A조의 카타르는 에콰도르(0-2), 세네갈(1-3)에 연패하며 이번 월드컵의 16강 탈락 1호 국가가 됐다. 카타르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개최국이자, 최초로 2연패를 당한 개최국이라는 불명예 신기록까지 추가했다.

하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그야말로 대혼전 양상이다. 1라운드에서 우승후보들을 잡는 이변을 연출했던 '언더독' 사우디와 일본이 2차전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고배를 마셨다. C조의 사우디는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2-1)를 잡았으나 2차전에서 폴란드(0대2)로 완패했다. E조의 일본은 1차전에서 독일(2-1)을 꺾은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코스타리카(0대1)에 뜻밖의 덜미를 잡혔다.

반면 1라운드 부진을 딛고 2라운드에서 대반전에 성공한 팀들도 있다. 아르헨티나는 사우디전 충격패를 극복하고 2차전에서 멕시코를 2-0으로 완파하며 기사회생했다. B조의 이란은 1차전에서 잉글랜드에 2대 6으로 참패했으나, 웨일스를 2-0으로 잡는 이변을 연출했다. D조의 호주도 프랑스와의 1차전 대패를 극복하고 튀니지를 1-0으로 잡으며 반전에 성공했다. 이로서 이번 대회에 나선 아시아 6개팀중 카타르와 한국을 제외하고 모두 1승을 챙기게 됐다.

2라운드에서 가장 놀라운 이변은 F조에서 아프리카의 모로코가 유럽의 강호인 벨기에를 2-0으로 격침시킨 경기였을 것이다. 피파 랭킹 22위인 모로코는 월드컵 무대에서 무려 24년 만에 거둔 승리를 피파랭킹 2위의 벨기에를 상대로 따내는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로써 어느 팀도 16강행을 확신하기 어려운 '죽음의 조'가 속출하면서 최종전을 앞두고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발생하게 됐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역시 E조다. 당초 월드컵 우승국이 두 팀이나 포진한 E조는 독일과 스페인 '양강'의 16강행 진출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스페인은 예상대로 코스타리카를 7-0으로 크게 꺾고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독일이 일본에, 일본은 코스타리카에 각각 덜미를 잡혔고, 독일은 다시 스페인과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서로 물고물리는 혼전 양상에 빠졌다.

현재 스페인이 1승 1무 승점 4점, 골득실 +7로 가장 앞서 있다. 일본과 코스타리카가 나란히 승점 3점이지만 일본이 골득실 0으로 2위, 코스타리카는 –6으로 3위다. 독일은 1무 1패골득실 -1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스페인은 최종전에서 일본과 비기기만 해도 16강진출이 가능하여 가장 유리한 상황이다.

일본은 단숨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최종전에서 승리하면 자력으로 16강행을 확정할수 있지만, 비기면 독일-코스타리카전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고, 패하면 무조건 탈락이다. 그런데 객관적인 전력상 일본이 '우승후보 1순위' 스페인을 상대로 승점을 따낼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반면 독일은 전력상 코스타리카를 잡을 것이 유력하지만, 만일 독일이 이기거나 코스타리카가 무승부 이상만 기록해도 모두 승점 4점을 넘어서기에 일본으로서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진퇴양난이다.

현재로서 일본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스페인을 기적적으로 이기거나, 혹은 최소한 무승부를 기록한뒤 독일과 코스타리카가 비기는 것이다. 이 경우, 독일은 승점 2점으로 탈락하고 일본과 코스타리카는 승점이 4점으로 같지만 골득실에서 앞선 일본이 조 2위가 된다. 월드컵은 승점이 같을 경우, 골득실-다득점-승자승 순으로 순위를 가린다.

C조 역시 4팀 모두 최종전을 이기면 자력으로 16강 진출 가능성이 열려있다. 현재 폴란드가 승점 4점으로 1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가 승점 3점으로 골득실 차이로 2~3위를 달리고 있으며, 아직 승리를 얻지 못한 멕시코는 승점 1점으로 최하위다.

최종전은 아르헨티나- 폴란드, 사우디-멕시코다. 나란히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을 노리는 리오넬 메시와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의 골잡이 맞대결로 관심을 모으는 두 팀의 승부는 전력은 아르헨티나가 우세하지만, 상황은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르는 폴란드가 다소 유리하다. 하지만 폴란드도 아르헨티나에 패하고 사우디가 멕시코전에서 승리하는 경우의 수가 나오면 탈락할 수 있기에 안심할 수 없다.

'16강 공무원'으로 불리우는 멕시코 역시 현재 조 최하위지만, 사우디를 상대로 대량득점에 성공하고 폴란드나 아르헨티나에 무승부 이상을 기록해 준다면 희망이 있다. 가장 흥미로운 경우의 수는 '폴란드 2골차 이상 패배-멕시코 2골차 이상 승리'다. 이 경우 아르헨티나가 조 1위가 되지만, 폴란드와 멕시코의 골득실과 다득점까지 같아진다면 페어플레이 점수(두 팀은 지난 맞대결서 0-0 무승부)까지 따져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F조는 벨기에와 크로아티아, 두 강팀이 희대의 '단두대 매치'를 앞두고 있다. 크로아티나는 지난 대회 준우승팀이자 골든볼(루카 모드리치)을 배출했고, 벨기에는 3위팀이자 케빈 데 브라위너, 에당 아자르 등 '황금세대'를 보유하여 올해도 우승후보로 꼽힌 팀이다. 현재 F조는 크로아티아가 캐나다를 4-1로 대파하며 승점 4점, 골득실 3으로 앞서나가고 있고, 모로코(승점 4, 골득실 2)가 그뒤를 잇고 있다. 벨기에(승점 3, 골득실 –1)으로 3위로 처져 있다.

최종전에서는 벨기에vs크로아티아, 모로코vs캐나다가 상대한다. 현재로서는 16강 진출에 가장 유리한 팀은 모로코다. 마지막 상대인 캐나다(승점 0, 골득실 –4)는 최약체로 꼽히는데다 이미 3차전 결과와 상관없이 카타르에 이어 2호 탈락 국가로 확정되어 동기부여까지 잃은 상태다. 모로코는 캐나다에 무승부만 거둬도 자력으로 16강행을 확정한다.

관건은 벨기에와 크로아티아전이다. 승패가 갈리면 승자는 16강, 패자는 무조건 탈락이다. 만약 무승부가 나오면 크로아티아가 16강에 오르고, 벨기에는 모로코vs캐나다전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데, 모로코가 캐나다에 3점 차 이상으로 패배해야만 뒤집기가 가능한 조건이라 현실적인 확률은 희박하다. 결국 벨기에는 무조건 최종전에서 승점 3점을 따내서 크로아티아를 탈락시켜야만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한국도 이제 H조 2라운드 가나전을 앞두고 있다. 1차전에서 우루과이와 선전 끝에 무승부를 기록하며 호평받았지만, 가나전을 비기거나 패한다면 모든 게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최종전에서 H조 최강전력으로 꼽히는 포르투갈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여기서 승점 3점을 확보해야만 복잡한 경우의 수를 줄이고 16강행으로 가는 길이 수월해진다. 아쉬운 전략과 경기운영으로 1차전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사우디와 일본의 위기는 벤투호에게 반면교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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