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지도자'의 출현...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이성윤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재난안전관리체계 점검 및 제도 개선책 논의를 위해 열린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5주간 지지율이 30%대에 머물러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경험·자질 부족·무능함'을 가장 많이 꼽았다.
물론 윤 대통령이 탄핵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대신 이대로라면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대통령의 조건으로 경험·자질·유능함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과연 다음 대통령으로 유능한 사람이 뽑힐 수 있을까?
박근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건 제2의 박근혜, 윤석열 대통령이 또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민주주의는 불완전한 제도다. 무엇이 문제일까? 야당 지지자는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던 유권자를 비판한다. 윤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이었던 이대남에게 2번남이라는 조롱이 붙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필자는 이대남을 비롯한 2번을 찍은 사람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비밀투표가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지하고 싶은 사람에게 투표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방법이다.
한국은 수준 높은 민주주의를 일궈낸 국가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우리만큼 불의한 권력에 항거해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나라는 드물다. 괜히 헌법 제 1조에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조항이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민주주의가 우리나라 국민에게 중요한 요소란 증거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주요 가치로 여기고 정치의식이 높은 국가에서 어떻게 무능한 지도자가 계속 등장하는 것일까?
답은 유권자가 아닌 제도에 있다. 20대 대선은 '0.73%'라는 헌정 역사상 최소 득표 차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끝이 났다. 모두가 '0.73%'를 분석하느라 놓친 숫자가 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득표율인 '48.6%'다. 대통령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를 했기 때문에 당선된 것이지만, 이는 달리 해석하면 국민 51.4%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풀이가 나온다. 국민 과반이 지지하지 않은 후보가 당선되는 지금의 선거제도가 과연 대표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민주화 이후로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과반을 넘겨 당선된 사례는 박근혜(51.6%)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는 소수정당 후보가 사전 단일화를 통해 양당 구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였다. 18대 선거를 제외하면 문재인 전 대통령 41.1%, 이명박 전 대통령 48.7%, 노무현 전 대통령 48.9%, 김대중 전 대통령 40.3%, 김영삼 전 대통령 42.0%로 누구도 과반 이상 득표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과반을 넘겨도 무능한 대통령은 탄생할 수 있다.
과반을 넘기고, 안 넘기고로 대통령의 유·무능을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지 않고서도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지금의 선거제도가 괜찮은가를 묻고 싶다. 현 선거제도에서 유능한 대통령이 나온다면 다행이지만, 무능한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국민의 지지도 약한데다 무능하기까지 한 최악의 대통령을 맞이하게 된다.
선거제도 개혁 안 하면 제2, 제3 윤석열 대통령 나온다
다행히 이 불완전한 제도는 보완할 수 있다. 대통령제 국가 80여 개국 이상이 '결선 투표제'를 도입해 당선자에게 대표성을 더 부여하고 있다. '결선 투표제'는 과반을 획득한 후보가 없을 경우, 다득표자 후보 2명을 대상으로 2차 투표를 실시하는 제도다. 따라서 결선 투표 제도하에서 당선자는 무조건 50%를 넘길 수밖에 없어, 대표성을 더 확보하게 된다.
국내에서도 '결선 투표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결선 투표제'를 담은 개헌안을 발표하고 국민투표를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올 초에는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결선 투표제 도입 법안을 발의했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결선 투표제'를 반대하는 쪽은 선거비용을 문제로 삼는다. 전 국민이 재투표하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투표용지, 벽보, 공보물을 재인쇄하는 실질적인 비용부터 공휴일 제정, 선거운동 기간 연장 등 부수적인 비용까지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까지의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비용은 대표성과 능력 없는 대통령이 5년간 국정운영 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 게다가 2차 투표에서는 유권자가 대거 결집하기 때문에 공동체에 선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 정당의 집권을 두려워한 유권자들이 마크롱 대통령을 선택한 것처럼 말이다.
▲ 글쓴이, 미래당 이성윤 서울시당 대표 |
ⓒ 이성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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