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짜릿해_요주의여성 #75

박지우 2022. 11. 2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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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를 보며 ‘일하는 언니들’을 생각하다.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의 ‘프로 일잘러’ 천제인 팀장 역의 곽선영

어느 분야이든 밖에서 볼 때와 안에서 볼 때, 보여지는 것과 현실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요란하고 화려해 보이는 업종일수록 더욱 그렇죠. tvN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굴지의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 ‘메쏘드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연예계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종종 있었기에, ‘색다름’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더라고요. ‘프랑스 드라마가 원작’이란 사실을 잊을 만큼 대한민국 연예계를 배경으로 각색된 드라마. 출중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의 앙상블, 회마다 실제 스타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출연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연기를 펼치는 것이 감상 포인트입니다. 그리고 예상외로 제 눈에 들어온 건, 그 속에서 묘사되는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입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역시 메인 캐릭터인 ‘천제인’입니다. 뮤지컬 배우 출신으로 〈남자친구〉 〈슬기로운 의사생활〉 〈구경이〉 등 출연작마다 깊은 인상을 남겼던 곽선영 배우가 자신의 매력과 역량을 백분 발휘하고 있지요. 극 속에서 천제인 팀장은 명석함과 승부욕을 지닌 경력 14년 차 매니저. ‘잠수 타는’ 배우를 찾으려 절까지 쫓아가거나 스타의 집 담벼락을 뛰어넘는 일은 그에게 예사입니다. 이희준&진선규 배우가 한 작품을 두고 서로 출연하겠다고 신경전을 펼치자 감독과 제작사에 ‘남남 멜로’를 제안하는 절묘한 ‘한 수’를 발휘하기까지! 언제든 달릴 준비가 되어 있는 ‘워커홀릭’인 그는 연애에 있어서도 저돌적입니다. 맘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직장 옥상에서 ‘딥키스’도 마다치 않는 정열적인 여자.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사랑하는 ‘프로 일잘러’라니, 보는 것만으로도 엔도르핀이 도는 듯합니다.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의 곽선영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의 주현영

천제인 팀장 외에도 메쏘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제각각 다양하고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명예이사인 장명애(심소영)는 평소엔 심드렁해 보이지만 간간이 던지는 ‘촌철살인’ 발언에서 남다른 혜안과 내공이 엿보이는 인물. “식물들 거둘 공간이랑 노후만 보장되면 된다”고 말하는 50대 미혼 여성을 드라마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지요. 데스크 직원으로 일하면서도 배우의 꿈을 놓지 않고 호시탐탐 자신을 어필하는 강희선(황세온), 서툴고 미숙하지만 은근히 강단 있는 새내기 직원 소현주(‘동그라미’ 주현영의 연기에 놀람!)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게 됩니다.

이름난 배우들이 특별 출연한 각각의 에피소드는 ‘배우’란 직업을 가진 여성들을 다시 보게 하기도 합니다. 1화에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에 캐스팅됐다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취소 통보를 받은 배우 조여정의 이야기가 펼쳐졌고, 4화에서는 수현 배우가 등장해 출산 후 연예계 복귀와 육아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배우의 상황을 그려냈죠. 화려해 보이는 세계의 이면에 한 명의 인간, 한 명의 직업인으로 겪는 그들의 고민과 애환을 엿보게 합니다.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1화의 조여정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4화의 수현

에디터로 일하며 배우를 비롯해 연예계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을 만났습니다. 흔히 ‘센 언니’라 불리는 베테랑 배우나 가수들이 얼마나 성실한 직업인들인지 잘 알고 있지요. 마주 보고 앉은 그들이 털어놓는 연약한 속내와 인간적인 고민에 공감한 순간들도 많았어요. 소속사 매니저들은 남자가 많은 편이지만, 간혹 ‘말 잘 통하는’ 여성 매니저를 만났을 때 얼마나 반가운 마음이 들던지. 영화 제작사나 홍보사는 여성 직원들이 많기에 ‘프로페셔널’한 언니들의 일 처리를 보면서 배운 점도 많습니다.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를 보면서 그간 함께 하거나 스쳐 지나갔던 많은 얼굴이 떠올랐어요.

어느 분야이든 여성이 맘껏 일하며 인정받고 일과 삶의 균형까지 맞추며 살기란 ‘하늘에 별 따기’에 가깝지요. ‘일하는 여성들’의 다양한 면모와 고민을 다룬 콘텐츠가 더 많아지길.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필드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고 있을 여성들, 이 땅의 모든 ‘일하는 언니’들에게 작은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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