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은 왜 동시에 열릴까?
16강 진출을 가리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30일(한국시각)부터 열린다. 1·2차전과 달리 최종전은 해당조 2경기가 동시에 열리는 게 원칙이다. 한국-포르투갈전도 같은 H조의 가나-우루과이전과 같은 3일 자정에 열린다. 왜 이런 규정이 생겼을까.
이유는 담합이다. 앞 경기 결과로 이미 조별리그 통과 또는 탈락이 확정된 팀들이 짜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일어난 서독-오스트리아전이 대표적이다.
당시엔 본선 24개국이 6개조로 나눠 1차 조별리그를 치른 뒤 상위 2개 팀이 2차 조별리그(12강)에 오르는 형태였다. 서독과 오스트리아는 알제리, 칠레와 함께 2조에 편성됐다. 서독-오스트리아전은 조별리그 6경기 중 가장 마지막에 치러졌다.
우승후보 서독은 탈락 위기였다. 오스트리아가 2승, 알제리가 2승 1패, 서독이 1승 1패였다. 서독으로선 오스트리아를 반드시 이겨야만 12강에 갈 수 있었다. 반면 오스트리아는 서독에게 지더라도 2골 차 이내로 지면 조 2위로 진출이 가능했다. 알제리는 초조하게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서독은 전반 10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다. 하지만 이후 두 팀은 의미없는 패스만 돌리며 시간을 보냈다. 이대로 끝난다면 두 팀 모두 나란히 12강에 올라갈 수 있어서였다. 분노한 관중들이 '알제리' '뽀뽀해' 등을 외치며 야유를 보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80분이 그대로 흘렀고, 1-0으로 끝났다. 알제리는 두 나라의 짜고 치기에 희생되면서 탈락했다.
서독과 오스트리아에서도 선수단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국기를 불태우는 이들도 있었다. 알제리 팬들은 매수를 의심하며 지폐를 내보이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재는 내려지지 않았다.
FIFA는 '히혼의 수치'로 불리는 이 경기를 계기로 조별리그 방식을 손질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는 마지막 경기를 동시에 열었다. 시청률 면에선 손해를 보지만, 공정성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물론 동시에 경기가 치러지더라도 완벽하게 막을 순 없다. 벤치를 통해 다른 경기 소식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두 번이나 맥없는 경기가 나왔다.
C조의 프랑스와 덴마크는 각각 2승과 1승 1무를 거둔 상태였다. 만약 이미 2패를 당한 페루가 호주를 이기고, 두 팀이 비기면 나란히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전반전엔 치열한 공격을 주고 받았다. 그러나 후반 들어 페루가 2-0으로 앞서자 덴마크가 이른바 '침대 축구'를 펼쳤고, 프랑스도 무리하지 않았다. 관중의 야유가 쏟아진 채 경기는 0-0으로 끝났다.
H조 일본-폴란드전도 마찬가지였다. 폴란드는 이미 2패를 당해 탈락이 확정됐고, 일본은 1승1무라 16강행이 유력했다. 후반전에 선제골을 내준 일본은 콜롬비아가 세네갈에 골을 넣었다는 소식을 듣자, 후방에서 볼을 돌리기 시작했다. 폴란드도 공을 빼앗으려 들지 않았다. 결국 폴란드는 승리, 일본은 16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최악의 경기'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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