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핑계대면 어떤 행위든 정당화된다?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데스크 2022. 11. 2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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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집 현관문 열려고 시도했나
더탐사 미끼 덥석 문 김의겸 의원
정치에서 가장 힘이 센 것은 正道
유튜브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 취재진이 지난 27일 오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허락 없이 그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집 도어락의 해제를 시도하고 있다. ⓒ 유튜브

‘언론’을 자처하는 유튜브 매체와 그 종사자들이 권력자를 궁지에 몰아넣거나 심리적 압박을 공공연히 가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당사자 및 검·경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언론탄압’이라며 소리를 질러댄다. 야당 측이 잽싸게 이 싸움을 떠맡는다. 정권 측을 공격할 거리라면 무엇이든 좋아라 한다. 옳고 그름은 이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사필귀정(事必歸正) 따위는 먼지구덩이에 처박힌 지 오래다. 진실이 이긴다는 것은 허망한 기대에 불과하다. 이들에게는 ‘무조건 우기고, 큰소리로 우기고, 끝없이 우기는’ 것만이 승율 100%의 비책이다.

장관 집 현관문 열려고 시도했나

‘더탐사’라는 유튜브 및 인터넷 매체의 취재진을 자처하는 사람들 5명이 지난 2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집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정문에서 “강제수사권은 없지만, 일요일에 경찰 수사관들이 기습적으로 압수수색한 기자들의 마음이 어떤 건지를 한 장관도 공감해보라는 차원에서 취재해볼까 한다”고 했다. 언론 보도로는 그렇다. ‘보복’을 공언한 것이다. 검찰의 정당한 직무수행에 사적인 보복으로 응수하는 것은 법치 파괴행위다.


이들은 ‘정상적인’ 취재이고 ‘사전 예고한’ 방문이라고 우겼다. 그러나 한 장관은 어떤 연락도 받은 바 없다고 했다(조선닷컴, 11. 27). 그리고 이제까지의 시민사회 상식으로는(그들이 속한 매체가 ‘시민언론 더탐사’라니까 하는 말이지만) 그런 식의 행동이 ‘정상적 취재’일 수는 없다. 주인의 허락이나 양해도 없이 사적 공간에 무리지어 들어간 것은 집단적 주거침입일 수밖에 없다. 이들은 소리를 질러 주인을 부르는가 하면 도어록을 만지작거리고 택배 물품을 살펴보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행위가 취재·보도의 자유에 속한다고 할 경우 법치의 기초는 와해되고 만다. 모두가 자기만의 자유를 위해 남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훼손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 및 권리 주장이 권한을 부여받은 기관의 정상기능을 마비시킬 정도의 행위로 나타나는 것은 국가존립에 대한 중대한도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달씩 한 장관을 따라 다녔다거나, 아파트 정문 밖에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집 현관문에 다가가서 도어록에 까지 손을 댔다는 것은 무슨 핑계를 대든 정당화할 수가 없다. ‘기자’라는 이름만 내걸면 어떤 행위를 해도 된다는 그 황당한 특권의식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기가 막힐 뿐이다. 자유의 오용과 남용은 자유의 상실만큼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더탐사 미끼 덥석 문 김의겸 의원

“아~. 제가 한동훈 장관께 질의를 드릴 건데 아~, 한동훈 장관께서 먼저 미리 개인일정을 핸드폰이든 수첩이든 확인을 좀 먼저 해주고 제 질의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날짜는 7월 19일 20일 이틀입니다. 아~, 오늘은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나오신 만큼 답변을 발언을 좀 더 정확하고 명료하게 받기 위해서입니다. 답변 좀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11. 24).


무슨 대단한, 이를테면 ‘지리상의 대 발견’이라도 한 양, 과장된 진지함을 연출(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까지 해 가면서 꺼내 놓은 질문이 그것이었다. ‘청담동 고급 바’ 사건으로 윤 정부를 궁지로 몰아넣었다고, 아마 쾌재를 부르고 또 불렀을 것이다. 김 의원이 크게 한 건 한 것 같으니까 민주당은 질문순서까지 바꿔서 맨 앞에 그를 내세우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협업’이었다고 하지만 어쩐지 민주당 김 의원이 더탐사의 미끼를 덥석 물었다는 느낌이다. 더탐사로서는 김 의원이 폭로해준다면 그 기사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것이었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을 여론의 형틀에 묶을 수 있다는, 부풀어 오르는 희망 때문에 제보의 내용을 마냥 믿고 싶어 했을 법하다. 그런데 기자 경력으로 미루어 당연히 첫눈에 그 허구성을 꿰뚫었어야 할 김 의원은 너무 어수룩했다.


그는 한 장관이 민주당 이재정 의원과 악수 연출을 했다는 헛소리 만담을 유튜브 방송에서 늘어놨다가 거짓말쟁이가 됐다. 한 장관의 미국 뉴욕남부연방검찰청 방문 의도를 파헤친답시고 따진 게, 되레 이재명 당 대표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내부고발’로 인식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그런 실수들을 일거에 만회하면서 윤석열 정부를 국정농단의 틀에 가두려 했다가 더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너무 허겁지겁 먹으려 했으니 체할 수밖에.


더탐사는 김 의원보다는 배짱이 좀 더 있는 것 같다. 이들은 어떤 뉴스, 어떤 대응이 조회수를 늘리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말썽을 일으키면 구독자는 늘어난다. 큰 말썽일수록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난다. 그런 인식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유족의 동의도 없이 공개했을 것이다.

정치에서 가장 힘이 센 것은 正道

명단 공개 화면을 배경으로 떡볶이 광고 먹방을 웃으면서 찍은 배경도 다를 것 같지 않다. 뒷감당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유튜브’가 대세인데 누가 우리를 막고 나서겠는가. 사법적 책임 추궁에는 ‘언론탄압·정치탄압 호소’라는 효과적인 방패가 준비돼 있으니 너무 걱정할 것 없다. 이런 계산 아닌가?


이 매체는 ‘청담동 술자리’ 제보가 거짓말임이 밝혀졌지만 그걸 인정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팩트체크] ‘청담동 술자리’ 첼리스트 증언이 사실일 수밖에 없는 이유 10가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생산해 내는 등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더탐사 구독자나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 기사 내용을 믿어줄 것이다.그 힘으로 정부와 검찰을 첼리스트 고백의 배후로 몰아가며 진실공방을 벌이겠다는 의도인 듯하다. 그럴 경우 ‘더탐사’가 잃을 것은 없다. 오히려 구독자를 늘리면서 정부에 타격을 주는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


그래서 웹디자이너 채용 공고에 ‘압수수색에도 의연하게 대처 가능한 분’ ‘윤, 한 등이 때려죽여도 싫으신 분’을 조건으로 제시했을 것이다. 투쟁성을 극단적 표현으로 부각시켜 보임으로써 좌파진영 언론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그걸 배경으로 정권과의 투쟁을 이어간다는 계책이겠는데 이야말로 막무가내다.


이런 매체를 민주당이 비호하고 지원하면 정부·여당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야당은 ‘개딸’이나 마찬가지로 이 또한 정권을 공격할 원군이라고 여겨 반기겠지만 정치를 하루 이틀만 하고 말 것이 아니라면 좀 더 진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정치에서 가장 힘이 센 것은 ‘정도(正道)’다. 김의겸 류의 정치인이나 더탐사 류의 매체는 나중에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 되게 마련이다.


언론을 타락시키면 민주당도 타락하고 만다. 그들에게 사회적 특수신분을 부여하면 그게 자신에 대한 올무가 될 수 있다. 역할과 관계의 정상화야말로 우리 사회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협력상태’로 이끄는 지름길임을 정치권, 그 중에서도 민주당은 명념할 일이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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