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SNS 활용…어려지는 정치 참여 [10대, 정치를 말하다①]
우리나라 현대사를 살펴보면 10대가 신문 정치면이나 사회면에 등장한 것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김주열 군은 1960년 15세에 3.15 부정선거 규탄시위를 벌이던 중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군의 죽음은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2002년 미군 전차에 의한 의정부 여중생 압사 사고는 의정부와 양주시 중·고등학생들의 촛불시위로 전국적인 이목을 끌었고, 마침내 한미관계의 틀까지 바꿔놓았다.
2022년 대한민국 10대에게 정치는 어떤 의미일까. 학교급식이 부실하다고 단체행동을 하는 고등학생, 교사의 체벌에 항의하는 중학생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행동이 정치행위라고 믿을까. 그동안 현실정치에서 10대는 주변인에 불과했다. 선거법 개정으로 정치참여를 위한 문호가 이전보다는 넓어졌다. 이제 10대의 정치참여는 현실정치에서도 뜨거운 화두다.
SNS는 10대들의 정치놀이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10대들의 현실정치는 일반적이지 않다. 공부에 매달리느라 지친 청소년들이 전형적인 어른들의 놀이인 정치에 끼어들 시간적 여유가 적었던 게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SNS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이 같은 상황에 변화가 생겼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집회 당시 정치에 관심이 없던 10대를 바깥으로 나올 수 있게 만든 동력은 SNS였다. 최준호 촛불중고생시민연대 대표는 19세였던 당시 박 대통령 퇴진 집회에서 중·고등학생의 정치 참여를 독려했다. SNS 활용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활발한 10대 특성상 온라인에서 빠르게 결의하고 오프라인에서 모이는 일이 잦았다. 빠른 정보 전파와 홍보에 SNS를 따라올 통로는 현재까지는 없다. 이 같은 10대의 SNS를 통한 정치 참여는 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최 대표는 촛불집회 참여했던 10대들의 활동을 역사의 한 페이지에만 남겨놓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의견을 모아 ‘촛불중고생시민연대’를 만들었다. 이 단체는 현재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 대표는 텍스트 위주 페이스북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요새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시위를 홍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대표 소속의 단체 활동이 아니더라도 이제 일정이상 규모의 대규모 정치집회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는 10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0대, 정치 문턱을 낮춰달라
10대의 정치 관심도는 커지는 추세이지만 실질적인 정치 입문 기회는 부족한 형편이다.
지난해 19세의 나이로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을 위한 토론 배틀 ‘나는 국대다(나국대)’에 출연한 김민규씨는 “(10대들이) 정보통신산업 발달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지만 이후 (정치에) 입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10대에게 정치 입문 기회를 줘야 하지만 우리나라 정당의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팩트체크 전문매체 뉴스포스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21대 국회의원 평균 연령은 54.9세로 미국, 일본을 제외하면 G20 국가 중 가장 연령이 높았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선 출마 최저 연령이 만 25세에서 만 18세까지 줄어 10대 후보자가 7명이 출마했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김민규씨는 정치권에서 나이 제한을 두지 않고 당직 등을 줘서 일종의 문화를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쇄국정책’…정당가입 나이제한 등 진입장벽 높아
시선을 외국으로 돌려보면 프랑스와 영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선진국은 정당 가입 연령 제한이 없다. 우리나라 국회 역시 지난 1월 11일 정당 가입 연령을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하향하는 정당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아직 미진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연령 제한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고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는 정당 가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쏟는 시민단체도 있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은 “누군가의 허락이 필요한 정치적 권리는 온전히 보장될 수 없다. 정당법 개정은 청소년의 참정권이 부모에게 귀속된다는 선언”이라며 “이번 법 개정은 청소년들의 주체적 정치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10대들이 잘못된 정보로 인해 정치적으로 ‘오염’될 수 있다는 주장은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설 때마다 줄곧 제기되었다. ‘박근혜 정부 퇴진’을 외치는 일곱 살 꼬마의 말을 배후 조력을 떼놓고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겠느냐는 비꼼이 상존하는 게 사실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조금 생각이 달랐다. 이제는 10대가 주체적으로 정치 현상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시선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쿠키뉴스에 “10대 정치 참여 요인 중 정보통신산업 발달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정치에 대한 일방적 주입식 교육이 아닌 본인의 주관이 생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보가 많아지고 다양해지면서 10대도 납득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살필 수 있게 됐다”며 “이런 소통 기회가 옛날과는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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