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대위보다 윤핵관 먼저 초대…尹의 ‘만찬 리더십’

손국희 2022. 11. 2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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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8월 25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구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특유의 ‘회동 리더십’이 오랜만에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25일 저녁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3시간 20분 동안 만찬 회동을 했다.

복수 참석자에 따르면 회동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자칫 굳어질 수도 있었던 분위기를 누그러트린 것은 “다들 웃옷을 벗고 (옷차림을) 편하게 하자”는 윤 대통령의 제안이었다. 윤 대통령의 제안에 남성 참석자들은 곧바로 양복 상의를 벗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식사했다고 한다. 만찬에 참석한 여당 관계자는 “비공개 자리인 만큼 딱딱하게 의관정제(衣冠整齊, 옷차림을 바르게 한다는 뜻) 하지 말고 편하게 소통하자는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다”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윤 대통령이 관저 첫 손님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접견 뒷얘기를 전하며 ‘반려견이 짖을까 봐 경호동으로 잠시 옮겨뒀다’는 가벼운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만찬 막바지까지 이어졌다. 특히 참석자들이 와이셔츠 차림으로 일어나 마지막 건배를 했을 때, 윤 대통령은 “앞으로 잘해봅시다. 다들 고생해달라”고 격려하며 오른편에 선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왼편의 주호영 원내대표와 차례로 포옹했다.

최근 국민의힘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했다. 8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장에서 필담 논란을 빚은 김은혜 홍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퇴장 사건과 여야 원내대표의 23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합의를 둘러싸고 주 원내대표와 친윤계의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여당 투톱을 포옹하며 격려하자 당내에서는 “불화설을 씻고 진열을 가다듬을 계기가 마련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에 앞선 22일에는 장제원·권성동·윤한홍·이철규 의원 등 친윤계 의원과 이들 부인을 관저로 초청해 부부동반 만찬을 했다. 이 만찬에서 윤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따로 술을 곁들이지 않았고, 식사는 오후 10시쯤 마무리됐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참석자들이 대선 캠프 원년 멤버라 오랜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만찬을 했다”며 “부인들도 참석한 자리라 전당대회나 국정조사 같은 민감한 이야기는 거의 오가지 않았고 집들이 모임처럼 진행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3일 대선을 앞두고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전 대표(왼쪽부터)와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 원내대표였던 김기현 의원이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지원 기자
3월 3일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및 합당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김상선 기자


윤 대통령의 회동 리더십은 보수 진영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해결책으로 등장했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가 충돌했을 때 ‘울산 회동’으로 갈등을 봉합한 게 대표적이다.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던 윤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의 단일화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한 것도 윤 대통령이 직접 팔을 걷어붙인 단일화 회동이었다. 대선을 불과 6일 앞둔 3월 3일 새벽 성사된 윤 대통령과 안 의원의 회동에는 장제원·이태규 의원이 배석했고, 그 자리에서 단일화 협상이 타결됐다.

윤 대통령과 저녁 자리에 참석했던 인사들은 “윤 대통령 특유의 격의 없는 스타일이 장점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12월 3일 열린 울산 회동에서는 얼굴이 붉게 상기된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가 언제 갈등을 빚었냐는 취재진 앞에서 어깨동무해 눈길을 끌었다. 후보 단일화라는 예민한 주제 탓에 초반만 해도 어색한 기류가 넘쳤던 ‘윤·안 단일화 회동’에서는 “이렇게 모였는데 ‘짠’ 한 번 하자”는 윤 대통령의 ‘편맥’(편의점 캔맥주) 제안이 분위기를 풀었다는 후문이다. 여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선 회동이 좀처럼 풀리지 않던 여권의 난제를 즉효약처럼 해결하는 일이 많았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주 주한 대사 신임장 제정식을 마치고 환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반면 일각에서는 “인간적인 접촉을 중시하는 윤 대통령의 회동 정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여권 관계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울산 회동의 경우 이준석 전 대표가 대선 이후 친윤계와 갈등을 빚고 중징계를 받아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배드 엔딩’으로 끝났고, ‘윤·안 단일화’ 회동 역시 넓게 보면 당시 약속한 공동정부 구상이 무산되는 등 한계를 노출했다는 지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여당 지도부 회동 역시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일시적으로 교통 정리하는 계기는 됐지만, 향후 국정조사나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 주류인 친윤계와 비윤계 등의 갈등이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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