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간사도 인정 "삼성생명법, 고민해야될 상황"

박소희 2022. 11. 28.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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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뭇 달라진 국회... 여야는 물론 금융위도 '논의 필요' 공감대 형성, 29일 후속 논의 예정

[박소희 기자]

▲ 부회장에서 승진한 이재용 회장 공판에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월 27일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날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 연합뉴스
 
'삼성'이란 두 글자 앞에서 번번이 멈춰 섰던 국회가 변했다. 지난 8년간 논의조차 없던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이 드디어 1차 관문, 법안소위 심사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대로 법안은 최종 문턱,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까. 일단 분위기는 확실히 다르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자기자본의 60% 또는 총자산의 3%를 초과한 타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이 비율은 보험업법 감독규정에 따라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는데, 다른 금융업권의 경우 모두 시가(재무제표상 가액) 기준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이용우 의원은 이 계산법을 시가로 통일하자는 취지로 보험업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고, 박 의원안의 경우 초과지분에는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한민국에서 딱 두 곳만 영향을 받는다. 바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 삼성화재는 1.49%를 보유 중인데 두 회사 모두 보험업법 개정시 삼성전자 주식 일부를 처분해야 한다. 그 규모는 대략 20조 원 정도다. 게다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화재→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연결고리다. 재계가 줄곧 반대하고, 국회는 매번 심사도 시작 안 했던 까닭이다.

8년째 '원론'만... 윤한홍도 "금융위, 굉장히 무책임"

그런데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여야는 물론 금융당국도 '삼성생명법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큰 틀의 공감대가 있었다. 이날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반적으로 보험회사 자산 루틴의 평가에 대한 회계 기준이 시가 평가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자산운용 한도 규제에도 시가 평가를 적용하는 취지로 (삼성생명법을) 이해하고 있다"며 "(입법)취지에는 공감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다만 "주식시장과 소액주주에 미치는 영향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입법정책적으로 정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2014년 이종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처음 법안을 만든 뒤 줄곧 삼성이 펼쳐온 논리다. 최근 국회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보수언론·경제지들도 같은 주장을 싣고 있다. <조선일보>는 회의 직후인 11월 24일자 신문에 <삼성전자 주식 19조 팔라는 '삼성생명법' 발의... 개미들 날벼락>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생명법은 '5년간 초과주식을 처분하라'는 완충장치를 뒀다. 게다가 8년 전 첫 법안이 나온 뒤 역대 금융위원장 상당수가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해왔고, 김주현 현 위원장 역시 올 10월 국정감사 때 동일한 의견을 밝혔다. 이제는 금융당국이 삼성이 어떤 처분 계획을 갖고 있는지, 이 계획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조정할지를 고민할 때다. 금융위는 이미 2012년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삼성카드에 에버랜드 주식매각명령을 내렸던 경험도 있다.

그럼에도 22일 김소영 부위원장은 "(주식 처분에) 어느 정도 시간이 적절하다고 보는가"란 오기형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저희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죄송하지만 아주 열심히 생각은 아직 못한 상태"라고 답했다. 보다 못한 국민의힘 간사 윤한홍 의원마저 "오늘 금융위원회 답변을 들어보니까 굉장히 무책임하다, 무성의하다는 게 아마 공통적인 지적 같다"며 "그동안 왜 가만히 있었나. (법안이 처음 나온 지) 7,8년 지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윤한홍 의원 : "이것을 시가로 바꿨을 때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나 소액주주에 미치는 영향을 여러분들이 어떻게 분석하는지 이런 부분을 가지고 여러분들이 판단을 해 줘야 됩니다, 종합적으로 정부 전체에서. 단지 여기서 시가가 맞다, 취득원가가 맞다 논쟁해 봐야 그 실익이 없어요. 왜? 시가가 맞지 않겠어요? 그렇지 않습니까?"

'더는 미룰 수 없다'... 논의 속도 내는 국회
 
 더불어민주당 김성주(왼쪽부터), 박용진, 이용우, 오기형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700만 삼성 주주 지킴이법!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2.11.23
ⓒ 연합뉴스
윤 의원은 거듭 "7, 8년 왔는데 앞으로 또 계속 이 상태로 내버려두고 갈 건가, 언제까지?"라며 "내버려두고 갈 것 같으면 거기에 대한 논리를 내서 이것은 '이대로 가야 된다' 이렇게 하든지, 그런 정도의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이 법이 지난 세월에 한 번도 상정이 안 됐지만, 제가 상정을 반대를 안 했다"며 "왜? 경각심도 줘야 되고, 고민도 해야 될 상황이 이제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간사이자 소위원장인 김종민 의원은 삼성생명법 상정 자체의 의미를 '숙의의 시작'이라고 짚었다. 그는 "그동안에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이후 한 번도 상정되지 않은 법안이 왜 이번 소위에 상정됐는지 그 의미를 우리 위원님들과 또 금융위에서 잘 숙고해야 한다"며 "이것을 그냥 무작정 이렇게 묻어놓고 가는 것은 우리 자본시장의 투명성·공정성·선진화를 위해서도, 삼성그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짚었다.

김 의원은 '취득원가냐, 시가냐'는 물론 "(법 개정이) 대주주에 미치는 영향, 그것이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도 우리가 솔직하게 공개적으로 토론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을 옹호하거나 죽이거나 이런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 금융위가 남의 일처럼 얘기하지 말고 의견을 좀 정리해서 위원들의 토론이 활성화하도록 참여해달라"고 부탁했다. 정무위 법안1소위는 오는 29일 다시 한 번 회의를 열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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