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윤 대통령의 6개월, 그리고 남은 4년6개월

입력 2022. 11. 28.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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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숙 전 국회의원


주말마다 광화문에 시위대가 모인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측과 대통령을 지지하는 측으로 나뉘어서.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이제 6개월 지났다. 중대한 과오를 쌓기엔 짧은 시간이다. 그럼에도 때 이른 퇴진 요구는 왜 나오는 걸까. 역대 가장 박빙의 당선자라서? 소수파라서? 저마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1.53% 포인트 차이로 당선된 김대중(DJ) 대통령도 야당의 공격에 시달렸다. 취임 직후인 1998년 5월 야당의 한 의원이 “DJ의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대통령은 기자 질문에 “그 말을 들은 뒤 입 주위가 근질거린다”고 웃어넘기면서도 “처벌은 둘째치고, 인신공격을 해도 선거 끝나면 그만인 풍토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소수파 대통령의 숙명은 많은 반대자를 안고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 막 취임한 서슬 퍼런 권력은 쉽게 고개를 숙이거나 품을 벌려 상대를 포용하기 어렵고, 조금만 더 표를 얻었으면 이길 수 있었다는 탄식에 사로잡힌 패자의 분노와 증오는 하늘을 찌른다. 야당은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여당은 ‘대선 불복’을 들먹인다.

사실 패자의 ‘깨끗한 승복’은 한낱 선언일 뿐이다. 진정한 승복은 승자가 패자로 하여금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것에 달려 있다. 결국 패자의 분노를 감당하는 것 역시 승자의 몫. 윤석열정부 6개월이 지나도록 승자답지 못한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 아직도 끝나지 않은 대선 2차전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남은 4년반, 언제까지 그 전쟁을 계속할 건가. 대통령이 지난주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한 말은 야당과 국민에게 해야 할 말이었다. “나라가 어려우니 도와 달라”고.

편을 가르고 지지자만 바라보는 협량의 늪에 빠지면 국민과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야당의 공격, 언론 비판에 대통령이 일일이 반응하면 주변에서 ‘그건 아니다’라고 건의할 여지는 사라져 간다.

온 국민의 청음 능력을 테스트한 대통령의 말은 그저 ‘혼잣말한 거였지만 국민께 걱정 끼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으면 됐을 일이다. 출입 기자를 전용기에 태우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대통령이 해당 언론사의 보도를 ‘악의적’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지경에 이르면 문제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라는, 결코 권력이 이길 수 없는 싸움으로 비화되고 만다.

해외순방 중 나온 대통령 부인의 사진을 둘러싼 논란 끝에 대통령실이 야당 의원을 고발한 것 역시 부메랑을 키운 격이다. 윤 대통령도 이번 순방에서 자랑할 만한 성과가 있다고 여길 텐데, 그건 다 사라지고 대통령 부인 사진만 남았다. ‘공업용 미싱’ 발언 당시에도 여당은 해당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그 의원은 결국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윤석열정부가 고발한 의원들도 법적 판단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남는 건 무엇인가. 여야가 존재하는 모든 국가에서 오늘도 험한 말들이 오고 간다. 모욕과 조롱을 견디면서 대화와 타협에 나서야 하는 게 승자인 정부·여당의 과제다.

지난주 갤럽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였다. 경험 부족과 무능, 독단과 소통 미흡이 부정 평가의 중요 이유로 꼽혔다. 세간에는 대통령이 화를 낼까 싶어 참모들이 차마 말을 못 꺼낸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행동경제학자 캐스 R 선스타인은 지도자의 의견이 일방통행으로 흐르는 상황을 ‘폭포 효과’에 비유했다. 대통령에게 ‘그건 아니다’라고 하는 참모가 없을 때 그의 말은 거친 폭포처럼 쏟아진다. 그 결과가 독단과 소통 미흡이다.

정치인으로 반평생을 살아온 DJ와 정치는 처음인 윤 대통령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져야 할 대통령직의 무게는 다르지 않다. DJ라고 억울하고 화나는 순간이 없었을까? 대통령이 화를 내면 참모는 말문을 닫는다. 그걸 딛고 재삼재사 직언하는 게 참모의 역할이다. 그런 참모가 다섯 명 아니 세 명만 있어도 불필요한 논란은 막을 수 있다.

DJ에겐 쓴소리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래서 DJ는 한 걸음 물러서고 다시 옷깃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참모들은 대통령의 심기 대신 국민의 마음을 챙겨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대통령이 귀를 열 시간이다. 그의 말대로 나라가 어렵지 않은가.

박선숙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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