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조금 일찍 내려놓고 찬송가 1000곡 작곡 봉헌할 것”
“날마다 주님을 의지하는/ 우리집 온가족 복되어라/ 다함께 모여서 찬양하니/ 하늘의 위로가 넘쳐나네/ 할렐루야 우리 가정/ 사랑과 행복의 안식처/ 할렐루야 우리 가정/ 주님만 모시고 살아가리.”
서울바하합창단(지휘 김명엽)이 찬송가 556장 ‘날마다 주님을 의지하는’을 불렀다. 5음 음계의 피아노 반주에 장구가 더해져 ‘쿵 더덕 쿵덕~’ 박자를 가미해 어깨춤을 들썩이게 했다. 국립합창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김명엽 교회음악아카데미원장의 지휘로 서울바하합창단 단원들은 찬송가 48장 ‘거룩하신 주 하나님’, 성가 합창곡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시편 23편)’와 ‘광야 길 사십 년’ 등을 합창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는 독일 가곡을 떠올리게 하는 낭만적 멜로디가 아름다웠다. ‘광야 길 사십 년’은 성도들이 손으로 무릎을 가볍게 치며 ‘아 우리나라 곡조구나’ 하는 느낌으로 부르는 회중 찬송이었다.
서울 강남제일교회(문성모 목사)는 지난 20일 교회 글로리아홀에서 ‘문성모 목사 성역 40주년 기념 성가 작곡 발표회’를 열었다. 서울바하합창단이 부른 노래는 모두 문성모(68) 목사가 작곡한 곡들이다. 발표회에서 강남제일교회 시온성가대(지휘 이동현)는 ‘복 있는 사람(시편 1편)’ ‘그가 담당하셨네(이사야 53장)’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주기도문)’ 등 합창곡을 불렀다. 바리톤 최종우, 소프라노 이효정, 테너 김은교는 성가 독창곡 ‘고통 고통 고통’ ‘주여 평화를’ 등을 선사했다. 모두 문 목사의 작품들이다.
“대전신대와 서울장신대 총장으로 14년, 앞서 광주제일교회와 현재 강남제일교회 목회자로 13년, 그리고 음악학과 예배학을 전공한 독일 유학 10년의 세월이었습니다. 그 사이 찬송가 314곡을 작곡했고, 교독문에 곡조를 붙인 시편교창송 66곡, 성가 합창곡 독창곡 가곡 기악곡 동요 등을 작곡했습니다. 저는 한국교회 예배와 음악을 한국화하는 일에 헌신하려 합니다. 목회를 조금 일찍 내려놓고 앞으로 찬송가 1000곡 작곡을 완성하기 위해 전력할 생각입니다.”
발표회에서 문 목사가 전한 말이다. 문 목사는 한국교회에서 보기 드문 르네상스인이다. 장르와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인물이다. 작곡가이고 음악학자이면서 예배학자이고 교회음악가이다. 동시에 신학대 총장이자 목회자였고, 시인과 캘리그래피 예술가로도 활동 중이다. ‘곽선희 목사에게 배우는 설교’, ‘하용조 목사 이야기’, ‘한국교회 설교자 33인에게 배우는 설교’, ‘우리나라 애국가 이야기’ 등의 책을 펴낸 저술가이기도 하다.
문 목사의 호는 ‘한밀’이다. 한자가 아니고 한글로 ‘한 알의 밀’의 줄임말이다. 예수님의 말씀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에서 유래했다. 문 목사는 자신의 40년을 돌아보며 “밥상을 차리는 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광주제일교회를 위해 상무 신도시에 3300㎡ 예배당을 건축하고 저는 자리를 떴습니다. 대전신대는 75억원이 소요된 예배당과 본관동 건축을 마무리하고 서울장신대로 옮겼고 거기서도 150억원의 공사비가 든 예배당 기숙사 종합관을 건축하고 임기를 마무리했습니다. 현재의 강남제일교회 목회도 46억원 부채를 거의 다 갚고 불가능한 헌당식을 하고 교회와 교인들을 지켜냈습니다. 하나님은 건물 짓는 수고를 맡기셨으나, 제가 거기서 머물 기회를 주시진 않으셨습니다. 학교에선 학생들에게, 교회에선 성도들께 밥상을 차리는 인생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차려준 밥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시편 23편 다윗의 고백처럼 제게 상을 차려주시는 하나님이 언제나 푸른 초장으로, 잔잔한 물가로 인도하셔서 진수성찬을 먹으며 살았습니다.”
문 목사는 은퇴 후 작곡가로 살면서 찬송가 1000곡을 작곡해 봉헌하겠다고 했다. 그는 “현재 300곡 조금 넘게 작곡했으니, 1000곡을 채우려면 일주일에 한 곡씩만 써도 15년이 걸리는 대장정”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지역의 어려운 교회에 자비량으로 달려가 사경회를 이끄는 설교 사역도 계속하겠다고 했다.
“한국교회 140년 역사를 담아내는 예배와 교회음악이 부족합니다. 3·1절, 광복절, 6·25전쟁 기념일 등에 부를 찬송가가 부족하다 보니 늘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만 떠오르는 겁니다. 미국교회 유럽교회 정서만 가득한 현재의 찬송가는 한국적 정서를 담은 찬송가로 확대돼야 합니다. 100년 후를 가정해 봅시다. 지금의 한국교회에 몇만 명이 출석하는 큰 교회가 있었고, 누가 설교를 잘했다는 건 다 잊혀집니다. 남는 건 기독교 문화유산입니다. 100년 전 어느 교회에 교인 몇 명 모였다는 걸 기억하진 못하나 교회가 3·1운동에 앞장섰고, 금주·금연운동을 벌였고, 여성과 아동의 인권 신장, 성경을 한글로 번역하고 학교와 병원을 세웠다는 건 다 알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유산을 찬송가로 남기고 싶습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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