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꼬리 정쟁에 싸늘한 민심, 호감도 3분의 1 넘는 정당 ‘0’
사사건건 격돌하는 여야의 강대강 대결 구도가 수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비호감도가 늘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22~24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에 대해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밝힌 응답자는 64%로 4개월 전 조사(55%)에 비해 9%포인트 늘었다.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 응답도 같은 기간 57%→59%로 2%포인트 증가했다.
이번 조사에서 각 정당의 호감도는 민주당 32%, 국민의힘 28%, 정의당 23% 순으로 나타났다. 어느 정당도 국민 3분의 1(33%) 이상의 호감도를 기록하지 못한 건 한국갤럽이 정당 호감도 조사를 시행한 2018년 8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갤럽은 이번 조사에 대해 “최근 3개 정당 대표 교체 후 첫 호감도 조사”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매우 팽배해 있음을 나타낸 결과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업체 메타보이스의 김봉신 대표는 27일 “과거 촛불 민심으로 높아진 기대감을 문재인 정부가 충족하지 못했던 가운데 윤석열 정부마저 국정 난맥상으로 실망감이 중첩된 ‘더블딥’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여야가 벌인 논쟁은 굵직한 정책 대결보다는 지엽적인 말꼬리 다툼 양상이 대부분이다.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발생한 욕설 논란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혼잣말을 각각 “날리면”과 “바이든”으로 단정한 채 설전을 벌였고, 확인 없이 ‘바이든’이란 처음 자막을 달아 보도한 MBC를 대통령실이 전용기 탑승에서 제외하자 논란은 더 커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야권의 무분별한 공격도 논란을 일으켰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역풍을 맞았다. 술자리 의혹과 관련해 김 의원과 공조했던 친민주당 성향 유튜브 채널 ‘더탐사’ 취재진이 27일 서울 강남의 한 장관 아파트를 찾아가 면담을 요구하고 집으로 배달된 물건을 살펴보는 장면을 자체 생중계한 일도 있었다. 한 장관은 이들을 공동주거침입과 보복범죄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한다.
최근 이어지는 정치 난맥상에 대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과거엔 막말을 내뱉으면 언론이나 지도부로부터 눈총을 받고 공천도 불리해지니 개별 의원 차원에서도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며 “지금 정치를 월드컵에 비유하면 선수들이 너도나도 경기장에서 패싸움만 벌이니 일반 팬들이 외면하고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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