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잘 해보자” 관저 만찬서 주호영과 포옹
“어떻게 집에 초대해 놓고 쓴소리를 한답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한남동 관저에 국민의힘 지도부를 초청해 가진 만찬 분위기를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아주 좋았다. 월드컵 얘기와 대선 때 얘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김건희 여사가 관저 일대를 소개하면서 예를 갖췄다고도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관저에 초청한 두 번째 모임(첫 번째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으로, 분위기가 안 좋은 게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윤 대통령이 빈 살만 왕세자를 관저에 초청했을 때 반려견들이 낯선 사람이라고 짖으면 왕세자가 놀랄까 봐 고양이들은 놔두고 개들을 경호동으로 옮겼다는 에피소드를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카타르월드컵을 소재로 대화를 나누다 “월드컵에서 우리가 계속 잘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만나면 어떻게 하나. 우리가 져줄 수도 없고…”라며 농담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민감한 얘기는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실과 여당 간 껄끄러운 이슈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를 포옹하며 “이제 잘 해보자. 고생도 해 달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최근 대통령실이 여당을 보는 시각은 다소 떨떠름했던 게 사실이다. 이태원 국정조사 합의 과정에서 대통령실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서운함이 깔려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이 이해하는 부분은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태원 참사 당시 대통령실의 대응이 그 어떤 부처보다 기민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당시 대통령실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여권은 야당이 국정조사에 몰두하는 배경에 관심이 더 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하기’ 수단으로 국정조사를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7일 중앙일보에 “검찰의 수사 상황을 보면 내달 중순께에는 이재명 대표 소환 통보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국정조사를 한다는 건 국회가 열려 있다는 의미고 이는 곧 ‘이재명 방탄 국회’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고위 관계자는 “국정조사에 합의한 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태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규명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라며 “국조에 합의한 야당이 이 장관의 파면을 주장하는 건 노림수가 무엇인지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의 총공세에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권이 강대강으로 가야 할지, 유화책을 통해 정국을 풀어야 할지에 대해 고심하는 기류도 읽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여러 루트로 얘기를 듣는 중”이라고 전했다.
◆대통령, 오늘 ‘우주경제 로드맵’ 발표= 윤 대통령은 28일 ‘미래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한다. 한국판 미 항공우주국(NASA)인 우주항공청 신설 계획도 로드맵에 포함된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내년 1분기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하고 2분기 의결과 하위 법령 정비, NASA 등과의 국제 공동연구 착수 등을 통해 내년 내에 우주항공청이 문을 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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