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전 1골 1도움…메시, 메시아가 됐다
리오넬 메시(35)의 ‘라스트 댄스’는 계속된다.
아르헨티나(FIFA 랭킹 3위)는 27일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멕시코(13위)를 2-0으로 완파했다. 개막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1-2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던 아르헨티나는 만약 이날 졌다면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위기였다. 하지만 1골-1도움을 올린 메시가 ‘메시아(messiah·구원자)’가 됐다.
0-0으로 맞선 후반 19분. 메시가 아크 정면에서 완벽한 터치 후 왼발로 때린 중거리 땅볼 슛이 멕시코 골망 오른쪽 구석에 꽂혔다. ‘만리장성’이라 불리는 멕시코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클럽 아메리카)가 지키던 높은 성벽이 무너졌다. 메시는 두 팔을 벌리고 아르헨티나 관중석 쪽으로 달려가 손키스를 날렸다. 후반 42분에는 메시의 어시스트를 받은 엔소 페르난데스가 쐐기 골을 뽑아냈다.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공언했던 메시가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는 1승1패(승점3·골득실+1)를 기록, 폴란드(1승1무·승점4)에 이어 조 2위로 올라섰다. 사우디(1승1패·승점3·골득실-1)가 3위, 멕시코가 4위(1무1패·승점1)다. 메시는 다음 달 1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폴란드를 꺾으면 자력으로 16강에 오른다. 비긴다면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 폴란드의 ‘득점 기계’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와 득점 대결을 펼친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메트로(지하철)에서 멕시코 팬들은 “메시! 메시! 멕시코! 멕시코!”를 외쳤다. 메시를 외치는 척하면서 결국 멕시코를 응원하는 거였다. 경기장에는 28년 만에 최다 관중인 8만8966명이 모여들었다. 그중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아르헨티나 팬들은 ‘축구의 신’을 경배하듯 메시를 향해 팔을 위아래로 휘저었다.
메시는 장딴지 부상 우려에도 선발 출전했다. 멕시코가 5-3-2 포메이션으로 나서면서 수비를 강화하자 메시는 꽁꽁 묶였다. 하품이 나올 만큼 지루한 경기가 이어졌다. 아르헨티나 동료들도 메시를 위해 뛰었지만,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마침내 후반 중반부터 메시의 ‘황금 왼발’이 살아났다. 후반 19분, 메시의 결승골 상황의 기대 득점(xG·expected goals)은 0.02에 불과했다. 기대 득점은 슈팅 위치·골문까지의 거리·슈팅 각도·패스 유형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뽑은 수치다. 0.02는 100번 찰 때 2번 들어갈 정도의 어려운 골이라는 뜻이다.
스카이스포츠는 “메시가 메시했다”고 표현했다. 헤라르도 마르티노 멕시코 감독은 “메시가 30초 만에 위험한 선수임을 입증했다”고 인정했다. 아르헨티나 파블로 아이마르 코치는 벤치에서 눈물을 흘렸다. 메시는 경기 후 라커룸에서 상의를 벗고 동료들과 함께 ‘떼창’을 하며 기뻐했다.
메시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나이지리아전에서도 선제골을 터트려 벼랑 끝에 몰렸던 아르헨티나를 기사회생시킨 경험이 있다. 이번 대회 2골1도움을 기록 중인 메시는 아르헨티나의 3골 모두에 관여했다.
메시는 월드컵 8호 골로 아르헨티나 월드컵 통산 득점 공동 2위에 올랐다. 아르헨티나의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와 출전 경기 수(21경기)와 득점 수(8골) 모두 동률을 이뤘다.
메시는 멕시코전을 앞둔 25일 소셜미디어에 고(故) 마라도나의 사진 한 장을 올렸다. 2년 전인, 2020년 11월25일 세상을 떠난 마라도나에 애도를 표했다. 메시는 “우리는 포기할 수 없었다. 이제 모든 경기가 결승전이다. 바모스(VAMOS, 파이팅) 아르헨티나”를 외쳤다.
루사일(카타르)=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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