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언더독(Underdog)의 반란

2022. 11. 2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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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 예선 1차전이 마무리된 가운데, 이 중 한 경기가 유독 눈에 띈다.

우리의 DNA에 약자를 돕고 싶어 하는 선한 마음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일방적인 경기에서 상대적 약자를 응원하게 되고, 혹 언더독이 자리를 뒤집고 승리하는 날에는 엄청난 희열을 느낀다.

사실 강력한 힘을 가진 자가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 세상의 법칙이었다면 '언더독의 반란'이란 단어도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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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 예선 1차전이 마무리된 가운데, 이 중 한 경기가 유독 눈에 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파란이었다. 상대적 열세로 취급받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꺾으며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월드컵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거둔 전통적 축구 강호를 상대로 거둔 아시아 국가의 짜릿한 역전승은 4년 만에 붉은 악마로 무장한 우리 국민들 심장도 뜨겁게 만들었다.

“공은 둥글다” 축구계의 오랜 격언이지만 지금까지 축구공은 ‘각진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준 듯하다. 실제로 역대 월드컵 우승 트로피는 독일, 스페인 등 유럽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가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거기에 아시아 국가는 없었다. 그렇기에 전 세계 축구팬, 전문가는 물론 인공지능(AI)까지도 ‘우승후보’로 여겨지던 아르헨티나의 낙승을 예상했다. 해당 경기 이전까지 국제 대회에서 36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 중이었던 아르헨티나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발목을 잡히리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심지어 아르헨티나가 선제골을 기록하면서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역시’라는 단어가 맴돌았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2대1 사우디아라비아의 승리.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의 허탈한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사람들은 아시아 언더독(Underdog)의 반란에 너 나 할 것 없이 열광했다. 투견에서 밑에 깔린 개를 의미하는 언더독은 유리한 윗자리를 차지하고 상대를 누르는 오버독(Overdog)과 대비된다. 우리의 DNA에 약자를 돕고 싶어 하는 선한 마음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일방적인 경기에서 상대적 약자를 응원하게 되고, 혹 언더독이 자리를 뒤집고 승리하는 날에는 엄청난 희열을 느낀다. 그리고 여기에 이변, 기적과 같은 수식어를 붙여 언더독의 행보와 성과에 집중한다.

하지만 그 준비 과정과 경기 양상을 면밀히 살펴보면, 단순한 ‘이변’이 아니었던 경우도 상당히 많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승리도 아르헨티나를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한 결과였다. 잔뜩 웅크리고 방어태세를 갖추는 대신 한발 빠른 오프사이드 트랩으로 아르헨티나 공격진을 무력화시켜 그들에게 강한 공격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물론 아르헨티나의 슛이 골대를 맞는 등 천운도 따라주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대비했고 아르헨티나는 방심했다. 그리고 하늘은 준비된 자를 도왔다.

‘언더독의 반란’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는, 어쩌면 뻔한 진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뻔한 진리의 말 속에 세상을 보는 지혜가 담겨 있는 법이다. 사실 강력한 힘을 가진 자가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 세상의 법칙이었다면 ‘언더독의 반란’이란 단어도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어떤 사람을 깔고 짓누르고 있다고 해서 그 형세가 영원하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현재 가지고 있는 우월한 지위를 믿고 오만을 부리는 사람은 ‘절치부심한’ 언더독에게 언젠가 그 자리를 내주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축구공이 둥근 것처럼 우리가 사는 지구도 둥글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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