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사진관, 과연 Z세대만의 놀이 문화일까?

김예린 2022. 11. 2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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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로 자리잡은 셀프사진관... 누구나 사진 찍고 싶어하는 욕구는 가지고 있다

[김예린 기자]

 인스포토 사진관 포토 부스 내부
ⓒ 김예린
 
"사진 찍으러 어디 가지?"
  
요즘 친구들과 모임을 하고 난 뒤 빠질 수 없는 필수 코스가 있다. 바로 셀프 사진관에서 사진 찍기다. 셀프 사진관은 자그마한 포토 부스 안에서 스스로 셔터를 누르게 되어 있다. 자칫 어색할 수 있는 사진관에서 자연스러운 개인의 모습이 드러날 수 있게끔 촬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형태의 스튜디오는 무엇보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스튜디오 사진관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어 큰 인기를 끈다. 당장 대학가 후문만 가도 한 골목에 약 5개 정도의 각기 다른 사진관들이 각각 자리매김하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아빠가 보지 않자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라원이
ⓒ 슈퍼맨이 돌아왔다
 
지난 25일 인하대 후문에 위치한 셀프 사진관을 찾았다. 주로 10~20대인 Z세대들이 주로 방문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 셀프 사진관은 Z세대들의 놀이 문화로 형성된 걸까? 소비 트렌드를 꽉 잡고 있는 신세대들의 열풍 때문일까? 아니면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사진을 올려 자아를 표출하거나 과시하기 위한 노력이 투영된 결과일까?  

사진관 안에 붙어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Z세대만의 놀이 문화라고 생각했던 셀프 사진의 문화가 어쩌면 편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고 가족 사진을 찍으러 방문하는 가족들도 상당수 보였다.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고 사진을 통해 추억을 회상하고 싶어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바람이 아닐까?
   
충청남도에 거주하는 50대 이아무개씨는 "사진 찍는 거 좋아하죠. 옛날에 찍어뒀던 사진들도 다시 보면 추억이 새록새록하다"면서도 "요즘에는 사진관들이 없어지고 있는 추세라 제대로 된 사진관을 찾기가 힘들다"며 동네 인상 사진관들이 사라지는 것에 속상함을 드러냈다.

이씨는 "그런 건 어린 애들이 하는 거 아닌가"라고 멋쩍어한 후 "이용하고 싶어도 잘 안 가지더라고요. 입구가 벽처럼 느껴져요. 들어가면 왠지 모르게 낯부끄럽게 느껴지고요"라며 셀프 사진관을 안 가는 이유로 편견을 꼽았다.

인천에 거주하는 40대 엄씨는 "사실 사진 찍는 걸 즐겨요. 회식 끝나고도 따로 한 번씩 사진 찍어본 적 있어요. 저번에는 가족들이랑 같이 갔는데 와이프가 그렇게 크게 웃는 모습을 진짜 처음 봤어요. 저 잘 못 나왔다고 웃더라고요"라고 웃었다. 엄씨는 그때가 회상되었는지 한바탕 웃고 나서도 웃음 가득한 얼굴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정해진 시간 내 빠르게 포즈를 구상해야 하는 셀프 사진관 특성 상 웃긴 표정이 나오거나 제대로 포즈를 취하지 않았는데 찍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셀프 사진관만의 아날로그 감성과 현장감이 추억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이는 Z세대들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들도 사진 관련 행위를 즐긴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포토이즘 사진관 내부에 붙어있는 사진들
ⓒ 김예린
 
'짧게 스쳐가는 순간이지만, 단락은 그 순간을 담아 기록해드립니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안면도에서 셀프 사진관 단락을 운영하는 대표는 "안면도를 여행 오는 누구나 여행 추억을 만들어 가시라는 의미에서 사진관을 만들었고, 흑백사진관으로 남녀노소 상관없이 사진을 즐기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어 모델 자체도 다양한 연령층을 선별했습니다. 이를 통해 많이 찾아오신다"라며 다양한 연령층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단락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살펴본 결과, 3대에 걸쳐 가족 사진을 찍은 모습이 크게 눈에 띈다. 많은 사진관이 세대 간 벽을 허물고 여러 세대를 타겟팅 삼음으로 기성 세대들도 셀프 사진관은 신세대만의 놀이문화라는 편견을 깨부수고 새로운 문화에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셀프 사진관은 컨셉, 소품, 사진 필터, 마지막으로 프레임까지 모두 사진을 찍는 자가 구상하고 선택해야 하는 기준·취향을 적극 반영하는 사진관으로 자신의 숨겨진 개성을 발견하기 좋은 장소이다.

기성세대 같은 경우, 사회 속에서 자신의 의견이 아닌 기존의 방식을 이어받고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적인 성향이 짙다는 점에서 셀프 사진관은 기성세대들의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좋은 돌파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온라인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사진과 관련된 행위는 이벤트로만 보던 과거와 달리 지극히 일상적이고 습관적인 라이프 스타일로 변해가고 있다. 이 시대 속 살아가는 누구나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추억을 공유하고 회상하는 수단이 되는 사진을 타인의 개입없이 자율적으로 찍을 수 있는 셀프 사진관, 우리가 이를 Z세대만으로 한정해 사회를 편협된 시각으로 보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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