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라이프] 반 공기·한 조각·네 모금… ‘小小’해도 잘 먹히네

정신영 입력 2022. 11. 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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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소식’ 제품 잇따라


“1인분 같은 2인분 주세요.” 개그맨 김국진과 가수 김태원이 한 방송에서 고깃집을 찾아가 한 말이다. 소식가로 유명한 두 사람의 평소 식사량은 1인분의 절반 수준이다. 둘이 합쳐 1인분이면 충분하지만, 눈치를 보며 결국 2인분을 주문했다. 김국진은 식당 직원에게 “양을 많이 주시면 안 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평생 배부르게 먹어본 적 없다는 두 사람은 고기 6점을 먹고 식사를 마쳤다.

최근 들어 ‘소식좌(소식+본좌)’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끼에 곱창 16m 혹은 라면 23봉지를 먹는 ‘먹방’이 대세였다면, 이제는 한끼에 김밥 3알을 먹는 소식이 인기를 끈다. 유통업계도 적은 양의 식사를 즐기는 ‘소식 트렌드’에 맞춰 용량과 가격을 낮춘 0.5인분 제품을 내놓고 있다.

롯데리아는 4년 만의 신제품 ‘힙&핫 치킨버거’ 광고 모델로 음악 프로듀서 코드쿤스트를 발탁했다고 27일 밝혔다. 먹음직스럽게 보여야 하는 음식 광고에 대표적 소식가로 꼽히는 모델을 기용하는 건 이례적이다. 하루 식사량이 고구마 2개와 바나나 2개에 그치는 소식가도 남기지 않고 먹는 제품이라는 걸 강조했다. 광고 속에서 코드쿤스트는 8시간에 걸쳐 햄버거를 한입씩 먹어가며 음악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유통업계는 그동안 폭식, 과식 등이 주목받으면서 소비자의 피로감이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고기 한 점을 5분간 씹으며 음미하거나 계란 반개를 한끼로 먹는 모습에 열광하는 이유다. 소식좌가 인기를 끌면서 적게 먹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여기에 버려지는 음식에 대한 부담감도 더해졌다. 미관상 이유로 버려지는 농산물을 소비하는 ‘푸드 리퍼브(식자재 재활용) 운동’ 등의 가치소비는 식음료 업계에서 힘을 얻고 있다.

GS25 ‘크림토끼딸기통통샌드위치’와 GS25 ‘쁘띠컵밥’.


이런 경향에 맞춰 소용량, 소포장 제품도 잇따른다. GS25는 중량을 과감하게 낮춘 도시락 ‘쁘티 컵밥’을 선보였다. 중량은 200g 안팎으로 기존 도시락 메뉴의 중량과 비교해 절반 이하다. 가격도 낮췄다. 김밥 한 줄 수준인 2300원이다. 1개 도시락을 두세 끼니로 나눠 먹는 소식가 특성을 반영해 보관이 쉬운 컵밥 용기를 별도 개발해 일반 도시락 용기 대신 적용했다. GS25는 겨울철 인기 품목인 딸기 샌드위치도 올해 처음으로 1조각 구성으로 내놓았다. 빵 양을 줄이는 대신 생크림 양은 기존 제품의 1조각보다 2배, 딸기 양은 약 30% 늘렸다. GS25 관계자는 “지난 2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쁘띠 컵밥은 22일간 1만2000개가 팔렸다”며 “소식좌뿐만 아니라 부담 없는 아침 식사를 즐기려는 직장인, 어린이들의 간단한 한끼 식사로도 큰 호응을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지금한끼’와 애슐리 밀키트.


버리는 음식 없이 한 번에 먹을 수 있도록 용량 선택 폭도 넓어지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지난달에 무알코올 맥주맛 음료 ‘하이트제로0.00’의 소용량 버전인 240㎖ 캔을 출시했다. CU도 1인 가구를 겨냥해 음용량 부담을 줄인 ‘와인 반병’ 제품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와인 1병의 평균 용량은 750㎖인데 반해 와인 반병은 360㎖다. 양 조절이 어려운 외식을 대신할 수 있는 1인분 밀키트도 주목받고 있다. 이랜드 애슐리 홈스토랑은 기존 대표 제품인 파스타 밀키트 ‘봉골레 크림 빠네 파스타’를 기존 2인용에서 1인용으로 용량을 줄여 선보였다.

소식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고물가’도 있다. 소비 흐름이 과시형에서 ‘짠물 소비’ ‘무지출 챌린지’ 같은 씀씀이 줄이기 쪽으로 옮겨가면서다. 대형마트에서도 소용량 상품의 매출 신장세가 가파르다. 지난달 홈플러스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1인분 델리 품목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16%나 급증했다. 작은 용기 즉석밥, 작은 컵라면 등 대용식 품목 매출은 150% 늘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치솟는 물가에 먹거리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생활 물가 상승으로 가격 민감도가 커진 만큼 절약형 소비 트렌드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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