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파킨슨병 진단... "그냥 재미있게 살아라"

유은경 2022. 11. 2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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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남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을 읽고

[유은경 기자]

▲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10만부 돌파 기념 스페셜 에디션
ⓒ 유은경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는 책을 가까이하는 것 같다. 읽을거리를 찾기 위해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는 인터넷 서점에서 신간이나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본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도 그렇게 발견한 책이다. 

김혜남 작가는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답하다>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다. 책을 좀처럼 읽지 않더라도 책 제목은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나 또한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당신과 나 사이>를 포함해 저자의 책을 몇 권 읽었다.

글쓴이와 책 제목이 내 눈길을 끌었다. 작가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책 제목이 내 고민의 어디를 건드렸던 것 같다. 게다가 띠지에 있는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린다. 그러니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살아라"라는 문구에 마음이 동하였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구매로까지 이어졌다.

김혜남 작가는 30년간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셨고, 22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셨다고 한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근무하셨고, 개원을 하시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발병을 알게 되어 오랜 기간 투병하셨다. 진료를 하지 못한 이후로도 저술 활동은 이어가 10권의 책을 출판하셨고, 가장 근작인 이 책의 초판 일은 11월 11일이다. 

파킨슨병을 묘사할 때 누군가 온몸을 밧줄로 꽁꽁 묶어놓고 움직여 보라고 요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파킨슨병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한창 커리어를 쌓을 43세라는 나이에 겪으신 일이라 좌절감의 크기를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저자는 엄마, 아내, 며느리, 의사 역할 안에서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많은 것들을 해내려 애쓰는 삶을 살았다. 갑작스러운 발병으로 지난날을 되돌아볼 수 있었고, 직업적 전문성에 연륜까지 더해져 진심 어린 조언이 가능하게 되었다.
 
 김혜남 <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 메이븐
 
이 책은 2015년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의 스페셜 에디션이다.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에서 딸과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부분을 빼고, 마흔이 넘은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담았다. 또 장과 꼭지의 제목과 같이 차례의 구성에서도 변화가 보인다. 책에서 저자는 투병하면서 무너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를 경험을 토대로 풀어냈고, 정신분석 전문의로서 환자들에게 못다 한 이야기도 담았다.

"지금까지 삶을 돌아보니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은 10명 중 2명 정도였다. 그리고 나와 맞지 않는 2명은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결코 가까워지는 법이 없었다. 아무리 좋은 남자와 좋은 여자를 만나게 해 줘도 그들 사이에 끌림이 없으면 연인 관계로 발전하기 힘든 것처럼, 아무리 괜찮은 사람들이라도 둘 사이는 막상 그리 친하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니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껄끄러운 사람들과의 관계 개선에 너무 에너지를 쏟아붓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른으로서는 해서 안 되는 유치한 말과 행동도 감정에 휘말리다 보면 불쑥불쑥 튀어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비수를 꽂기도 한다. 그러고는 곧 후회하고 얼굴을 붉히며 밤을 뒤척이지만 다음 날이면 똑같은 잘못을 또 저지른다. 잘못하고 후회하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다짐하고는 또 잘못을 저지르는 게 바로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이 책은 2015년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의 10만 부 돌파 기념 스페셜 에디션이다. 나 또한 이미 읽은 책이고, 아직 서재 책장에 자리하고 있다.

나 같은 경우 책 전체를 재독 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이나 공감이 되는 단락 위주로 반복 독서한다. 때문에 아무리 개정판이라도 읽은 책을 재구매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꼼꼼히 보지 못한 내가 저지른 실수이다. 실수에서 비롯된 7년 만의 재독이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읽힌다. 공감 포인트도 다르고 얻은 메시지도 달라졌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은 특히 인간관계로 고민하는 사람, 심리적인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 직장생활이 마음대로 안 풀린다 느끼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많고,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대목도 보인다. 삶은 상실, 부재, 결핍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기에 더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위안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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