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해놓고 쓴소리 하나"…관저 만찬서 '국조' 언급 없었다

권호 2022. 11. 27. 18: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니, 어떻게 집에 초대를 해놓고 쓴소리를 한답니까.”

여권의 최대 화두는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한남동 관저에 국민의힘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한 것이다. 이 자리에 있던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런 말로 그날 만찬 분위기를 정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인 지난 주말 국민의힘 지도부를 한남동 관저에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사진 한 장 공개되지 않은 '비공개 만찬'이었는데, 참석자들은 하나 같이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사진은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는 윤 대통령을 배웅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힘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를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이날 만찬에 대해 참석자들은 “아주 좋았다. 월드컵 얘기와 대선 때 각자의 역할 등 주로 과거 얘기들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김건희 여사가 관저 일대를 소개하면서 예를 갖췄다고도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관저에 초청한 두 번째 모임(첫번째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으로, 분위기가 안 좋은 게 이상한 것”이라고 전했다.

참석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민감한 얘기는 화두에조차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간에 가장 껄끄러운 이슈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전혀 언급 안 됐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정 비대위원장, 주 원내대표를 포옹하며 “이제 잘해 보자. 고생도 해달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사실 요즘 대통령실이 여당을 보는 시각은 다소 떨떠름했던 게 사실이다. 이태원 국정조사 합의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서운함이 깔려있다. 그럼에도 여당이 국정조사에 합의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이 이해하는 부분은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태원 참사 당시 대통령실의 대응이 그 어떤 부처보다 기민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일찌감치 인지했고, 그에 대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수단은 다 동원했다”고 말했다. 야당의 국정조사 타깃이 대통령실을 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대통령실의 입장에선 도의적 책임 외엔 거리낄 게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비극이 벌어진 것과는 별개로, 당시 대통령실로서는 최선을 다했다”며 “묻는 범위 내에서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답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외려 여권은 야당이 국정조사에 몰두하는 배경에 관심이 더 크다. 노골적으로 ‘이재명 대표 구하기’의 수단으로 국정조사를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7일 중앙일보에 “지금 검찰의 수사 상황을 보면, 내달 중순쯤에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소환 통보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국정조사를 한다는 건 국회가 열려있다는 의미고, 이는 곧 이 대표에 대한 방탄 국회가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야당의 해임요구에 여권의 반발이 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다른 여권 고위 관계자는 “국정조사에 합의한 건, 이상민 장관이 사태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규명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라며 ”국조에 합의한 야당이 이 장관의 사퇴를 주장하는 건 이들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일각에선 주말마다 벌어지는 좌파 단체들의 정권퇴진 시위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파업 등도 ‘이재명 구하기’의 일환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의 대응 수위를 놓고 고심하는 기류도 읽힌다. 야권의 총공세에 맞춰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권이 강대 강으로 가야 할지, 유화책을 통해 정국을 풀어야 할지에 대한 갈림길에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선 때부터 현재까지 윤 대통령의 통치 철학은 법과 원칙으로, 그에 따르면 강경한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다”면서도 “그 외의 해법이 있는지를 놓고 윤 대통령이 여러 루트로 얘기를 듣는 중”이라고 전했다.

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